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비빔밥 통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비빔밥 통일

[한라에서 백두까지] 5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모든 이질적인 식재료를 한군데 담아 버무려 녹여서 새로운 창조를 하는데 능했던 것 같다. 잔치가 끝난 뒤 이것저것 남은 음식을 담아서 고추장만 넣고 비벼 먹었다. 그것이 이제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이것저것 넣어서 비비니 먹을 때 마다 맛이 다르고 또 지방마다 맛이 다르다. 서로 다른 맛을 밀어내지 않고, 다른 맛을 드러내면서 섞이는 그 통일 되지 않은 변화무쌍한 맛이 세계인을 유혹한다,

우리 음식은 서로 다른 음식 재료를 한군데 넣어 재료끼리 소통을 하게하고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 서로의 맛과 영양을 존중하며 새로운 맛을 내는 창조가 이루어지게 한다. 우리 민족 고유의 유전자에는 비벼서 서로 융합하고, 각각의 재료는 스스로 맛을 잃지 않으며 상생하게 하는 특유한 기질이 있다. 세계 삼대 종교가 큰 반목 없이 함께 비슷한 비율로 화합하면서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가 스마트 세상을 활짝 열개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핸드폰에 컴퓨터 기능을 더하고 카메라를 장착하고 오디오 기기를 더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더하여 손 안에 혁명을 이루어내고야 말았다.

남북통일은 70여 년간 분단된 이질적인 것들을 한군데 버무려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담대한 도전이요 이 시대의 최고의 과제이기도 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화합하고 때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은 덮어가면서 따뜻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평화통일의 핵심은 존중과 극복이다. 우리와 다른 북한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문제점과 한계를 함께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우리는 우리끼리 서로 다름에 대하여 너그러워져야 한다. 서로 다름은 옳고 그름의 관계가 아니다.

가족끼리 음식점에 외식을 하러 가도 아버지는 김치찌개를, 엄마는 비빔밥을, 오빠는 갈비탕을 여동생은 돈가스를 시킨다. 식구끼리도 입맛이 다르다. 김치찌개를 시키는 아버지는 옳고 나머지는 그른 것이 아니다.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서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이해하고 존중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한국의 대중가요나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는 거기에 사랑의 기쁨도 아픔도 삶에 보람과 애환도 비비고 섞어서 삶고 발효를 시켜서 새로운 묘한 맛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가슴을 얼얼하게 만드는 매콤한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르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이다. 서로 다른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모여서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게 된다. 그 다양성으로 우리는 웅장하고 새로운 인류역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세계가 놀랄 자유경쟁의 경제 원리에 의해 이룩한 경제 번영이 있고 민주화운동을 통해 성취한 복지국가의 찬란한 자산이 있다. 자유와 평등이 충돌하여 일으키는 균열을 넘어 단군왕검이 제시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펼치는 것이다.

나와 남이 다른 것을 찾아내던 눈으로 동질성을 찾아내고 다른 것을 밀어내는 가슴으로 그것을 보듬어 안는 따뜻한 가슴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한반도의 모든 이질적인 것들과 결코 한자리에 섞일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을 비비고 버무리고 섞고 삶고 발효를 시켜는 대통합의 비빔밥 통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누구라도 소외되거나 방관자가 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덩실덩실 돌아가는 강강수월래 통일을 그려본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필자 강명구 ⓒ강명구
▲오른쪽이 필자 강명구 ⓒ강명구
ⓒ강명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