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중국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SCMP는 국제 금융 전문가들을 인용해 "헝다의 디폴트 전망이 중국 경제를 전반적으로 위협하는 더 큰 문제들을 촉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시스템의 안정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헝다를 지원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가 구제에 나선다면 부동산 분야의 고삐를 죄려는 당국의 캠페인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헝다의 위기가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에도 파장이 미칠 경우에만 디폴트 방지 지원에 나설 것이다. 이는 중국 전체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헝다만의 개별적인 위기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부채가 350조원에 달하는 헝다는 오는 23일 5년물 채권의 이자 8천350만 달러(약 993억원) 지급이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헝다가 이미 많은 협력업체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극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길이 막혀 결국 디폴트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급부상했다.
헝다의 위기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날 홍콩 증시에서 헝다를 위시한 중국 본토 및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가 3% 급락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온 한 축인 부동산 업계가 무너지면 이들 업체와 거래한 대형 국유은행들이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보고서에서 "중국 은행권의 자산은 45조 달러 규모이며 부채는 30조 달러 규모"라면서 "350억 달러 규모 은행 대출을 포함한 헝다의 채무는 상황을 바꾸게 할 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헝다의 재정상태는 중국 부동산 분야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헝다는 다른 부동산회사들 보다 빠른 속도로 채무가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 수년에 걸쳐 붕괴했다"고 전했다.
이어 "(헝다 위기로 인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의 사업 모델이 총체적으로 무너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금융 소프트웨어 제공사 뮤렉스의 분석가 알렉산더 본은 헝다 사태와 13년 전 미국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글루벌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는 2007년부터 불거진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파산했다. 이로 인한 연쇄 작용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본은 "헝다 위기가 실물 경제를 통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끼칠 위험은 있다"면서도 "우리는 중국판 아시아 금융 위기의 문 앞에 서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티그룹도 보고서에서 헝다 위기가 중국에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야기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당국이 시스템적인 위기를 방지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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