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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은 불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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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은 불장난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3

‘아! 통일이여! 평화여! 한반도의 번영이여! 일원 세상이여!’ 이제 이 거룩한 단어들이 생명이 붙어 온 세상에 퍼져나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에 폭풍 같은 감동이 몰려온다.

아침 햇살이 먼 바다로부터 달려온다. 용이 입에 여의주가 들어오듯이 상서로운 기운이 한라산에 가득 찬다. 큰 호흡을 하니 내 몸 안에 퍼져나가는 듯하다. 나는 스스로 상서로운 기운을 품은 횃불이 되어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한라산에서 채화된 평화 통일의 염원을 백두산의 제단의 꺼지지 않는 불을 붙이러 나아간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성판악까지 우리 일행의 힘을 실어주기 위하여 이한용 남북교류협의회 상임대표가 왔다. 나는 처음에 제주에 사는 남북교류협의회 회원이 오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분이 백두산까지 가는 발걸음에 힘을 부어넣어 주시려고 오셨다니 내 안의 작은 불씨는 풀무질을 받은 불씨 같이 불길이 확 피어오른다.

어제 한라산 백록담에서 평화발원제를 시작으로 오늘은 성판악에서 시작하여 제주도청으로 출발하는 발길은 가볍다. 어제에 이어 조헌정 목사님, 황광석, 김필수, 오미령, 이황휘 씨와 서울에서부터 내려온 이한용 대표가 함께했다. 어제 한라산 등반으로 약간의 근육통으로 다들 고생을 했지만 마음만은 오랜만에 찾은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품어 희망으로 차오른다. 들려오는 종전선언 문구 작성이라는 남북관계의 훈풍으로 차오른다. 길가의 가을 들꽃도 우리의 발걸음을 축복해주었다. 깍아지른 기암절벽을 뒤로하고 신들의 고향 한라산을 내려온다

나에게 달리기는 간절한 제천의식이기도 하지만 달리는 동작으로 현란한 마술을 펼쳐 보이고 싶기도 하다. 마술사는 손을 사용하지만 나는 발을 사용한다는 것이 다를 뿐, 사람들을 앉혀놓고 모자 속에서 비둘기를 꺼내 보여주고픈 거다. 평화의 비둘기!

통일운동은 불장난이다. 어린 시절 온통 불장난으로 밤을 지새우고도 꺼지지 않는 내 안의 불이 있어 길 위에 나섰다. 그 불이 통일의 염원으로 살아나 뛰어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 붙이는 일이 이렇게 짜릿하고 보람될 줄은 예정엔 미처 몰랐다. 이 불길을 남북의 지도자들에게도 옮겨 붙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조국의 상황은 초인이 나타나 앞장서 평화와 통일을 장엄하게 외치며 74년간 분단된 고통의 상황을 일시에 해결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같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달리는 것밖에 없었다. 겁이 많아 피 흘리며 독립운동은 못했을 내가 땀이라도 흘리며 통일을 노래했다.

그저 이 시대에 통일운동이 곧 독립운동이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막의 태양이 살점을 녹여버릴 것 같은 더위에도, 산맥의 넘을 때 살을 에는 눈보라에도 달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달려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려놓는 일,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 오늘 일정은 제주도청에서 마무리 했다.

한반도에는 지금 상서로운 기운이 몰려오고 있다. 극과 극의 모순을 극복하고 모든 이질적인 것들이 손을 잡는 강강수월래의 융합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희망의 빛이 한반도로부터 뻗어 나오고 있다. 그러니 동맹의 이름으로 상서로운 기운을 막는 사드 배치나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를 바란다.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요구했듯 미국이여“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다만 햇빛을 가리지 말고 한 발짝만 비키시오!”

ⓒ강명구
ⓒ강명구
ⓒ강명구
ⓒ강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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