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0월부터 남북 간 통신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군비 증강 및 군사 훈련 등의 사안에서 남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30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째 회의에서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투쟁방향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남북 및 북미관계 등 대외 문제를 언급했는데, 그는 "경색되어 있는 현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할 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10일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이유로 중단했던 남북 간 통신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번 연락선 복원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향후 남북관계 개선 여부는 남한의 태도 변화에 달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번 통신선 연결이 추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남한의 군비 증강 및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대한 남한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군사 부문에서의 남한의 변화가 없다면 이후에도 남북 간 통신을 비롯한 관계 개선이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증강, 동맹 군사 활동을 벌리며 조선반도 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사이에 더욱 복잡한 충돌위험들을 야기시키고있는 데 대하여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남조선에서 우리 공화국을 '견제'한다는 구실 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있고, 우리를 자극하고 때없이 걸고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해 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는데 대하여 다시금 명백히 상기한다"며 남한의 적대적 군사 행동 및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남한이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대결적인 자세와 상습적인 태도부터 변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민족 자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북남관계를 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게있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며 "남조선은 북조선(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시했던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계속 미국에 추종하여 국제공조만을 떠들고 밖에 나가 외부의 지지와 협력을 요구하는데만 급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 남조선이 제안한 종전선언 문제를 논한다면, 북남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로 하여 예상치 않았던 여러가지 충돌이 재발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여야 할 중대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에 대해서는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며 당장은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 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세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위험은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물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강권과 전횡"이라며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하여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면서 한층 복잡 다단해진 것이 현 국제정세 변화의 주요특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의 강도적 논리에 맞서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이런 위험한 흐름을 억제할 우리의 부동한 입장을 철두철미 견지하며 필요한 모든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밝혀 지난 28일과 15일에 있었던 미사일 시험 발사 등과 같은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위한 군사 활동은 계속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대해 정부는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의 안정적 운영을 기대하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30일 이종부 통일부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 연설을 통해 남북 통신 연락선을 10월 초부터 복원할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비해 나갈 것"이라며 "통신선 연결 관련 언급이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통신선 복원과 안정적 운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남북 간 통신선 연결이 실제 이뤄질 경우 지난 7월 말에 정부가 제안했던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이 우선적으로 논의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그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제기하거나 확인하는 조치할 것"이라며 "남북 간 현안의 우선순위 논의도 같이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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