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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의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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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의 과학기술

[2021 평화통일시민강좌 퇴근 후 학교]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1평화통일시민강좌 퇴근 후 학교'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북한바로알기,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 통일방법론을 주제로 4월 15일부터 12월 16일까지 매월 세번째주 목요일 저녁 7시반,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9월 16일 "김정은시대 북한의 과학기술"을 주제로 진행된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강의의 주요 내용입니다.

올해는 김정은 집권 10년 차입니다. 김정일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이어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직후부터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밝혀왔습니다.

36년만에 열린 2016년 5월 7차 당 대회에서는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첫째 목표로 꼽았습니다. 2018년 4월 경제와 핵의 병진노선을 종결하고 사회주의 경제강국으로 총력집중 할 것을 결정할 때 과학기술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으로 꼽았습니다.

2019년 12월 말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결정했을 때에도 과학기술 발전이 열쇠임을 밝혔고 2021년 1월 당대회 때 결정한 5개년 계획 달성을 위한 과제이자 최선의 방법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첨단돌파전

북은 과학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만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지식경제의 토대를 탄탄히 다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세계적 과학기술 동향을 반영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연구한다 한들 시대에 맞지 않는 졸작이 된다고 합니다.

아직 세계적 수준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첨단돌파전 성과가 적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해외논문 발표 숫자인데요, 전통적으로 북은 과학기술의 목적이 좋은 논문을 쓰는 것 보다 현실의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심이기 때문에 외국에 좋은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리과대학, 국가과학원 같은 경우 외국의 세계적인 학자들과 어깨를 겨루고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외국에 적극적으로 논문을 내는 추세입니다.

2012년 38편에 불과했던 논문이 2019년 200편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일 년에 수만 편의 해외논문이 발표되는 남한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보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높이자

북은 7차 당 대회에서 전력 문제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고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 성과가 여럿 있습니다. 수력발전의 경우 기존 터빈보다 4~5% 효율이 높아진 고효율 터빈날개를 개발했고 화력발전은 중유 없이 북의 무연탄만 가지고 불을 붙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 기존의 보일러보다 전기를 30~40% 덜 쓰는 능동형 전기보일러를 개발했습니다.

친환경에너지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남포 와우도의 정양소(휴양소)의 외벽에는 건물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붙여놓고 이곳에 필요한 전기들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축전지가 필요 없는 이 태양광 패널은 쓰고 남은 전기들을 국가전력계통에 넣어주고 부족할 때 다시 받아쓰는 계통병렬형입니다. 이 기술은 효과가 있다고 판명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신의주에는 1km가 넘는 구간에 태양광 패널을 깔고 중간에 수십 개의 풍력발전기를 달아서 생산된 전기를 가정집에 공급하는 대규모 자연 에너지 발전소를 구축해 놓고 있습니다.

주체철 연구개발은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 관련 연구개발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 꼽혔습니다. 2015년 황해제철련합기업소에서 100% 국내 무연탄을 이용한 선철 생산에 성공했고, 2018년 김책제철련합기업소는 선철·강철·압연강재 생산의 전 과정을 국내산 연료와 원료만으로 진행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북은 이때 진정한 의미의 '주체철'을 완성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습니다.

농업에서도 NT, BT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하여 연구개발 수준을 높여왔습니다. 벼 강화재배 방법을 동원하여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도 했는데요, 올해 7월 북이 UN에 제출한 자발적 국가검토보고서(VNR)를 보면 2019년 가뭄과 홍수가 계속됐지만 곡물 생산량이 최고생산 연도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경공업에서는 주요 공장의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이것을 평양에서 지방의 공장들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제재 등으로 인해 늦어지기는 했지만 삼지연들쭉음료공장과 같은 지방공업 현대화의 본보기를 만들고 지방 경공업 공장들의 현대화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북은 과학기술과 경제를 일체화시켜 과학기술이 바로 기술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지식산업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고급과학자와 기술자는 물론 현장기술자나 노동자들의 과학기술 개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그래서 지적소유권을 강화해오고 있습니다. 또 첨단 기술제품등록사업을 신설하여 국가가 첨단기술제품을 통일적으로 등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연구기관과 대학 내에 만들어진 일종의 기술기업인 교류사 혹은 교류소는 '첨단기술제품개발기지'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의 첨단기술개발원과 김책공대의 미래과학기술원이 최근 완공되어 각 학교의 연구개발 역량을 최대한 집중시키고 있고 첨단설비들도 구비했습니다. 이곳은 빠르게 변하는 세계 과학기술 추세를 실시간 접할 수 있도록 24시간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북은 이 연구기관들이 스스로 첨단제품을 만들고 판매해서 벌어들인 수익을 연구비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북은 경제의 정보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경제 전 부분에 컴퓨터로 대표되는 IT설비를 도입하고 그에 기초하여 생산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려 합니다. 통합생산체계 구축을 핵심 목표로 하여 설비와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이를 컴퓨터망으로 연결하여 생산 전반에 대한 원격관리, 통제를 하려는 겁니다. 이른바 '스마트팩토리'입니다. 이를 통해 노동력 절감, 생산성・경영효율・품질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또 '자강력'이라는 일종의 기술거래 플랫폼을 만들어서 2019년 10월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기술제품을 사고팔 수 있으며 일정 수준 진행된 연구개발 데이터를 올려놓고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처를 찾기도 합니다. 또한 회사에서 필요한 기술개발 인력을 연결시켜 주기도 합니다.

북은 기술제품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자강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고, 연구개발 기관과 기업들이 유용한 성과자료를 서로 공유하면서 협력을 활성화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북이 빅데이터를 강조하는 추세와 함께 더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평화통일시민행동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위한 과학기술교육 강화

김정은 시대 과학 중시 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일관되게 집중하는 정책은 과학기술 교육 강화입니다. 과학기술 인재양성을 더 확대하고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국민이 4년제 대학 수준의 과학기술 지식을 익히고 그 지식으로 자기 업무에 필요한 여러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북은 '새 세기 교육혁명'이란 이름으로 교육 전반을 대대적으로 고쳐왔습니다. 북은 11년제 의무교육을 12년제로 늘려서 북의 공민권을 가진 사람들은 좋든 싫든 학교를 1년 더 다녀야 합니다. 교과과정도 개편해서 수학과 자연과학, 정보기술 수업을 확대했습니다.

12년제 의무교육이 전면실시된 2017년 우리의 특성화고등학교 같은 '기술고급중학교'를 수십 개 설립했고, 작년에는 190개 정도의 정보기술 부문 기술고급중학교를 추가로 만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시군에 설립하여 시군 단위에 필요한 IT인력을 길러내려고 합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 대상의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첫째, '과학기술전당'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 과학기술보급망을 만들었고, 둘째, 노동자, 농민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원격교육대학을 빠르게 확산시켰습니다.

2010년 김책공대의 두 개 학과에서 시작한 원격교육대학을 2014년부터 김일성대를 필두로 다른 대학으로 확산시켰습니다. 그 결과 2018년 7월 기준 50여 개 대학 200개 이상 학과에서 10만 명 이상이 수강하는 규모가 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원격교육법을 제정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격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권이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기관과 단위는 자기 단위 소속원이 원격교육을 듣겠다고 하면 거기에 필요한 모든 제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의무라고 규정했습니다.

북 과학기술의 한계 - 주체철의 기술적 미완성

북은 50년대부터 주체철 개발을 시도했습니다. 50년대 중반 소련이 일방적으로 북에 대한 원조를 줄이면서 철강도 원래 주기로 했던 양의 80%를 줄여버렸습니다. 그래서 자력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것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위해 사활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철광석이 철이 되기까지는 먼저 철광석을 연료와 함께 녹여 선철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연료로 '코크스'를 씁니다. 여러 석탄으로 코크스를 만들 수 있지만 역청탄이 가장 좋은 코크스의 재료입니다.

문제는 북에는 역청탄이 없고, 북에 많은 무연탄이나 갈탄으로는 수입 코크스만큼 높은 열량과 환원력을 낼 수 없습니다. 북에서 나는 석탄으로 코크스를 대체하는 연료를 만드는 것이 주체철 개발의 핵심입니다.

북은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90년대 말까지 코크스 소비를 약간 줄이는 성과만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김정은 집권 후 황해제철련합기업소나 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서 100% 국내 석탄만을 이용하여 철강을 생산하는 데 성공합니다. 60년 만에 숙원을 이룬 북은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부터 보도되는 기사를 보면 주체철 생산량이 적고 품질도 낮으며 에너지 소비도 많았습니다. 우리의 경제성 기준으로 보면 해서는 안될 사업입니다. 그러나 북의 입장에서 주체철은 자립과 주체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주체철의 기술적 미완성으로 2016년부터 진행한 5개년 전략의 철강재 생산 목표에 미달했습니다. 철강은 산업의 핵심적 소재이므로 결국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면돌파전'의 첫해인 2020년 과학기술 분야의 첫 번째 과제도 주체철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기술·경제적 봉쇄상태라는 큰 난관

북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러 성과들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북은 수십 년간 기술, 경제적 봉쇄상태이므로 선진 과학기술 도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국가 재정여건도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라는 악조건을 극복하며 단기간에 국가과학기술 역량을 빠르게 발전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과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이 성과가 나서 제재가 완화되고 외부에서 자본과 북이 필요로 하는 기술들이 들어갔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었겠지만, 잘 아시는 대로 회담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가 볼 때 북은 최선을 다했지만 애초에 상황 자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북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름의 원인 분석을 하고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치열하게 평가했습니다.

과학교육의 수준을 높여라 - 과학자들과 간부들의 관점과 태도 혁신

북은 경제 전반을 끌어올릴 만큼 과학기술 수준이 높지 않았던 것을 근본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과학교육에서 대책, 즉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교원 실력을 향상시켜 이를 기반으로 교육의 수준을 높여야만 과학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련해서 북은 일부 과학자들과 간부들의 관점과 태도 문제를 지적합니다. 바로 '소극성'과 '보신주의'인데요. 국가적으로 중요하지만 어렵고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연구과제들은 제쳐놓고 쉽고 단기간에 결과를 내올 수 있는 과제에만 집중하는 소극성, 보신주의, 형식주의를 비판합니다.

또한 본위주의, 즉 조직 이기주의 때문에 조직 간의 칸막이를 치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국가적으로 어렵고 중요한 과제일수록 연구 규모가 크고 여러 기관들의 협력이 필요한데 본위주의를 앞세우며 협력을 안합니다. 간혹 큰 기업체와 연구기관이 협력해서 우수한 성과가 나왔다면 이걸 확산시켜야 하는데 자기네 이익만을 생각하고 이 내용을 쥐고 있습니다.

북에서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간부들의 문제입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글을 몇 번 썼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과학기술중시를 이야기해놓고 뒤돌아서면 노동력과 자재 부족만 얘기한다. 자기 단위의 과학기술 역량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키고 문제를 풀어나갈지 고민을 안 하고 예전처럼 사람과 돈만 더 달라고 한다. 간부들이 이렇다 보니 과학자, 기술자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정책적 지도가 안 되고 열심히 하는 과학자, 기술자가 있어도 지원을 안 해주고 있다"

간부들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북은 간부들이 먼저 각성하고 과감하게 혁신하는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간부들에게 말로만 과학기술 중시 이야기하지 말고 사상으로 받아 안을 것과 전문가 못지않은 과학기술 실력을 갖출 것을 요구합니다.

김정일 시대 때는 과학기술을 모르면 경제지도를 못하므로 세계적 추세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간부들에게 과학자, 기술자와 맞먹는 실력을 갖추어서 과학자, 기술자들이 무엇인가 할 때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북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자들의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도 간부들의 안목과 지원이 결합해야 실질적인 성공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이라는 게 결국 생산에 들어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만 끝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간부들이 더 실력을 길러 가치 있는 연구를 알아봐야 하고, 정말 가치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지원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간부들이 실패를 겁내거나 책임을 회피할 생각만 하지 말고 대담하고 통 크게 사업할 것을 강조합니다. 난관이 클수록 더 대담하게 나갈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도 답은 과학기술중시 정책에 있다

▲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평화통일시민행동

8차 당대회에서 북은 과학기술중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지난 5년 동안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여전히 과학기술 중시 정책이 자신들의 답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현실성을 고려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합니다.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여 5개년 계획을 달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하여 실제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정연한 관리체계 확립, 과학연구 성과의 공유와 단위 간 협력 강화,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지속을 제시했습니다.

이 방안들은 북이 과학기술 부진의 원인이라고 진단한 낮은 과학기술 수준, 과학자들의 소극성과 본위주의, 과학기술 중시에 대한 간부들의 불철저한 태도 등을 극복하고 현존 과학기술 역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난제들이 많습니다. 금속공업의 핵심은 주체철이고 화학공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탄소하나화학공업입니다. 석탄에서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뽑아내서 메탄가스를 만들고, 그걸 계속 붙여서 합성해서 필요한 화학물질을 만드는 탄소하나화학공업을 만드는 것이 화학공업에서의 주체성 확립을 위한 과제입니다만, 그동안 안 된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쉽게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5개년 계획이 현실성을 고려했다 하더라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제재가 지속하는 한, 그래도 벅찬 과제들

북도 여전히 방대하고 벅찬 과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간에 대북제재가 완화, 해제되거나 북의 전반적 과학기술 역량이 급상승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북의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정책 결정권자들 사이에서 이것은 머릿속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간부의 각성과 실력 향상, 그에 기초해서 현존 과학기술 역량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과감하게 혁신하는 것입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 같지만 북의 입장에서 외부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자기들이 하기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북은 여러 문제가 만연한 자신들 내부 현실에서 역설적으로 발전의 여지를 발견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에서 찾은 해결방안-간부들의 소극성과 형식주의·보신주의 혁신

북은 '일부' 간부들의 관점과 태도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건 일부가 아니라 당과 내각 전반에 만연한 문제입니다.

김정은 시대 과학자 우대정책의 상징 중 하나로 '연풍과학자휴양소'가 있습니다. 평양에서 정북쪽 60km쯤에 있는 연풍호수에 과학자들을 위한 휴양소를 건설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완공된 연풍과학자휴양소를 찾아가 둘러보니 2층 로비에 탁구대가 있었습니다. 시설 책임자가 과학자들이 어디서든 운동을 즐길 수 있게 탁구대를 설치했다고 하니, 잠시 살펴보던 김정은 위원장이 '탁구를 하다가 공이 뒤로 새면 1층까지 굴러 내려가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고 실무자들이 공이 1층으로 굴러 내려가지 않게 난간을 판으로 막았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실무자들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2018년 여름 '삼복철 강행군'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2~30 군데 경제현장을 시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17년째 공사가 제자리인 어랑천 발전소를 가서 신랄한 비판을 했습니다.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 문서장만 들고 만지작거렸지 실제적이며 전격적인 경제조직사업 대책을 세운 것은 하나도 없다.

더더욱 괘씸한 것은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일꾼들이 발전소 건설장이나 언제(댐) 건설장에는 한 번도 나와보지 않으면서도 어느 발전소가 완공되었다고 하면 준공식 때 마다는 빠지지 않고 얼굴들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이다.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 책임일꾼들도 덜돼 먹었지만 당 중앙위원회 경제부와 조직지도부 해당 지도과들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일들을 해 가지고 어떻게 당의 웅대한 경제발전 구상을 받들어 나가겠는가"

2019년 가을 김정은 위원장이 리모델링하고 있는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현지지도했습니다. 이곳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현대화를 지시했고 당중앙위원회와 설계자들로 TF를 꾸려주었습니다.

"일부 건물들의 외부벽체 타일면의 평탄도가 잘 보장되지 않고 이음줄도 맞지 않고, 어떤 부분은 미장면도 고르지 못하다. 마감공사를 섬세하게 하지 못했다. 어째서 기능공을 추가동원시키는 문제까지 내가 현지에 나와 직접 료해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게끔 일들을 무책임하게 하고 앉아 있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일꾼들이 당사업을 만성적, 실무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도 이만큼 왔으니 이것만 바로잡아도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유명 교수가 국내 일간지 칼럼에서 북이 유엔에 제출한 VNR에 담긴 통계수치 하나 가지고 '김정은은 북한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온갖 현장에 나가서 많은 것들을 살펴왔습니다.

만경대유희장을 찾아가 직접 잡초를 뽑으며 관리 부실을 질타한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는 10년 동안 이렇게 해 왔습니다. 문서로 보고되는 것에는 과장과 미화가 있겠지만 본인이 많은 걸 직접 봐왔기 때문에 생생한 문제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간부들의 관점과 태도를 바로잡아서 이것으로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겁니다.

북은 8차 당대회 이후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작성하고 철저하게 집행할 것을 강조합니다. 또한 과학기술 역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부문별, 지역별, 단위별 과학기술 인재를 100% 장악하라고, 즉 그들의 능력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인사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합니다.

현장에 있는 기술자들이 어디까지 공부를 했고 어느 쪽에 재능이 있으며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 파악해 놓았다가 과학기술 관련 과제들이 나오면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과제들을 해결하라는 겁니다. 이를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인재관리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습니다.

경제간부들이 실력을 갖출 것을 강조하면서 당대회 이후 2월부터 6개월짜리 원격재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최신 경제 지식과 자기 관리 분야의 최신과학기술 지식을 공부해야 합니다. 6개월 내에 수업을 이수하고 평가시험도 통과해야 합니다.

물론 간부들의 관점과 태도 문제를 고쳐나가는 것은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불과 두 달 전에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장의 이런 글이 신문에 실립니다.

"과학자 기술자들이 여전히 난관과 애로의 포로가 되어 과학연구 수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 않다. 쉬운 연구 과제만 골라서 수행하며 건수나 채우는 그릇된 사업방법과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

당에서 아무리 과학기술중시를 강조하여도 그것을 사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일부 일군들의 그릇된 관점과 무책임한 일본새로 하여 과학기술성과들의 현실에 적극 도입되지 못하고 있으며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이 심히 억제되고 있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취하고 최고 지도자가 관심을 가지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과감한 혁신을 시도할수록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기는 합니다.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난관이 굉장히 크고 여러 가지 자원이 제약된 상황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혁신을 하는 것인데, 그 혁신에 실패하면 할수록 자원 제약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겠다고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면 간부들과 과학자들이 실패에 따른 책임추궁이 두려워서 혁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재정적 역량이 얼마나 되는가가 북이 8차 당대회에서 설정한 과학기술 목표 달성, 5개년 계획 수행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북이 목표 달성을 위한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만한 근거는 없으니 지켜보아야 합니다만 북은 예전과 달리 굉장히 솔직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SLBM 발사 성공에 대해 '북의 도발'을 언급하니 바로 그날 김여정 부부장이 마치 댓글을 달듯이 이중잣대에 대해 문제 삼았는데요.

북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어떤 조치를 취했을 때 그게 잘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도 예전보다 훨씬 빨리 구체적으로 결과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만 살펴보아도 북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잘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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