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강 행주나루터 인근에서 녹조로 인해 몰고기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그해 여름, 서울의 한강은 참혹했다. 2015년 6월 말, 조류경보제 시행 이후 최초로 한강 서울 구간에서 '조류경보'가 발령됐고, '조류주의보' 포함 100여 일 지속됐다. 4대강사업으로 녹조라테가 심각해진 소식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에서 일어난 녹조 사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해 겨울, 정부가 가장 먼저 손 본 것은 조류경보제다. 조류주의보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조류경보제를 완화한 것이다. 개정된 조류경보제에 따르면, 이전보다 2배 이상 수치(남조류세포수)가 높아진 상태로, 두 주 이상 지속되어야 겨우 '관심'(이전 주의보) 단계를 발령한다. 2016년부터는 조류경보제 발령일수가 줄어들거나 발령이 더디니 관심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인 물 썩는다'에 '비 오면 해결' 흰소리
서울환경연합은 녹조 문제 해결과 생태계 회복을 위해 한강 하류의 신곡수중보를 개방하라고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에 서울시는 녹조 완화를 위해 신곡수중보 수문 개방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는 한편,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신곡수중보 개방 요구에 국토교통부는 아직도 말이 없지만, 연구용역 결과는 2017년 '한강녹조발생 원인분석 및 저감방안 용역'이란 보고서(이하 한강녹조보고서)로 공개됐다.
서울시는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신곡수중보 영향분석'(2015)을 실시해, 신곡수중보 개방과 철거 시에 나타날 수질개선과 생태계회복 효과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실행하는 데까지 이르진 않았다. 오히려 한강녹조보고서 결과를 비중 있게 받아들여 신곡수중보를 존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강 복원에 대한 요구가 다시 거세지자 서울시는 2018년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 발족과 함께, 연구용역을 다시 발주해 '신곡수중보 가동보 개방실증 용역'(2019)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포함한 한강녹조보고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또, 신곡수중보를 철거한다거나 물재생센터를 개선하는 것보다 팔당댐에서 방류하는 유량이 많으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팔당댐에선 수위 조절을 위해 많은 양의 강물을 거의 실시간 방류한다. 거세게 흐르는 한강의 위용을 발휘할 땐, 녹조는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시골에서 큰 물난리가 날 땐, 덩치 큰 황소도 떠내려가더라.
한강녹조보고서는 다양하고 장황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지만, 한 가지 결론을 바라보고 설계된 작품에 불과하다. "고인 물은 썩는다", "강을 흐르게 하라",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라"는 시민사회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맑아지더라"는 답으로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오염원 유입은 그대론데 유량이 적으면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만조 때 한강이 역류하면 흘러가던 한강 하구의 오염원이 다시 역류해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 이는 신곡수중보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의 이치다.
핵심은 지금과 같이 신곡수중보로 물 흐름을 막는 것과 비교했을 때와 신곡수중보를 철거해 물을 흐르게 했을 때, 얼마만큼의 수질개선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물론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면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 대목에 주목하기보다 팔당댐 방류량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두꺼운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장황하게 이야기하니, 깜박 속을 뻔했다. 허나 쉬운 말로 풀어보니, 하나 마나 한 소리가 되고 말았다. 비가 많이 오면 모든 것이 떠내려간다!
신곡수중보는 김포 쪽 다섯 개의 수문을 설치한 길이 124m의 가동보와, 고양 쪽 길이 883m의 고정보로 이뤄져 있다. 한강의 유량이 많을 땐 김포 쪽으로 치우친 가동보의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김포 쪽으론 제방이 침식되어 아슬아슬하고, 고양 쪽으론 퇴적이 일어나 장항습지가 점점 커지면서 육지화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지난 6월 말 <조선일보>는 자사 논설위원이 작성한 칼럼을 통해, 한강 하구 준설을 제안했다. 칼럼에 따르면, "장항습지 버드나무 숲은 홍수 때 물 흐름을 막는 장애물"이다. 그러면서 "한강 물길 절반이 막혀버린 상태에서 큰 비가 온다면 제방이 견뎌줄 수 있겠는지" 새삼스러운 우려를 제기했다. 한강 물길을 막은 것은 바로 신곡수중보다.
<조선일보>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부인하진 않는다. 그러나 장항습지가 점점 자라는 것은 문제로 봤다. 신곡수중보로 인해 물길이 막힌 게 근본 원인이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현상으로 드러난 장항습지가 자라서 한강 물길을 막는 것만 문제로 봤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뜬금없어 보이나 <조선일보>가 군불을 지피는 이유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초 한강 하구의 대규모 준설을 계획한 하천기본계획을 내놓았다. 하천기본계획은 하천관리를 위한 10년 단위의 최상위 계획이라,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녹조 독성에 거짓말 이어가는 행정
신곡수중보는 한강의 물길을 막아 한강 녹조를 불러오는 주범이다.
최근 취수원 이전 문제로 낙동강 유역의 갈등의 골이 깊다. 4대강 보를 철거해 물을 흐르게 하면 녹조도 흘러가고 물도 맑아지겠지만, 굳이 그 방법을 피해가려니 문제가 복잡해진다. 최근 녹조에 관한 해외의 여러 연구 결과는 녹조의 인체 영향에 대한 경고와 함께, 우리가 먹는 농작물에도 농축될 수 있다고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2016년 농어촌공사 산하 농어촌연구소는 여러 양수장에서 공급하는 물로 벼를 키운 결과 "쌀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녹조 독성이 우리 농산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지었다. 그 연구의 목적을 "농산물의 안전성 평가자료를 제시하여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고, 안전농산물 생산, 소비에 기여하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왜 그런 결론이 났는지 알 수 있다. 연구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 결과였다는 게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전문가, 기업의 역량을 총동원해 시민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4대강사업을 강제 추진한 바 있다. 아직 그 사업의 그림자가 얼마나 길게 늘어질지 끝을 알 수 없다. 대통령, 정부관료,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물을 가둬 두면 물이 맑아진다"는 이야기를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얘기하던 암흑의 시절이었다. 4대강사업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암흑의 시절을 얼마나 벗어나 있을까? 태연히 독성 녹조를 비 오면 해결될 문제라 말하는 서울시정의 행태를 보노라면 한 치라도 벗어났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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