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은 "시기상조"라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4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이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 부상은 "벌써부터 일각에서 종전선언을 두고 각측의 이해관계와 셈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기는 어려워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 우연치 않다"며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산생되는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예외없이 미국의 대조선(대북한) 적대시 정책이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2월과 8월에 미 본토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미니트맨-3'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도, 5월에 전격 발표된 미국 남조선(남한) 미사일 지침 종료선언도, 일본과 남조선에 대한 수십억 달러 분의 무장장비 판매승인도 모두 우리를 겨냥한 것"이라며 그간 미국의 적대 정책에 대해 열거했다.
리 부상은 또 "얼마전 미국이 오스트랄리아(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서도 우리는 각성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조선반도와 주변의 지상과 해상, 공중과 수중에 전개되어 있거나 기동하고 있는 미군 무력과 방대한 최신 전쟁자산들 그리고 해마다 벌어지는 각종 명목의 전쟁연습들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날이 갈수록 더욱 악랄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리 부상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는 '도발'로 매도되고 우리를 위협하는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군비증강 행위는 '억제력 확보'로 미화되는 미국식 이중기준 또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조선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에로 치닫고있는 속에 종이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철회에로 이어진다는 그 어떤 담보"도 없으며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갈했다.
리 부상은 "오히려 미국-남조선 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현 시점에서 조선반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며 "우리는 이미 종전선언이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며 종전선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이에 대해 종전선언 당사국인 미국은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22일(현지 시각)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과 대화 및 외교를 통해 한반도 내의 영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보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당장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리 부상이 담화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지금까지 장기간 지속되여오고 있는 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것을 공개하는 정치적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며 "평화 보장체계 수립에로 나가는 데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힌 만큼 당사국 간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또 북한이 종전선언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려는 전략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종전선언 협의에 응할 여지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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