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이 끝나고 난 후 아픈 것은 허한 것이다. 월경 때에 출혈량이 적고 색이 옅은 것은 혈이 허한 것이고, 양이 많은 것은 기가 허한 것이다. 월경이 시작되려고 할 때 아프거나 월경혈이 덩어리져 나오는 것은 순환이 울체된 것이다. 월경혈이 검은 자줏빛을 띠면 순환의 울체와 열이 함께 있는 것이다.
凡行後作痛者, 虛也. 小而淡者, 血虛也. 多者, 氣虛也. 其將行作痛, 及凝塊不散者, 滯也. 紫黑色者, 滯而狹熱也.“ - 동의보감 내경편 권3 포胞 에서 -
생리통은 가임기 여성의 절반 정도가 경험한다고 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그래서인지 기절할 정도로 아프지 않은 이상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냥 참고 견디거나 통증이 좀 더 심하면 며칠 진통제를 복용하고 넘기는 환자들을 자주 본다. 갱년기 증후처럼 생리통 또한 여성이면 으레 겪어야 하는 불편함 정도로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통증은 살아있다는 증거지만, 우리 몸에 의미 없는 통증은 없다. 생리통 또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생리통은 크게 2가지로 나눈다. 원인이 될 만한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일차성과 특정 질환이나 원인에 의해 유발되는 이차성 생리통이 그것이다. 이차성의 원인으로는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그리고 자궁 내 피임장치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이차성 생리통은 원인이 되는 질환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일차성 생리통은 초경 때부터 시작해서 이십 대에 많이 발생한다.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진통제와 같은 통증에 초점을 둔 대증요법을 많이 사용한다.
한의학에서는 생리통을 치료할 때 자궁과 난소가 있는 아랫배라는 공간에 초점을 두고, 이 공간적 환경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찾고, 여기에 몸과 감정의 상태가 주는 영향을 함께 살핀다. 생리통은 작게는 자궁과 난소라는 생식기관의 문제, 크게는 몸 전체의 흐름과 감정의 문제가 통증이란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본다. 일차성은 물론이고, 이차성 생리통의 원인이 되는 질환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생리의 양상에 따른 몸의 해석도 이런 관점의 표현이다. 평소 몸이 약하고 혈이 부족하면 생리로 인한 출혈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고 그 양도 적다. 생리량이 많은 것을 기가 허한 증상으로 본 것은, 신체 에너지가 부족해서 적당한 수준에서 멈춰야 하는 출혈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경우라면 부족한 기와 혈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생리가 시작하려고 할 때 아프기 시작하고 생리혈이 덩어리지거나 색이 어두운 것은 평소 아랫배란 공간으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을 ‘체滯’라고 표현하고 이것이 심해지면 염증성 상태가 되면서 ‘열’이 발생한다고 본다. 흔히 ‘골반 내 울혈 증후군’이라고 표현하는 상태로, 많은 일차성 생리통과 이차성 생리통의 원인이 되는 질환들이 이 상태로부터 시작된다.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임신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생리통과 관련된 한의학적 처방들이 혈의 흐름을 개선하고 뭉친 것을 풀어내고 통증을 그치게 하는 약재들을 중심으로 어혈을 풀어내는 약재들이나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재들로 구성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재들과 침과 뜸과 같은 치료를 통해 자궁과 난소를 둘러싼 공간을 기혈이 잘 흐르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진료를 하다 보면 아랫배라는 공간으로의 흐름이 가슴에서부터 막혀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감정적 스트레스, 오래 앉아 있는 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한 안 좋은 자세 그리고 운동부족 등으로 인해 횡격막 위쪽의 긴장이 높아지고 압력이 몰린다.
위로 몰리고 아래로는 흘러가지 않는 흔히 말하는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몸통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자궁과 방광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된다. 증상은 생리통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문제는 가슴에 있다. 이때는 가슴에 몰린 흐름을 풀어야 생리통이 사라지게 된다.
최고의 건강은 어쩌면 아무런 느낌이 없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느낌이 있는 곳에는 저항이 있는 것이고, 통증은 잘 통하지는 않는 저항 상태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내 몸과 감정이 무엇에 저항하고 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몸과 감정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화해해야 한다.
그녀들을 위한 레시피 : 브로콜리스프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초경의 당혹스러움을 받아들일 즈음부터 매달 찾아오는 월경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으며 산다. 심지어 적지 않은 여성들이 극심한 생리통을 이기지 못해 진통제에 의지하며 길게는 일주일가량을 보낸다. 생리통을 앓는 여성들에게는 작은 위안이라도 반드시 필요하며, 그녀들이 자부심을 느끼면 살 수 있도록 누군가는 계속 응원을 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생리 중인 여성이 떳떳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밝히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 그때마다 생리 중임을 숨기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생활하도록 종용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생리 중인 여성에게는 적극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해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여성으로 태어난 자신을 원망하지 않도록 울타리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때로 한 그릇의 맛있는 음식도 위안이 되고 약이 되며 울타리가 된다. 그래서 끓여본다. 떡 벌어지게 차리는 한상이 아니라도 영양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한 그릇이 좋겠다. 먹는 일 자체에 힘을 쓰지 않아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스프가 좋겠어서 브로콜리를 한 송이 준비해 칼질을 하고 냄비를 불에 올린다.
오늘 생리통을 겪는 누군가는 브로콜리스프 한 숟가락에 통증을 잠시 잊을 것이다. 그녀의 곁에는 마음으로 조리하고 시간으로 끓여낸 생강귤피차가 든 보온병도 놓일 것이다. 보온병을 열어 때때로 마시며 때때로 웃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나는 웃음이 나온다.
<재료>
브로콜리 1송이(200g), 감자 1개(200g), 양파 1/2개(100g), 버터 2큰술, 물 2컵, 우유 2컵, 소금 후추 약간 생크림 1컵, 파마산치즈가루 2큰술, 소금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브로콜리는 작은 송이를 기준으로 200g을 잘라 놓는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씻어 채를 썬다.
3. 양파는 껍질을 벗기고 씻어 채를 썬다.
4.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감자와 양파를 소금 후추 간으로 볶는다.
5. 감자와 양파가 볶아지면 브로콜리를 넣고 물과 우유를 부어 끓인다.
6. 브로콜리가 무르게 익으면 불을 끄고 한김 식힌 다음 핸드믹서기로 곱게 간다.
7. 다시 냄비를 불에 올리고 생크림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8. 파마산치즈 가루를 넣고 소금과 후추로 마무리 간을 한다.
9.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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