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트랜스젠더가 처음으로 '4성 장군'에 올랐다.
미 보건복지부(HHS) 차관보인 레이첼 러바인은 19일(현지시간) 4성 장군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으로 취임했다. PHSCC는 6000여 명의 병력을 이끌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연재해 등 보건 관련 비상 상황을 총괄하는 자리다.
러바인은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의해 보건복지부 차관보로 발탁되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 트랜스젠더 연방 고위 공직자가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그는 9년 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했으며 보건복지부 차관보로 발탁되기 전 펜실베이니아주 보건장관을 지냈다.
러바인은 이날 선서에서 "중대하고 역사적인 순간이며 우리가 다양하고 더욱 포괄적인 미래를 위해 앞으로 이어질 많은 일들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관련 단체들과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글래드(GLAAD) 등은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쇼"라고 폄하했다.
트랜스젠더 군 입대, 트럼프 정부 때 금지 되기도...한국 국방부, 변희수 하사 소송 항소 검토
러바인이 '유리 천장'을 깼지만, 미국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는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부침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후 트랜스젠더의 입대 금지 조치를 발표했으며, 트럼프 정권 이래로 보수 성향이 강화된 연방대법원은 2019년 이런 금지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를 다시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재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 이란 등 24개국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은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조치를 계기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변 전 하사는 지난 2019년 성전환수술을 받은 뒤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지만, 군은 지난해 1월 '심신장애 3급(음경.고환 상실)' 판정을 내려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생전에 군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7일 "성전환 후 변 전 하사의 상태를 남성 기준이 아니라 여성 기준으로 한다면 전역 처분 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트랜스젠더의 군 전역 처분에 대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지만 변 전 하사가 지난 3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후에야 나왔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항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변 전 하사 전역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기회가 되면 상급심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판결문 검토를 정확히 하고 있고 상급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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