메인화면으로
남북 두 정상에게 쓰는 가을편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남북 두 정상에게 쓰는 가을편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8

저는 몸을 붓 삼아 땀을 먹물 삼아 정상적이지 않은 몸으로 간절히 남북 두 정상에게 가을 편지를 쓰려고 한반도를 가로지르며 달려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한라에서 백두까지”달려갈 수 있다면 하고 막연히 꿈을 꾸었습니다. 아버지가 대동강을 사무치게 그리워했듯이 이제는“한라에서 백두까지”는 사무친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지금 한반도에 상서로운 기운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용이 여의주를 문 형상으로 한반도를 감싸고 있습니다. 지금 남북 두 정상이 손을 마주잡고 결단을 내리면 5천 년 고난의 역사를 마감하고 새로운 문화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분이 다시 손을 맞잡고 이름도 대박인 평양시 대박산 능선에 올라 우리 민족의 생명의 근원이 되는 단군릉에 참배하고 을밀대로 가 우리 민족의 평화는 우리끼리 지키자는 결연한 ‘을밀대의 결의’를 맺고 자주적으로 우리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나가는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명장면이 연출되기를 바랍니다.

두 분의 결단이, 용단이 우리 민족의 또 다른 5천 년의 물줄기를 바꿀 시대적 상황이 무르익었습니다. 역사적인 대전환기 시대를 앞서가려면 비상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칼에 처리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두 극단을 조화시키고 모순을 화합시켜서 둥그런 원으로 완성되어 하나가 되는 세상입니다. 갈등과 대립 끝에 하나가 제패하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 서로의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문명을 창달할 것입니다.

남북통일은 오랜 기간 분단된 이질적인 것들을 한군데 버무려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담대한 도전이요, 이 시대의 최고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화합하고 때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은 덮어가면서 시민을 취한 따뜻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원래 하나였던 것을 다시 하나로 돌리는 것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다.

겨울을 땅속에서 난 씨앗은 이제 멋지게 땅을 갈라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자신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새싹처럼 자세를 바로잡고 서두르지 않고 똑바로 일어서는 겁니다. 아직은 바깥바람이 쌀쌀하지만 땅 밖으로 나온 기쁨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벌, 나비와 새가 날고 햇볕이 따뜻하며 개울이 흐르고 바람이 어루만져줍니다. 이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어 올립니다. 두 팔을 쭉 뻗고 우리 역사에 찬란하게 비출 햇빛을 생각하는 겁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웅장하게 비상하는 겁니다.

밖이 어디든 이제는 부화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래 알 속에 갇혀있었습니다. 알 속에 안주할 때가 있고 알을 깨고 나올 때가 있습니다. 알 속이 편하기는 하지만 알 속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70여 년을 알을 깨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알 속에서 움츠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남과 북 모두가 알을 깨고 나올 때입니다. 껍질 안에서 숙성할 때가 있고 그 껍데기를 깨고 분연히 나올 때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 남한은 미국이라는 껍질 안에서 너무 오래 아무 생각 없이 움츠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두꺼운 알껍데기를 스스로 깨고 나올 때입니다. 제때 껍데기를 깨고 나오지 못한 알은 썩어버리고 맙니다. 껍질 속에 머물러 있는 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미국은 도무지 우리가 알에서 부화해 훨훨 하늘을 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은 겁니다.

지금 한국의 역할은, 짧은 역사에 한 번도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미국이라는 손님이 가자는 대로 운전만하는 택시운전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국이라는 손님을 평화의 세계, 평화의 파라다이스, 평화의 무릉도원으로 안내해서 평화의 가치가 자국 이기주의에 비할 바 없는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보여주는 운전자가 되어야 합니다.

남북통일은 지나간 옛사랑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저녁 달빛 창가에서 목이 터져라 세레나데를 불러서 이루고야 말 운명적인 사랑입니다. 첫사랑의 열정으로 구애를 해야 이루어질까말까 합니다. 사랑은 내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바다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평화는 한반도와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사에도 중요한 변곡점(變曲點)이 될 것입니다. 남과 북 두 정상이 남과 북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 관계인가를 세계 시민들을 향해 감동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한반도에는 핵무장도 필요 없고 키리졸브 훈련 같은 대규모 전쟁연습도, 사드도 필요 없다는 것을 과시했습니다.

그 중심엔 우리나라가 있다. 목포, 서울, 개성, 평양, 신의주로 이어지는 환서해안 축은 물류와 교통, 첨단산업, 금융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부산, 울산, 동해, 금강산, 원산, 나선으로 이어지는 환동해안 축은 러시아로 이어지며 관광과 자원, 에너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 미국의 한 중심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가 물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는 좋은 조건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 안에 있는 그 놀라운 ‘신명’에 우리도 놀라고 세계인들도 놀랐었다. 2018년 문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하는 여명거리와 능라도 경기장의 저 인파들의 ‘신명’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 못했던 그때의 신명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저런 신명과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새 평화 시대를 열어젖힐 그 사람들이다. 남과 북이 손을 마주 잡고 보니 그 손 위에 우리끼리 새 길을 열어가겠다는 베짱이 얹어졌습니다. 우리는 한번 한다면 하는 결기가 생겨났습니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남북한 국민과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 또한 그동안 남북한 간에 존재하여 왔던 오랜 적대와 반목을 과감히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획기적으로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판문점 선언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대내외에 천명하여야 합니다.

평화는 모든 가치에 우선하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 어떤 무엇보다도 생산적인 활동이며, 평화는 아름답고 고귀하며, 평화는 언제나 옳습니다. 평화는 자주적인 힘으로 지켜낼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됩니다.

ⓒ강명구
ⓒ강명구
ⓒ강명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