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후 강은 매년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녹조는 해가 갈수록 점점 독해지고 또 강해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녹조에 점점 무뎌지는 듯하다.
우리 강을 점령한 녹조에 대해 정확히 짚고 가자. 이 녹조 중 남조류는 물속의 식물이 아니다. 정식 학명은 시아노박테리아로 굳이 따지자면 남조류보다는 남세균이라 불리는 게 더 맞다. 또한 이 남세균은 시아노톡신이란 독성물질을 생성하는데 피부, 눈, 목구멍 자극에서 구토, 기관, 신경학적 손상 및 호흡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준치를 정해 먹는 물뿐만 아니라 레저 활동이나 물 접촉 등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이크로시스틴은 시아노톡신 중 하나로 대표적인 간 독성물질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에 대해 일본의 한 녹조 전문가는 "청산가리(시안화칼륨) 독성의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녔다"고 말할 정도다(다카하시 토루 구마모토보건대 교수). 세계보건기구도 발암물질 2군으로 분류, 납과 같은 수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결국 청산가리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가진 유해물질이 해마다 4대강에 번성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강물로 수돗물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또 그 강물 위에서 배를 타고 물놀이를 해도 괜찮은 걸까.
낙동강 물 접촉 금지 기준치 넘어
환경연합은 대구환경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등과 함께 2021년 7월 28일부터 8월 20일까지 낙동강 30개 지점, 금강 5개 지점 등 총 35개 지점에서 표층수를 채수해 총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남세균을 10여 년 동안 연구해온 부경대 이승준 교수가 총괄했으며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공인한 방법으로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측정했다.
미국 EPA는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8ppb 이상이면 레저 활동 금지를 권장한다. 미국 오하이오 주는 성인의 경우 먹는 물의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1.6ppb 미만으로 미취학아동의 먹는 물은 0.3ppb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6ppb 이상일 때 수영 금지, 20ppb를 넘으면 아예 물 접촉을 금지하라 권장한다. 세계보건기구도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측정해 음용수(장기 1ppb, 단기 12ppb)와 레저 활동(24ppb)의 기준치를 설정하고 있다.
이번 분석 결과 낙동강 30개 채수 지점 중 19개 지점은 미국 오하이오 주의 수영 금지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지점은 수영은커녕 물 접촉도 위험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달성보 선착장의 경우 8월 20일 채수한 표층수에서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5921.45ppb로 측정됐다. 미국 오하이오 주가 정한 '물 접촉 금지' 기준치의 약 30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낙동강 국가산단 취수구 부근에서도 4914.39ppb이 측정됐으며 창녕함안보 상류 4226.41ppb, 본포취수장 앞 1555.32ppb 등으로 조사됐다. 화원유원지와 낙동강 레포츠밸리 지점에서도 각각 1467ppb, 676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측정됐다.
취수장 앞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본포취수장 앞(1555.3ppb), 해평취수장 앞(60ppb), 문산취수장 앞(35.3ppb)은 물 접촉 금지 수준을 초과했고 칠서취수장 앞(8.25ppb), 물금취수장 앞(8.17ppb)에서도 수영 금지 수준을 크게 웃도는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측정됐다. 낙단보 상류와 칠곡보 상류 지점 등 2개 지점은 재측정 및 측정 예정으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다.
금강은 5개 지점 중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3개 지점 모두 기준을 초과했다. 어부 배터 선착장이 2362.43ppb로 가장 높았고, 웅포대교 수상 스키장 부근 1532.10ppb, 용두양수장 앞 1509.17ppb로 확인됐다. 이들 지점은 금강 하류 지역으로 금강하굿둑에 막혀 있다.
환경부 채수 지점만 낮아
이번 조사 결과 총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가 불검출되거나 낮게 나온 지점은 공교롭게도 환경부가 채수해온 지점들이다. 환경부 공식 채수 지점인 성주대교(8월 11일 채수)와 물금매리 감노리(8월 17일 채수)의 총마이크로시스틴은 각각 0.11ppb와 3.52ppb로 측정됐다. 숭선대교(8월 17일 채수), 남지철교 상류(8월 17일 채수)의 경우도 정량한계를 벗어난 불검출 상태로 측정되는 등 전반적으로 총마이크로시스틴 검출이 낮은 상태다.
왜일까. 환경연합은 환경부의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바람 등에 의해 고농도화(박호동, 2016)하며 주로 강과 하천 가장자리에서 발견되지만, 현재 환경부 측정은 강 가운데 지점에서 채수하고 채수 샘플도 수심별(상·중·하) 혼합 후 분석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류경보제 운영매뉴얼(국립환경과학원, 2020)에 호수의 경우 "바람의 방향이나 물의 흐름 방향으로 보아 남조류가 몰리는 곳은 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도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A지역 내 범죄율이 낮은 A1과 높은 A2가 있을 때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면 A2의 범죄율을 근거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A1 통계를 기반으로 '안전하다'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취수시설(취수구)과 친수시설(물놀이 시설 및 낚시터 등)은 주로 강과 하천의 가장자리에 있는 현실에서 현재와 같은 환경부 방식으로는 실제 마이크로시스틴의 유해성과 위해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대처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었다. 2015년 환경연합은 일본 녹조 전문가들과 함께 낙동강에서의 총마이크로시스틴을 조사했다. 당시 달성 선착장은 456ppb, 창녕함안보 26ppb 등으로 측정됐다. 환경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2014~2015년 낙동강의 최대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5.7ppb(2015.8.31., 강정고령)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연합은 "실험방법과 채수 당시 일기 등이 상이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간접적으로 증가 경향으로 볼 수 있다. 이는 4대강사업 이후 보 영향의 장기화가 원인 중 하나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물놀이도 농업용수도 불안
이번 조사를 총괄한 이승준 교수는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1000ppb 이상은 연구하고 처음 보는 수치다. 일부 지점은 수치가 너무 높아 측정이 불가능한 정도였다."라며 "매년 발생하는 문제임에도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닌가 싶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결코 독성이 낮은 물질이 아니다. 1ppb이란 아주 적은 양에도 세계 각국이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꼭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선 남세균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먹는 물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수영을 하거나 물에서 놀 때 오염된 물에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을 삼키거나, 독성 조류에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함으로써 독성 조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결과들이다. 남세균의 흡입 독성에 대한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남세균이 번성한 강 주변에서 남세균이 공기 중 미세먼지와 같은 에어로졸 형태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중국, 미국 및 세르비아에서의 연구 결과 유해조류발생의 강도와 간질환 또는 간암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고 녹조(남세균) 면적이 1% 증가하면 비알콜성 간질환이 0.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농업용수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으나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 남세균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높으면 식물의 성장을 방해해 품질에도 영향을 주며 심지어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 중국 윈난성 뎬츠호에서 농업용수의 총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3000ppb일 때 벼 모종에서 5.40ppb가 검출된 연구가 있다(Chen et al. 2004, Prieto et al. 2011). 콩, 밀, 상추, 사과, 옥수수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도 식물 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이승준 교수는 "남세균이 식물 안에 들어가면 그 속에 물과 영양분을 통해 더 성장한다. 독성물질을 계속 생산해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농업용수 내 독성물질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농작물도 손해"라고 말했다.
문제없다는 환경부
이런 상황에서도 환경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8월 25일 해명자료를 통해 마이크로시스틴-LR은 표준정수처리에서 99%이상 제거되며, 고도정수처리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제거되므로 먹는 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8월 31일 환경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 낙동강네트워크, 양이원영 국회의원, 이수진 국회의원 공동으로 열린 '4대강 남세균 국민건강 위협 현황과 해결방안 토론회'에서도 환경부의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박재현 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은 여름철 총인 방류기준 강화운영 시설 확대 및 추가 비상저감 실시 등을 통해 녹조 발생을 최소화하고 조류경보 운영, 취정수장 관리 등을 통해 녹조에 대응하고 있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작 레저 활동을 통한 위해성과 농작물 축적 우려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며, 향후 에어로졸 형태의 조류독소로 인한 친수활동 영향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판이 쏟아졌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녹조가 발생해도 사후대책으로 안전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 상태를 유지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 녹조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비판했다. 낙동강에서 농사짓는 고령군 객기리 곽상수 이장은 "이 지역에서 살고 있고 농사도 짓고 있다. 물도 마셔야 하고 이 물로 농사도 지어야 하고 낙동강변에서 살아야 한다. 농사짓는 농경지에 녹조가 유입되고 있는데 이렇게 지은 농산물이 안전한가. 또한 4914ppb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또한 안전한가"라며 정부에 재차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순 없었다.
송미영 경기연구원 부원장은 "환경부의 발표는 '이제까지 할 만큼 했고 잘 대응했고 앞으로 기준을 만들 것이니 기다려라'다. 근데 이게 벌써 10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정수처리하면 괜찮다고 하는데 이제 더 이상 정수처리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취수원수, 상수원수의 안전성, 이 물에서 레저 활동을 해도 되는지, 농사를 지어도 되는지 우려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답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환경부가 정수 중심의 남세균 모니터링과 대책을 독성물질 중심으로 전환할 때"라고 말했다. "에어로졸 흡입독성과 인근 지역의 간질환 발생율이 높아졌다는 연구는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남조류가 있고 이에 유래되는 독성물질이 있다. 이에 대해 다 모니터링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최소치다. 문제에 대한 예방과 대책은 최대치를 가정하고 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이 아프면 국민도 병든다
환경단체의 주장이 아니다. 지난 9월 15일 환경부가 발표한 '보개방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를 개방하지 않고는 녹조, 저층빈산소, 퇴적물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으며, 생태계 개선을 위해서도 보 개방이 필요하다."는 결론까지 담고 있다.
시민사회의 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환경연합 등은 "우선 우리 강을 흐르게 하자. 흐르게 하면 4대강사업으로 형성된 독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내년도 낙동강 보 수문 개방을 위한 취·양수장 개선 예산을 늘리고, 낙동강 보 처리와 자연성 회복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또 금강 하굿둑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강이 아프면, 결국 우리 국민이 병든다. 낙동강과 금강을 제대로 흐르게 하자. 이것이 심각한 마이크로시스틴 독성으로 점철된 강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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