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23일 2차 TV토론에서 윤석열-홍준표 두 주자 간의 선두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지정된 토론 주제는 '경제'였으나 외교안보·사법 분야까지 넘나든 설전이 벌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차 TV토론 당시 답변자로 안상수·원희룡 후보를 지목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홍준표·유승민 후보를 지목하며 한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홍준표 의원 역시 1차 토론 당시 윤 전 총장에게 '보수 궤멸' 책임론을 제기했던 것과 대비되는 전략을 들고 왔다. 홍 의원은 "당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탄핵) 1년 뒤 위장 평화 지방선거 바람으로 참패했다. 모두가 다 제 잘못이다"라고 했다. 대신 이날은 각종 정책 관련 질문을 전방위적으로 퍼부으며 의정 경험으로 윤 전 총장을 몰아붙이려 시도했다.
홍준표·유승민 '공약 베끼기' 주장에…윤석열 "특허 있나?"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반값 주택' 공약에서 LTV 비율을 80%로 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및 최근 중국의 헝다그룹 사태 등을 언급하며 "LTV 80%로 해주고 깡통 전세로 부실이 생기면 정부가 보충해줄 것이냐"고 공격했다.
윤 전 총장은 "LTV 80%는 청년원가주택(한정)이고, 그 원가 자체가 시가의 절반"이라며 "LTV는 실링(ceiling)만 정하는 것이고 각 금융기관이 자율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정세균·이낙연·송영길·유승민 공약을 '짬뽕'했다"며 "(공약 발표 때 언급한) '국익우선주의'라는 것도 제가 한 이야기"라고 공격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정책 관련 경험이 적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다른 주자들도 윤 전 총장에 대해 비슷한 공격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군 복무 청년에게 주택청약 가점 5점을 주는 공약이 제 공약과 똑같더라"고 지적했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제 공약(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이 완벽한 거 같으니 갖다 쓰셨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적극 반박했다. 2차 주도권 토론 때는 6분 전체를 '공약 베끼기' 반박에 할애할 정도였다. 윤 전 총장은 먼저 홍 의원에 대해 "'국익우선주의'라는 말을 누군들 못 쓰겠느냐"며 "'국익 우선'이란 말도 특허가 있나"라고 반격하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윤 전 총장은 유 전 의원에게는 "외교안보 공약 100개 중에 하나, 청약 5점 가산 문제를 제가 베꼈다고 하는데 이건 원래 금년 1월에 하태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들어 있는 내용 아니냐"며 "이런 공약은 민주당도 계속 얘기해왔고, 저희가 베낀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군 제대한 청년들을 일일이 인터뷰해서 모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 전 지사에게는 "자영업 회복 프로젝트 100조라고 했는데, 원 전 지사는 100조를 다 재정으로 한다고 했고 저는 43조와 대출보증료 5조 원만 재정으로 했다. 실현 가능성, 국민 부담 차원에서 한 번에 100조를 (재정으로) 넣는 게 가능하냐"고 역공을 폈다. 이에 원 전 지사가 "제 공약을 제대로 안 보셨다"고 반박하자, 윤 전 총장은 "그러면 베낀 게 아니네요?"라고 유연하게 응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오히려 "참고로 어느 후보든지 제가 낸 공약을 갖다 쓰시고 싶은 분 있으면 쓰시라. 특허권이 없으니까"라고 말해 '베끼기' 공격을 한 이들을 싸잡아 겨냥했다.
윤석열 "핵공유? 듣기에만 사이다" vs. 홍준표 "文정권 사람이 윤석열 대북정책 참모"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는 윤 전 총장이 먼저 홍 의원을 지목해 "종전에는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나토식 핵공유를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해서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고 핵군축으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이 과거 서독의 사례를 들어 나토식 핵공유가 뭔지 설명하려 하자 윤 전 총장은 "그건 러시아(구소련)는 핵보유를 인정받은 나라였지만 북한은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이다. 유럽과 우리는 실정이 완전히 다르다"며 "(핵공유론은) 일견 듣기에는 국민이 사이다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향후 핵협상 관련 국익에 손해가 날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홍 의원은 이에 직답하는 대신 "윤 후보 진영의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문재인 정권 사람"이라며 "윤 후보 대북정책을 보면 문재인 정부 2기 대북정책이다. 그 정책으로 국민이 골병들고 있는데"라고 반격했다.
윤 전 총장에게는 홍 의원 외의 다른 후보들의 공격도 집중됐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차 토론 당시 윤 전 총장이 황교안 전 대표의 부정선거 음모론 주장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우호적 태도를 보인 것을 문제삼으며 "(윤 전 총장) 발언 때문에 음모론 쫓아가는 정당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황 후보가 동의를 구하는 말을 했기 때문에 '나도 좀 이상하긴 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지 않느냐' 하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전 의원도 같은 지점을 지적하며 "황 후보가 저렇게 애타게 부정선거라고 하는데 윤 전 총장, 4.15 총선이 부정선거였느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법조인이라 '제가 퇴직할 때까지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부인하는 취지로 답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지휘한 수사로 인해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윤 후보가 과연 통합·치유(의 후보)가 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저는 진영에 관계없이 이쪽이든 저쪽이든 다 똑같이 했다"며 "공평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통합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 원칙과 가치가 없는 통합은 지속 가능한 통합이 아니고 일시적 야합에 불과할 수 있다"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의혹 관련 질문에는 "이런 사건을 다뤄봤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견적'이 나오지만, 이 자리에서 수사 기법 관련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하며 다만 "자금 추적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금 추적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자칫 시간을 지체하며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홍준표도 집중공격…"이재명 닮은꼴", "검수완박? 조국과 썸타나"
홍 의원에게도 다른 주자들의 공격이 집중됐다. 하태경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썸'을 탄다"며 "검수완박 공약을 했는데, 조 전 장관 주장과 똑같다"고 했다. 홍 의원이 국가수사본부를 미국 FBI처럼 독립시키고 검찰은 보완수사만 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은 데 대한 비판이었다.
유승민·최재형 후보는 홍 의원이 '강성 귀족노조' 대책으로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을 동원하겠다고 했던 것에 대해 "헌법 요건에 안 맞는다"(유), "초법적 방법으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최)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 전 원장은 "홍 후보 말씀을 보면 국민 지지를 얻기위해 법의 범위를 넘는 말을 하는데, 그런 면에선 (본인이) '경기도의 차베스'라고 한 이재명 지사와 닮았다고 생각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홍 의원이 "구미 박정희 생가에 가서 봉변을 당했는데 '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고 공격하자 "저는 탄핵, 박근혜 이 문제에 대해 홍 후보같이 여러 번 말을 바꾸지 않았다"며 "홍 후보 같은 분이 어떻게 보면 진정한 배신자다. 그렇게 말을 바꾸면 그게 배신이지 소신이냐"라고 거칠게 받아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제가 배신자냐. 저는 박정희 생가에 가서 대환영을 받았다"고 반격했으나, 유 전 의원은 "오신 분들이 참 이상한 분들이다. 일반적 시민들이 아니고 조원진 대표가 하는 우리공화당 사람들"이라며 "우리공화당 환영을 받은 게 자랑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과거 2007년에는 박근혜 후보의 핵심 경제참모로 '줄푸세'를 주장했는데 2015년에는 중부담 중복지, 2016년에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발의했다. 경제정책 입장의 변천이냐"고 묻자 "박근혜 정부 때 '줄푸세'는 제가 한 게 아니다. 잘못 알고 계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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