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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편안함보다 운동을 통한 회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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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편안함보다 운동을 통한 회복이 좋다

[그녀들의 맛있는 한의학] 6화. 편한 게 좋은 거라는 착각

"아무 이유 없이 피곤할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별거 아닌 일을 온종일 한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증상은 한가한 사람에게서 많이 생긴다. 한가롭게 노는 사람은 몸을 움직여 힘을 쓰는 때가 많지 않고 배부르게 먹고 앉거나 눕는다. 이로 인해 기혈의 순환이 잘되지 않고 막혀서 피곤해지는 것이다.

臞仙曰, 人之勞倦 有生於無端, 不必持重執輕, 仡仡終日. 惟是閑人, 多生此病. 盖閑樂之人, 不多運動氣力, 飽食坐臥, 經絡不通, 血脈凝滯, 使然也."

- 동의보감 내경편 권1, 기氣 중에서 -

여성 환자 중에는 마사지와 찜질방 마니아들이 꽤 많다. 몸이 찌뿌듯할 때 가서 한 번씩 받으면 그렇게 시원하고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다만 받을 때는 날아갈 것 같은데 좀 지나면 안 좋아져서 다시 찾게 되니 스스로 생각해 봐도 중독이라는 이들이 적잖다. 최근에는 이분들이 애용하는 메뉴에 도수치료가 추가되었다.

그런가 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누워서 편하게 치료하라는 광고가 넘친다. 가만히 있어도 기계에 맡기면 알아서 다 해준다니!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물론 마사지와 도수치료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한가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일상의 무게에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더 많다. ‘귀한 사람은 겉으로는 즐겁지만 마음이 고단하고, 보통 사람은 마음은 한가롭지만 겉으로는 고되다.’고 했지만, 아파서 한의원을 찾은 사람들은 몸도 마음도 모두 고단한 보통사람들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손과 기계의 힘을 빌려 잠시라도 위안을 얻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이룬 것은 내 것이 될 수 없고 오래가지 않는다. 또한 그것에 맛을 들일수록 점점 더 의존적으로 길들여진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만, 편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왜 편한 것을 좋아하게 됐을까? 인류의 문명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고, 인간종이 다른 종의 먹이가 될 수 있었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그 시절의 인류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을 것이다. 한 덩어리의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이 더위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7~8시간을 따라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렇게 애써서 배를 채운 후의 휴식은 정말 달콤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 내일은 조금 더 쉽게 식량을 구하고 더 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절의 강렬한 기억은 현대인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생활의 겉모습은 인류가 자랑하는 문명으로 인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지 좋아졌다. 고기 한 덩이가 클릭 몇 번으로도 조리된 상태로 문 앞에 도착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과거의 호환마마와 보릿고개만큼이나 사람에 의한 차별과 위협 속에서 오늘날 우리는 살아간다. 겉모습은 21세기의 문명인이지만,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법칙은 현대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위협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가만 있으면 우리가 다 해줍니다'라는 달콤한 말이 파고든다. 편해지면 질수록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은 점점 약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사지와 도수치료 마니아들에게는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하라는 말을 꼭 한다. 잠깐 편한 맛에 기댈 수는 있다. 의학적 치료 또한 마찬가지다. 의사는 건강을 회복하는 방법을 의논하고 잠시 도움을 받고 함께 가는 존재다. 이후에는 내 힘으로 몸과 마음을 옹글게 만들고 흐름을 활성화해야 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할 일은 내가 하는 것이 맞다.

ⓒ고은정

그녀들을 위한 음식 : 매운더덕볶음

밥을 하기 싫어 매식을 하기도 하고 때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그런 날도 있는 게지 뭐, 하는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는 날이다. 하지만 어느 하루는 장에 나가 고구마줄기를 한 보따리 사다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손끝이 새까매지도록 껍질을 까느라 부산을 떤다. 이게 무슨 짓인가 하다가도 막상 담가진 김치를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그간의 수고로움이 한방에 다 날아가는 순간을 만난다. 천천히 익혀 먹다가 꼭 한 보시기 남겨 생선을 넣고 푹 조려 먹는 것으로 고구마줄기김치는 그 생명을 다하고 나의 여름도 끝이 난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든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식재료를 앞에 놓고 앉아 고구마줄기를 까던 날처럼 하염없이 손가락과 손목, 어깨를 혹사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하며 아픈 속도 달래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가을이 오면 내가 집착하고 미련을 떠는 대표적인 식재료는 더덕이다. 한 뿌리 한 뿌리 까다 보면 손에 진액도 묻어나고 시작할 때의 예상과는 달리 더덕은 줄어들 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까다로운 작업을 멈출 생각이 없다. 더덕 봉지를 손에 든 순간부터 씻어서 껍질을 까는 내내 감당할 수 없이 내 코를 자극하는 그 향에 취해 헤어날 수 없어서다.

장아찌도 좋고 생으로 무치는 나물도 좋고 구이도 좋지만 나는 간장과 고춧가루를 이용해 최단시간 볶아내는 방법을 가장 좋아한다. 생 더덕처럼 향이 화려하지는 않으나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간장이 내는 짠맛에 고춧가루들이 톡 쏘며 자극하는 맛이라니...... 그러다 보면 볶았으나 아직은 아삭한 더덕의 식감이 한 번 더, 한 번 더! 를 외치며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몇 시간을 앉아 껍질 까고 두들기느라 보낸 시간들에 대한 보상으로 부족함이 하나 없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너무 좋다.

<재료>

손질한 더덕 300g, 들기름 2큰술, 간장 1.5큰술, 고춧가루 2큰술, 조청 1작은술, 쪽파 5뿌리,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 1큰술

<만드는 법>

1. 더덕을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다.

2. 껍질을 벗긴 더덕을 3~4cm 길이로 잘라 반을 가른 다음 방망이로 밀어 살살 두들긴다.

3. 두들겨 부드러워진 더덕에 들기름, 간장, 고춧가루, 조청, 마늘을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 간이 배이게 한다.

4. 쪽파는 다듬어 송송 썬다.

5. 둥근 프라이팬을 불에 올려 달군다.

6. 프라이팬이 달궈지면 간을 한 더덕을 넣고 타지 않게 짧게 볶는다.

7. 불을 끄고 쪽파와 깨소금을 넣고 한 번 섞는다.

8.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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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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