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민주노총) 탈퇴 3단계 단기 전략", "반장급 현장 관리자 지속 회유"
세브란스 병원과 하청업체의 청소노동자 노조 파괴 행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문건 내용이 공개됐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13일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세브란스 병원은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최소 15개 이상의 노조파괴 문건을 만들고 수차례 대책회의를 가졌다"며 세브란스 병원에 진상규명과 노조파괴 행위를 한 하청업체의 퇴출, 청소노동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2018년 4월과 5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서부지청)은 세브란스 병원과 용역업체 태가비엠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세브란스 병원 내 태가비엠 사무실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15개 관련 문건과 메모, 이메일 등을 입수한 뒤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 4월 검찰은 당시 병원 사무국장, 태가비엠 부사장 등 관계자 9명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지부가 송옥주 의원실을 통해 내용을 전달받은 서부지청 수사보고서를 정리한 자료로 세브란스 병원에서 일어난 노조파괴 행위를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세브란스 병원 사무국과 태가비엠 경영진은 2016년 6월 태가비엠에 고용된 세브란스 병원 청소노동자의 민주노총 가입 원인을 분석하는 회의를 열었다. 병원 사무국장은 서부지청 수사 과정에서 해당 회의 내용을 병원장에게 구두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7월 12일에는 태가비엠이 민주노총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발대식 저지 대책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 같은 달 18일에는 병원과 태가비엠이 시급 인상 등 처우개선을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담은 문건을 만들었다.
같은 해 9월 18일에는 태가비엠이 "조합원 구성 특성 전수파악, 구역별 이휴 채집 후 탈퇴유도, 비핵심세력 중심 흔들기 및 재배치 활용"을 내용으로 하는 "민노(민주노총) 탈퇴 3단계 단기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부당노동행위 관련 15개 문건에는 이밖에도 세브란스 병원과 태가비엠이 노조파괴를 위해 활용한 더 많은 방법이 기록돼있다. "반장급 현장관리자 지속 회유", "사직자 대체 시 (노조 가입 성향 등에 대한) 철저한 채용 심사", "철산노(병원 내 다른 복수노조)에 노조회비 0.3% 지원", "부당노동행위를 의식하여 노노대립으로 (민주노총 탈퇴) 진행" 등이다. 친분관계와 인사이동을 무기로 한 설득 작업도 적혀있다.
세브란스 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앞으로 진상규명 등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병원 로비 선전전 등을 할 계획이다.
이경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청소노동자들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라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조합원의 힘을 모아 세브란스 병원이 그간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병원이 청소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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