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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조 슈퍼예산' 짰다면서 간호인력 확충 위한 60억은 없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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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조 슈퍼예산' 짰다면서 간호인력 확충 위한 60억은 없다는 정부

[기고] 무책임한 정부 탓에 위태로운 공공부문의 공공성과 노동권

언론에서는 내년 정부예산이 600조를 돌파한 슈퍼예산이라고 호들갑이다. 정부도 코로나 위기시대 극복을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한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실상 정부의 내년 총 지출예산은 올해 2차 추경과 비교할 때 5000억 원(-0.1%)이 오히려 줄었다. 반면 대통령 시정연설에서도 전망치보다 적게 보수적으로 잡혀있다고 인정했던 내년 정부 총수입 증가율은 2차 추경과 비교해 6.7%나 증가해 34조 2000억 원 늘었다. 총수입은 34조 원이나 늘었지만 오히려 총지출은 줄였다. 슈퍼예산은 고사하고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그 피해는 부동산 등 자산이 없는 노동자, 민중이 떠안아야 한다.

다음 주 10일부터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코로나의 영웅으로 불리던 간호사 등 의료 노동자들은 외국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많은 환자 보살피고 있다.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다 보니 환자를 제대로 간호할 수도 없는 조건에서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희망이 없어서 코로나 이후 올해 8월까지 서울대병원,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에서 사직한 간호사의 숫자만 674명이다.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의 인력 충원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정부(국립대병원의 주무 부처인 교육부, 보건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그리고 공공병원 인력과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기획재정부)다. 간호인력 확충을 위한 10만 입법청원 달성에서 확인된 민심을 외면한 채, 교육부는 공공의료의 질을 개선하고 간호 인력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단 60억 원의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고, 기획재정부는 인력 충원 요구를 계속 거부했다.

이는 비단 공공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OECD 국가 평균은 고사하고 그 절반도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엔 그나마 약간씩 늘었으나 작년과 올해는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법률에 따라 중앙부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이 350곳이다. 중앙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지방공기업, 출자출연기관 등 공공기관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시민의 삶을 지키고 유지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약간은 생소하지만,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절실한 인력충원 사례를 몇 개 소개하겠다.

식품안전부터 에너지까지...공공부문의 위태로운 공공성과 노동권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이하 해썹, HACCP) 평가 등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지난 3년간 평가 업무량은 1만 7332건에서 3만 1327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인력은 업무 증가량의 반에 반도 안 되는 겨우 15%가 늘었다. 2인 심사 원칙도 못 지키는 상황이다.

노동 강도도 문제지만 인력 부족으로 HACCP 심사가 부실해지면 결국 안전한 먹거리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40여 명의 인력충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식약청과 역시 기재부는 모르쇠다.

가끔 뉴스를 보면 돼지열병,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보도가 나온다. 가축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조기 차단과 방역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다. 그런데 이 기관의 정규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규직의 23배를 넘는 노동자가 무기계약직이다. 낮은 임금과 처우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인력부족이다. 가축방역 업무는 업무 특성상 2인 1조 근무가 기본 원칙인데 2021년 상반기 조사 결과 인력부족으로 10건 중 1건은 1인 근무를 했다. 하지만 21년 현장직 인력 충원은 0명이었다.

가축전염병 방역은 지자체만이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국가적 과제다. 중앙정부 예산으로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한 방역기동대 설치(80명)를 요구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농림부와 역시 기재부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도 국가의 책임방기로 위태롭긴 매한가지다.

국민연금공단 관리운영비 중 국고 지원액은 매년 100억 원으로 운영비의 1.8%에 불과하다. 노후빈곤을 막기 위해 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필수적인데, '저소득 사업장 가입자' 중 기존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은 2021년 전액 삭감됐다. '저소득 지역 가입자' 보험료 지원은 2022년 하반기로 시행이 미뤄졌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기 위해 필수적인 상병수당제도는 국제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채로 시범사업 예산이 책정됐다. 법률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14% 국고지원 의무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만큼 시민은 그 책임을 떠안게 된다. 그만큼 양극화 시대 시민의 삶도 사회보험 재정도 불안해 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무책임과 공공성 파괴 행위로 교통과 에너지 공공성도 위태롭다.

도시철도 교통약자 무임수송 부담 비용의 국고 보전문제를 올해 정기국회에서 예산과 법률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20만 청와대 국민 청원 달성에서도 확인됐듯 코레일과 SR을 통합해 매년 559억 원의 중복비용 발생, 서민의 교통편인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 운행 축소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철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전라선 SR투입을 계속 추진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공공 중심의 재생에너지 체계 구축'이 필요한데도, 재벌만 살찌우는 천연가스 직도입과 이를 확산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위태로운 것은 공공성만이 아니다.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임기 말까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흐지부지됐고, 공공기관에서는 사실상 용역회사에 불과한 자회사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공무원을 제외한 공공기관 노동자가 60만 명에 달하지만, 기재부에서는 단 1명이 노사관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의 의견은 무시된 채 임금체계, 각종 복지 등이 모두 기재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 국회 인근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함께 사는 공공성 예산 확보·불평등 넘는 법 개정 쟁취' 국회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성을 지키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투쟁

정권의 무책임과 노동자 민중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기재부로 대표되는 관료체제로 인해 공공성과 노동권은 위태롭다. 이번 정기국회와 그리고 차기 정부에선 이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함께 사는 공공성 예산 확보와 불평등을 넘는 법 개정을 요구하며 지난 10월25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투쟁을 하고 있다. 오는 11월 27일엔 국가책임 강화와 기재부 해체, 기후위기 정의로운 전환,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을 외치며 총궐기 투쟁을 준비 중이다. 노동자 시민의 많은 참여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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