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등학교의 교사가 현장실습생의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에 대해 사회를 망치는 존재라고 합니다."
경기도내 한 특성화고교 교사들이 노동조합 관계자들에게 강압적인 태도와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특성화고노조)는 경기 수원지역의 한 특성화고 교사들이 노조 관계자들에게 "노동조합이 한국사회를 얼마나 좀 먹고 있는지 모르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기특성화고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3일 오전 수원 A고교 정문과 후문 앞에서 ‘현장실습에 투입되는 도제 실습생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안내가 담긴 유인물을 등교 중인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유인물에는 ‘외부평가에 합격한 경우 학습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된 ‘산업현장 일·학습 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대한 내용과 함께 노조 가입 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담겨있었다.
이는 최근 전남 여수에서 실습 도중 사망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故(고) 홍정운 군의 사건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각종 산업 현장에 배치돼 노동자로서 근무를 해온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정작 정당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이어져 온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경기특성화고노조 지부장과 사무국장이 각각 A고교 정문과 후문에서 현장실습에 나서게 될 특성화고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제작한 유인물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문 앞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지도하던 교사 B씨가 "학교 앞에서 이런 것을 하면 안된다"며 유인물 배포 행위를 제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부장이 "학교 안의 공간이 아닌, 학교 밖에서 진행하는데 안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옆에 있던 A고 교감은 "노조 가입 내용이 포함돼 있어 문제가 된다"고 B교사 의견에 동조했다.
지부장이 교감에게 재차 "실제 실습 중인 학생들도 있고, 유인물에 적시된 도제 현장실습생은 ‘일·학습병행법’에 따라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노조 가입에 대해 안내하는 내용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항의하자 또 다른 교사 C씨가 다가와 유인물을 찢으며 "노조가 한국사회를 좀 먹는 것도 모르면서 이런 것을 학교 앞에서 나눠주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지금 발언을 교육청에 신고해도 괜찮으시겠냐"는 지부장의 질문에 C씨는 "어른의 말을 이해 못하는 거냐"며 고압적인 태도로 위협했다고 경기특성화고노조는 주장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최근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이 경기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만 18세 학생들의 정당 가입 및 교내 집회의 자유마저 보장된 상태에서 발생해 비난을 사고 있다.
경기특성화고노조는 "노동인권교육을 필수로 진행하고 있는 특성화고의 교사와 학교의 책임자인 교감이 노조를 무시하는 언행을 통해 도제실습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막는 행위를 규탄한다"며 "학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교육청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의 활동을 막은 A고 교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공문을 경기도교육청에 접수했으며, 향후 A고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반면, 학교 측은 경기특성화고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A고 교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노조 활동에 대한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현재 학교 인근에서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면서 통학로 안전이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 교문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 주는 행동에 대해 제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등교시간에는 학교 곳곳을 점검하다 보니, C씨가 유인물을 찢거나 노조 지부장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얘기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며 "그 같은 행동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실습에 나서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노조 활동 여부는 본인이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것으로, 정치적인 것이 아닌 생존에 가까운 선택"이라며 "학교가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잘못으로, 실제 경기특성화고노조가 지적하는 행위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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