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뉴욕의 유엔 본부 총회장에는 우리나라 가수 그룹인 BTS(방탄소년단)의 곡 'Permission to dance'이 울려 퍼졌다. BTS는 이날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의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UN SDGs Moment)' 개회식에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참석했다.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주제로 한 BTS의 개회식 연설 다음에 'Permission to dance' 퍼포먼스 영상이 유엔 총회장은 물론 유엔 웹TV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지난 2년의 삶에 대한 10대와 20대들의 답은 '지금, 잘 살아가자!(Let's live on!)'라고 개회식 연설의 말문을 연 BTS는 "많은 젊은이가 말하기를 코로나19로 인해 한순간 세상이 변하고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자연과 함께한 특별한 시간이 많았고, 지구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라고 전하며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전했다.
연설 말미에서 미래 세대를 대표하여 "우리의 미래에 대해 너무 어둡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 우리가 주인공이 될 이야기의 페이지가 한참 남았다"라며 "벌써 어두운 엔딩처럼, 코로나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미래 세대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새롭게 용기 내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웰컴 제너레이션(Welcome Generatioin)'이라고 강조하며, 세상은 멈추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UN SDGs 고위급회의' 인터뷰 자리에서 BTS는 "현재 세대인 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미래 세대인 젊은이들로서, 공평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설정된 공동의 목표인 유엔의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중요성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SDGs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BTS를 특사로 임명한 이유에 대해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세계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어 그들이 보다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역할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코로나를 이기기 위해 경계를 허물어, 한 나라에서 지구 전체로 확장된 '지구공동체 시대'가 되었다"며 "모든 나라가 최선의 목표와 방법으로 보조를 맞추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대로 그날 BTS는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BTS는 흔한 말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 아티스트로 불린다. 그들이 내놓는 노래뿐 아니라 말과 행동, 옷, 사용하는 물건 등은 세계의 많은 팬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 그 영향력이 미친다. 이번 유엔 총회에서 BTS는 기후변화, 환경 이슈, 지속가능성 등 그들의 연설 내용과 결을 같이하며 국내 친환경 업사이클 패션브랜드의 옷을 입었다. 그동안 BTS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미쳤다.
2018년 9월 제73차 유엔총회의 유엔아동기금(UNICEP)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발표 행사에서 BTS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젊은 세대를 향해 "스스로를 사랑하고 목소리를 내자"라고 발언을 했다. 지난해 9월 제75차 유엔총회 보건 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메시지를 낸 데 이어 이번 세 번째 유엔 연설에는 외교관 자격으로 참석하여 기후위기 대응과 SDGs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BTS가 SDGs의 중요성을 말한 9월 20일 네이버의 'SDGs' 검색량은 검색어 순위가 조사 가능한 201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일 유엔본부에서 전송된 'Permission to Dance' 퍼포먼스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유엔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만 조회 수 1200만 건을 돌파했다. 유엔 유튜브 계정에 있는 모든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다. 유엔은 이 영상을 "SDGs의 중요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모으고 행동에 영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트위터에서는 '#BTS' '#SDGs'라는 태그의 트윗이 쇄도했으며, 뉴스서비스 분석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빅카인즈에 따르면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BTS와 SDGs를 담은 기사는 287건에 달한다.
BTS가 말한 SDGs는, 전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유엔과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SDGs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지구촌의 중요한 발전 프레임워크를 제공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의 후속 의제로 2015년 9월 채택되었다.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된 SDGs는 사회적 포용, 경제 성장, 지속가능한 환경의 3대 분야를 유기적으로 아우르며 '인간 중심'의 가치 지향을 최우선시한다.
최근 뜨거운 주제인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환경, 사회, 거버넌스)는 2020년 초 발표된 세계 최대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 CEO 래리 핑크의 연례 서한으로 촉발되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SDGs나 ESG에 대한 관심과 공감은 당연히 유엔 등 국제사회와 세계의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을 들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때로 BTS나 래리 핑크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의 선한 영향력이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ESG라는 단어를 듣게 되기를 기대하는 게 과한 욕심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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