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닷새 앞두고 열린 마지막 TV 토론에서 각 후보는 "꿔준표", "398", "빈 깡통"등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받으며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유승민 전 의원·윤석열 전 검찰총장·홍준표 의원 등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3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수도권 합동토론회에서 거칠게 맞붙었다. 이날 정홍원 당 선관위원장은 토론을 앞두고 각 후보에게 "품위 있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달라"며 서신을 보냈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가장 먼저 공방전을 벌인 것은 홍 의원과 원 전 지사였다. 홍 의원이 원 전 지사에게 "내가 대선 후보가 되면 원 후보가 대장동 비리 TF 총괄 책임자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원 전 지사는 "역겹다고 하더니 괜찮겠냐"며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홍 의원이 "'너는 모르지' 하듯이 묻는 그 태도는 참으로 역겨웠다"고 SNS에 원 전 지사를 겨냥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홍 의원은 이에 "내가 좀 과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에게 "자신의 공약과 생각이 없다"면서 "빈 깡통 같다"고 저격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도 서로 난타전을 벌였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398 후보라는 얘기 들어보셨느냐"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 3%, 30대 9%, 40대 8% 지지를 얻은 점을 비꼰 것이다. 홍 의원은 "본선 치르기 어렵다"며 "새로운 신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확장성 얘기하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도 반격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이 높다"며 "민주당 지지층이 '홍준표'가 아니라 '꿔준 표'라고 해서 본선 가면 다 민주당 찍을 건데 그걸 확장성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맞받아쳤다.
유 전 의원은 홍 의원과 윤 전 총장 모두를 저격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홍 의원) 두 분이 비호감도 1·2위인데, 중도층 마음을 붙잡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홍 의원은 "유 후보는 지지율이 낮으니까 호감·비호감을 따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중도확장성이 중요한 건 맞지만, 선거가 그런 정책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유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은 전날 벌어진 지지자 폭행 논란을 놓고도 설전을 이어갔다. 유 전 의원은 "(강원지역 토론이 있었던) 춘천에서도, 어젯밤 여의도에서도 폭행이 있었다"며 윤 전 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나 "(폭행 가해자가) 캠프 사람이 아니"라며 사과할 의향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유 전 의원은 "사과 안 하겠다면 됐다"고 말해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원 전 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저는 내일부터 대장동에서 청와대까지 두 발로 걸으며 1인 시위를 할 것"이라며 다른 후보들에게도 동참을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그런 시위가) 얼마나 특검으로 끌고 가는 데 효과적인지 (의문이다)"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후보들은 일제히 자신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이길 적임자라고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특히 홍 의원은 이 전 지사를 겨냥해 "이 후보는 쌍욕을 하는 사람", "무상 연애에 무상 포퓰리즘으로 최근에는 재난지원금을 또 준다고 하면서 국가 부채 1000조원 시대에 나라 망치는 포퓰리스트"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마지막 TV 토론회까지 마친 국민의힘은 다음날부터 모바일선거인단 투표를 시작으로 전화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등을 거쳐 5일 최종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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