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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좀 도와주세요"...21년 전 죽음과 맞바꾼 한국사회, 그러나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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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좀 도와주세요"...21년 전 죽음과 맞바꾼 한국사회, 그러나 아직도

ⓒ이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홈페이지, 프레시안, 네이버 블로그

짜증이 난다.

아파서 짜증이 나고, 일하지 못해 짜증이 나고, 눈치보여 짜증이 나고, 그래서 더욱더 짜증이 난다.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치면 칠수록 항상 제자리. 


난 항상 그래. 정말 이럴 땐 딱 죽고 싶다. 모든 걸 잊고 죽고만 싶다. 인간에게 질려 버리고 짜증이 난다. 남자! 남자! 남자가 싫어진다.

자꾸 외롭고 슬퍼지는 이유는 뭘까? 하루 하루 더 할수록 이런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하루 어디에서 내 기분 내키는대로 발길 가는 대로 스트레스 좀 풀고 싶다. 예전엔 그럴 수 있었는데... 자주는 아니었어도 가끔 아주 가끔 견디기 힘들 때 그 땐 내 세상 속에서 살았는데... 언제쯤 그런 날이 올까?

두렵다. 일이 두려워진다. 난 아프기 싫은데 자꾸 아프니까 싫다. 나! 나좀 도와주세요.
제대로 인간답게, 사람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요. 이 정도면 옛날에 죄값은 다 치른 것 같은데 제 생각만 그런가요.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고 저 좀 도와주세요.                

 -2000년 9월 17일 아침 6시 25분경-


21년 전인 2000년 9월 19일 오전 9시 17분. 

전북 군산시 대명동의 속칭 '쉬파리골목'의 유흥업소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구출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20대 여성으로, 포주에게 붙잡혀 인신매매돼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었다. 

화재 당시 여성들이 이곳을 피해 탈출하지 못한 것은 창문에 달린 탈출방지용 쇠창살과 두꺼운 철제문으로 잠겨진 출입구 때문이었다.

결국 여성들은 그 좁디좁은 업소 안에서 발버둥치며 모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꽃다운 나이, '인신매매'라는 악의 덫에 걸려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감금과 폭행, 금품갈취, 성매매강요, 성착취 등 인권을 무참히 짓밟히면서 그토록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다간 그들.

바로 오늘이 군산 대명동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로 운명을 달리한 슬프고도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그날이다.

이 참사가 있기 전 불과 이틀 전에 쓰여진 어느 여성의 일기장에 쓰여져 있던 "나! 나좀 도와주세요"라는 간곡한 부르짖음에 우리는 응답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이 불씨가 돼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문제가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게 만들게 했고,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만드는데 불쏘시개가 됐다.

한국사회가 성매매 문제를 인권 시각에서 접근하게 하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결국 유명을 달리한 여성들이 오히려 한국 사회인식 변화에 도움을 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오피스텔·원룸과 불법 마사지업소 등 음성화 된 성매매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21년 전 오늘 "모든 걸 잊고 죽고만 싶다"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친 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에관한법률' 및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2004년 9월 23일)을 하루 앞두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발표한 성명서 가운데 요구사항은 이러했다.

- 정부는 성매매방지법이 철저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유착비리를 청산하고 이미 제시된 정부의 종합대책 추진을 위한 확실한 집행체계를 확보하라 !


- 정부는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를 통해 성매매의 예방과 집행 그리고 성매매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임을 철저히 수행하라 !

- 사법부는 성매매방지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여성인권 보호와 알선범죄 처벌을 철저히 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성매매 인식 전환의 잣대가 될 올바른 판결을 위해 노력하라 !

- 경찰 및 수사기관은 성매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의 원칙으로 삼음과 동시에 성매매전담 수사 인력보강 등 집행력을 강화하여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있는 일체의 불법적인 성매매범죄를 철저하게 단속하라 !

- 기업, 군대, 교육기관 등은 성매매를 유발하는 접대문화와 회식문화의 관행을 개선하여 성매매를 사전에 예방함과 동시에, 성매매 예방교육 등 성매매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 !

- 이 땅의 우리 모두는 다시 한 번 성매매가 사회적 범죄임을 인식하고, 성매매근절을 위해 주변의 유해환경과 불법적 성매매 알선 및 행위를 감시하고 예방하여 성매매 근절활동에 참여하자 !


잊어서는 안될 그날의 상황을 전북소방본부가 당시 정리해 놓은 화재발생에서부터 문제점 및 대책까지의 자료를 되살펴 본다.


I. 화재발생 개요

1. 발화일시

가. 발화시간 : 2000. 9. 19 09:17경으로 추정

나. 각지 / 출동시간 : 09:18:30 / 09:19:30

다. 초진시간 : 09:35

라. 완진시간 : 09:40

2. 발화장소

가. 위 치 : 군산시 대명동 138 - 18

나. 피해자

○ 건물주 : 김진철(남, 50세)

○ 세입자

- 1층 1호실 및 3층 : 박해준(남, 29세)

- 1층 2호실 및 2층 : 전갑덕(여, 65세)

다. 용 도

주택이나 윤락행위 영업을 하는 장소

3. 원 인 : 조 사 중

화재현장 도착 당시 건물 2층 창문에서 화염과 연기가 분출되고 있었으며 화재조사 결과 2층 전체의 탄화정도가 심하여 정확한 발화원을 찾을 수 없으나 탄화정도 및 연소경로 등을 살펴본 바 2층 통로옆 침구류 및 수납장이 설치된 부분에서 최초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정밀한 조사가 요구됨(현재 군산경찰서와 국과수에서 조사중)

4. 피해상황

가. 인명피해 : 사망 5명 (부상자 없음)

나. 재산피해 : 7,465천원

1) 부동산 : 5,575천원

2) 동 산 : 1,890천원

Ⅱ. 화재전 일반상황

1. 건물구조 및 일반현황

가. 건물구조 : 양식 내화조 슬라브 3층 231.02㎡

○ 1층 - 주택 거실 및 방2개(수용인원 6명) : 89.28㎡

○ 2층 - 주택 욕실 및 방7개(수용인원 14명) : 86.40㎡

○ 3층 - 주택 방4개(수용인원 12명) : 55.34㎡

나. 화기취급 상황

○ 1층 - 가정용 가스렌지1대, LPG 2통(20㎏용, 용기-2층 보관)

○ 2층 - 화기취급사항 없음

○ 3층 - 화기취급사항 없음

2. 예방활동 상황

가. 경방카드 비치 및 정비여부 - 해당없음 (소방관리 비대상물)

나. 소방검사 및 훈련지도 실시 - 해당없음

3. 소방시설 현황 및 사용현황

○ 소방시설 없음

4. 인근 지·수리 상황

○ 건물 정면 진입도로 폭 8m 일방통행도로

○ 사고 당일 다수 주·정차 차량으로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음

○ 화재현장에서 30m 거리에 지하식 소화전 1개소 배치


Ⅲ. 화재방어 활동상황

1. 화재접수 및 출동지령시간

○ 화 재 접 수 - 09:18:34

○ 최초신고자 : 윤대훈(전화445-0823)

○ 제1차출동지령 - 09:19:30

․출동대 : 금동·경암·사정파출소, 구조대

○ 제2차출동지령 - 09:27

․출동대 : 나운·항만파출소

2. 방어활동 상황

가. 선착대 도착시 연소상황 및 조치

1) 선착대 도착시 화세

○ 금동파출소 구급차가 구급업무를 마치고 본서로 귀서중 화재현장 300m 지점에 분출되는 연기를 보고 현장으로 출동한 바 도로변 건물 2층 창문 2개소에서 짙은 연기가 나오고 있었으며 구 허리우드 극장쪽 골목길 2층 창문에서 화염과 연기가 분출되고 있었음

○ 본서(금동파출소) 선발대 지휘차, 펌프차, 구조차, 물탱크차,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시에도 도로쪽 2층 창문에서 화염과 연기가 분출되고 있는 상태였음

2) 조치

○ 금동파출소 구급차 구급대원은 현장 및 주변에 주차한 차량을 이동시키고 도로가 일방통행인 관계로 타 차량이 현장도로 진입 및 소방차부서 위치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구급대원 김주일이 군산역 앞 진입로 부근에서 차량통제에 주력함

○ 금동파출소 펌프차는 인접건물에 대한 연소방지를 위해 집중방수하였으며 또한 건물 2층 내부로 진입 화점에 집중방수하며 화재진압 및 인명검색 실시함

○ 경암파출소 펌프차는 건물2층에 진입 화재진압․인명검색 실시

3) 인명구조활동

○ 화재당시 화재건물에서 약 200m 떨어진 전신주에서 전기공사를 하던 중석전설 소속 직원들이 화재가 발생한 것을 감지한 후 작업중이던 크레인 차량을 몰고 현장에 도착하여 3층에서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박태영이 크레인을 조작하고 오영민이 크레인 끝부분에 자신의 몸을 묶어 3층에 있는 요구조자 1명을 구조함

○ 당시 금동파출소 구급차는 중석전설 크레인이 2층 창문을 파괴할 때 현장에 도착하여 구급대원 소방사 채형석은 중석전설 직원들과 함께 인명구조 활동에 임함

○ 구조대 구조차는 현장도착과 동시에 구조대원 소방사 박승권․고경진은 구 허리우드 극장쪽 골목길을 통하여 화재건물로 진입하여 인명검색을 실시한 바 2층 7번방에서 사망자 1명 발견함

○ 건물 정면 2층 창문으로 진입한 경암파출소 소방장 김창완외 2명은 건물내부로 진입하여 화재진압 및 인명검색 실시 도중 사망자를 4번방에서 1명, 2번방에서 1명, 1번방에서 1명, 3번방에서 1명을 발견하여 총 4명 발견함

○ 발견당시 이들은 모두 숨진 상태였으며 사체는 밖에서 대기중이던 구급차에 옮겨져 군산의료원에 이송 안치함

나. 각 출동대별 방어활동 상황

○ 금동파출소

- 펌프차 2대 : 화재건물 정면으로 배치하여 방수

- 물탱크차 1대 : 펌프차에 중계 보수

○ 경암파출소

- 펌프차 1대 : 금동 물탱크차 뒷면에 부서하여 방수

○ 사정파출소, 나운파출소 및 기타차량

- 화재건물 도로변에서 군산역 방향으로 도착 순서대로 부서하여 방수


Ⅳ. 문제점 및 대책

1. 문제점

가. 건물구조상

․화재건물 내부 통로가 한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통로로 연기가 체류함.

․건물 내장재 및 칸막이가 합판 등으로 급속히 연소 확대

․각 방 창문에는 탈출 방지 및 방범용 창살 설치로 탈출 곤란

․사망자 5명중 4명은 웅크린 자세, 1명은 누운 형태로 탈출할 수 없는 고질적인 건물 구조형태

나. 예방활동상

․소방법상 특수장소에 해당 안됨 - 건축용도는 주택으로 건물허가만 득하여 소방 정기검사 대상은 아님

․사회의 사각지대로 행정관청의 지도 미흡

․전자제품 점포로 위장한 후 실제 윤락행위를 하는 곳으로 평소 행정기관 지도대상에서 누락

다. 방호활동상

․화재건물 내부통로 협소로 진압요원 활동공간 확보에 어려움.

․창문에 쇠창살 설치로 옥내진입을 위한 창살제거에 시간 소요

․진입도로가 일방통행으로 소방차 포위 부서 배치와 진압에 어려움

2. 대 책

․윤락업소 지도감독을 위한 특별한 대책방안 강구(유관기관 협조)

․윤락여성 등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

․일방통행 도로상 주·정차 금지 등 지속적인 단속방안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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