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적 행동 및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에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중 양국이 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한 역할을 함께했다며 향후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15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한 왕이 외교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떠날 수 없는 파트너"라며 "우리는 함께 평화와 안정 수호자, 발전 번영 촉진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왕이 부장은 또 "양국은 국제 지역 문제에서 소통을 유지하고 힘이 닿는대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혀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미중 이슈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왕이 부장이 아프가니스탄, 남중국해 문제와 함께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등 미국과 갈등을 보이고 있는 국제 및 내부 문제 등과 관련, 한국의 협조를 요청하고 한미 간 밀착을 견제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왕이 부장은 내년이 한중 간 수교 30주년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양국은 상호 근절된 상태에서 밀접한 교류를 하게되고 서로 서먹한 사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를 구축하게 되고, 중앙 관계는 부단히 새로운 단계에 오르고 갈수록 성숙해지고 안정해지고 있다"고 밝혀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제적 이슈보다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정 장관은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정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앞으로도 충분히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우리는 2018년 평창에서 시작되고 2021년 도쿄, 22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방역, 안전, 평화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코로나 19를 극복하고 세계 평화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협조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왕이 "파이브아이즈, 냉전의 산물이자 시대 뒤떨어진 것"
왕이 부장은 회담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하원이 미국 주도의 기밀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한국 등의 참여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완전히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시대에 뒤떨어진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미국을 선호하든 중국을 선호하든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한 가지는 분명하다.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이라고 말해 한국이 중국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길 바란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와 관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 아주 짤막하게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서 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왕이 부장은 "우리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일을 하기를 희망한다"며 "예를 들어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국가 자격으로 참가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것과 관련 "IOC를 통해 각국을 초청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중국은 주최국으로서 IOC와 각국 지도자초청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원한다. 현재는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내 방한에 대해 왕이 부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은 방한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 상황이 불안정하다.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안정됐을 때 안심하고 고위급 교류를 할수 있다"며 방한 일정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다.
왕이 부장은 정 장관과의 회담 이후 청와대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후 정의용 장관과 오찬을 가진 뒤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출국할 예정이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4월 정 장관의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방문 이후 5개월 만이며, 왕이 부장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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