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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 “사북항쟁 피해자 명예회복·구제 위한 법적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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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 “사북항쟁 피해자 명예회복·구제 위한 법적 대책 시급”

“2기 진화위는 피해자들을 즉시 구제할 수 있도록 직권조사 해야”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은 “사북항쟁에 참여한 광부와 부녀자들에 대한 국가공권력의 잔혹한 폭력을 고발하기 위해 펴낸 책이 '사북항쟁과 국가폭력'”이라며 “피해자 명예회복과 구제 위한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중학교 2학년 때 사북항쟁을 목격한 황인욱 소장은 40년이 흐른 뒤 ‘사북항쟁과 국가폭력’을 통해 ‘1980년 사북에서 공권력은 명백한 고문폭력 기구였으며 대한민국은 고문공화국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이 최근 펴낸 '사북항쟁과 국가폭력'을 들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레시안(홍춘봉)

황 소장은 지난 해 사북항쟁 40주년을 맞아 구술자료 총서 형식으로 기획한 ‘1980년 사북 항쟁의 발발과 명예회복 과정’, ‘1980년 사북 여성의 탄광살이와 항쟁참여’, ‘1980년 사북 항쟁과 그 이후의 삶’ 등을 역사문제연구소와 함께 펴낸 데 이어 올해 ‘항쟁의 긴 그림자-가려진 국가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의 실상과 특이점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책을 내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사북항쟁은 외부에서 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정작 사북에서는 남의 일처럼 관망하거나 외면했다. 사북 주민들은 사북항쟁의 진실을 가장 잘 알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북항쟁’에 대한 지역의 분위기를 안타깝게 생각하다가 2018년부터 공추위 일을 도우면서 사북항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지역 사료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북항쟁 고문피해 여성들에 대한 동영상 증언 CD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사북 사건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2008년 무렵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조사 과정에서 기록된 영상으로 추정되는데, 이 충격적인 영상을 본 후 사북 사건의 실상을 알리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자료 수집에 나섰다.”

-사북항쟁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었나.

“2018년에 ‘배신당한 사북의 봄’이라는 영상물을 제작했다. 1980년 사북항쟁에 참여했던 광부와 부녀자들에게 보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당시 합수부가 저지른 야만적인 고문 실태를 고발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2019년 사북항쟁 기념식에서 상영해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2020년 40주년을 맞아 청년 예술가와 함께 ‘사북항쟁가’를 만들고 역사연구자들과 힘을 합쳐 구술기록을 종합하고 특별 영상도 제작했다. 특히 올해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에 관한 보고서는 큰 반향을 불러 방송과 신문의 주목을 받는 등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사북항쟁 보고서가 2030세대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들었다.

“사북항쟁 보고서가 기념식이후 언론에 보도되면서 잔혹한 국가폭력 사실이 확인되자 2030세대에서 편견 없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기성세대는 노조지부장 부인의 린치사건과 광부 폭동으로만 사북사건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지프차로 광부들에게 부상을 입히고 뺑소니친 사건 때문에 억눌려 있던 광부들의 응어리가 폭발한 것을 젊은 세대들이 이해하고 있다. 또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합수부가 약속을 어기고 무자비한 고문을 자행한 사실을 전해들은 2030세대가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에 호응하는 댓글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사북항쟁이 사북에서도 제대로 인식 받지 못하고 있다.

“사북항쟁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편향되어 있다. 그런 것은 사북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신군부의 언론통제로 사북항쟁 하면 지부장 부인의 린치사건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1980년 고문을 자행한 당시 공권력(합수부)이 고문피해자들을 풀어 주면서 ‘이 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발설하면 다시 붙잡아다가 요절내겠다’는 협박 때문에 고통과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수십 년간 주변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입을 닫고 살아야했다. 

국가폭력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의 삶이 40년 이상 망가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 2세들이 피해를 대물림하고 있다는 사실도 대부분 모르고 있다. 광부들의 폭동으로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으려면 사북항쟁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이 사북항쟁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리는 길이다.”

-고문피해자 2세들의 대물림 피해사례를 설명해 달라.

“중학교 동창인 한 친구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북 사건으로 모두 붙잡혀 가고 그 무렵부터 망가진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교에도 진학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사북을 떠나 공사판을 전전하다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아직도 고문의 고통에 짓눌리며 살고 있다. 친구는 공사장 인부로 전전하다가 결혼도 못하고 하층민 생활을 하고 있다. 그 바로 아래 동생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또 다른 고문피해 가족의 아들은 역시 공사장에서 사고로 팔다리를 잃고 장애인으로 어렵게 살고 있다. 이처럼 사북에서 일어난 국가폭력은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그 2세들에게로 가난과 고통이 대물림 되고 있다.”

-2008 1기 진화위에서 사북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결정을 내리고 국가에 사과 권고하지 않았나.

“2005년 제1기 진화위가 출범해 2006년 1월부터 사북항쟁 피해자 20명의 신청을 받아 진실규명을 시작했다. 당시 진화위는 ‘사북사건 합동수사단은 연행된 광부들과 부녀자들에 대해 무자비한 고문과 폭행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1기 진화위는 선량한 광부와 부녀자들을 대규모 항쟁에 나서게 만들었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을 ‘우발적 교통사고’로 규정하는 인식의 한계 속에서 국가폭력의 실상을 충분히 밝혀내지 못하고 마무리했다. 

또 1기 진화위는 국가의 사과,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 등 3가지 권고를 제안했지만, 핵심 당사자인 국가가 이를 계속 방관하고 있고 지난 2018년 당사자들이 대통령에게 국민청원을 통해 진화위의 권고이행을 촉구했으나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조속히 국가 사과가 나와야 한다.”

-2기 진화위에게 당부하고 싶은 내용은.

“1980년 사북에서 벌어진 사건을 국가폭력이라는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들의 억울했던 상황을 밝히고 폭도라는 누명부터 벗어야 했던 피해 당사자들이 이것을 국가폭력으로 인식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2기 진화위는 사건의 직접적 발단이자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공권력의 폭주를 우발적인 교통사고로 바라보는 오래된 편견에서 벗어나 사북항쟁 후 벌어졌던 국가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오랜 기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을 즉시 구제할 수 있도록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

-피해자 숫자가 제각각이다.

“당시 연행자 명부를 여러 개 확보했는데 이것만 정리해도 총 180명 가량의 피해자들이 확인된다. 이름과 본적, 주소 등이 모두 표기되어 있는 명부에는 구속된 관련자들의 이름조차 다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것으로보아 피해자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명이인으로 엉뚱하게 붙잡혀 고문을 당한 뒤 풀려난 경우도 여럿 있다. 

200명 넘게 연행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불법 연행 후 곧바로 고문 취조가 시작되었으므로 거의 전부가 국가 인권침해 피해자로 볼 수 있다. 2기 진화위는 이번에 제출된 피해자 명단을 가지고 즉시 직권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당시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피해자들에 대한 정확한 숫자 파악부터 시작해야 한다.”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이 최근 펴낸 '사북항쟁과 국가폭력'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홍춘봉)

황인욱 소장은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2011년부터 카지노 인접지역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 사북으로 내려와 현재까지 교사이자 지역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폭력 피해자로서 2018년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실태조사연구보고서의 고문피해자 심층 인터뷰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8년부터 사북항쟁 진실규명에 관심을 갖고 조사 연구작업을 해왔다. 같은해 사북항쟁 관련자 이원갑과 이명득을 제8회 진실의 힘 인권상 후보에 추천했다. 최근에는 1980년 사북사건 연행자 명단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당시 공권력의 이름으로 벌어진 대규모 집단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를 찾아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 제출을 돕는 등 사북항쟁의 역사적 평가와 피해자 구제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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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

강원취재본부 홍춘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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