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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우리 한잔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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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우리 한잔할래?

우리말 띄어쓰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매일 문자로 전송해도 계속 틀리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글쓰기도 습관이라 한 번 틀리게 쓰면 계속 틀리게 마련이다. 그래도 수정해서 보내주면 고맙게 고쳐 쓰는 독자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원래 우리글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다. 한문이 그렇듯이 그냥 붙여서 쓰고 알아서 띄어 읽었다. 능력있고 똑똑한 국민이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그래도 띄어 쓰면 읽는 사람이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어려서 한글을 공부할 때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라는 글을 놓고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고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띄어쓰기를 바르게 해야 한다고 선생님께서 예로 들어주신 문장이다. 띄어쓰기를 권장한 것은 미국인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 1863~1949)였다. 중국식으로 붙여쓰다 보니 읽기가 힘들어 영어처럼 띄어쓰기를 권장해서 시도한 것이다. 편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실 한국어의 띄어쓰기는 단순하다. “각 단어는 띄어 쓰되 조사와 어미는 윗말에 붙여 쓴다.”는 것만 기억하면 좋다. 다만 위의 글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띄어쓰기’할 때는 붙여 써도 되고, ‘띄어 쓰되’할 때는 띄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과 ‘하나의 단어로 굳어버린 것은 붙여쓴다’라고 할 때 하나의 단어로 굳은 것을 구별하기 어렵다. 우선 본용언과 보조용언은 붙여 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먹어보다’나 ‘먹어 보다’는 둘 다 맞는 표기법이라는 말이다.

다만 오늘의 제목과 같은 것은 모두가 헷갈리는 것이라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오늘이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다. 부담없이 친구들과 한잔하기 좋은 날이다. “술을 한 잔 마신다.”고 할 때는 띄어 써야 한다. ‘한 잔’, ‘두 잔’이라고 할 때는 ‘한’이 관형사로 ‘잔(盞)’을 꾸며주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띄어야 한다. 각각 하나의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잔하다’라는 말은 하나의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그래서 “오늘 불금인데 오랜만에 친구들과 한잔할까?”와 같이 쓴다. 즉 ‘한잔하다’의 의미는 “간단하게 한 차례 차나 술을 마시다”라는 의미로 하나의 단어로 굳은 형태다. 그러므로 “우리 한 잔 할까?”, “우리 한 잔할까?”라고 쓰지 않는다.

낮부터 한잔한 얼굴이다.(<표준국어대사전>의 예문)

오늘 일 끝나고 한잔하러 가자.(<위의 책> 재인용)

이상과 같이 쓰는 것이 바른 표기법이다.

다음으로 ‘안되다’와 ‘안 되다’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우선 “안되면 조상(무덤) 탓”이라는 말이 있다. 일이 잘못되면 조상(산소)을 탓한다는 말이다. 제 잘못을 남에게 전가시킬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여기서는 ‘일이 잘못된다’는 의미가 있지만, “그 사람 참 안됐어.”라고 하면 ‘안쓰럽다’는 뜻이다. “섭섭하거나 가엾어 마음이 언짢다. 근심이나 병 따위로 얼굴이 많이 상하다.”의 뜻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안되다’라고 붙여 쓰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안 되다’와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 사람 예순 살밖에 안 돼 보인다.”라는 문장을 보면 “그 사람 예순 살이 안 되다.”와 의미가 상통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안’은 부정부사라고 한다. 즉 뒤에 나오는 단어를 부정할 때 쓰는 말이다. 이런 문장을 “그 사람 예순 살이 안됐어.”라고 붙여 쓰면 그 반대말은 “그 사람 예순 살이 잘됐어.”라고 써야 하지만 이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띄어쓰기를 바르게 해야 의미가 잘 통한다. “그 사람 예순 살이 됐어.”라고 쓰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안되다’와 ‘안 되다’는 반드시 그 의미를 파악해서 바른 표기대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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