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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사각지대 '사이버폭력'…성소수자 학생은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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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사각지대 '사이버폭력'…성소수자 학생은 더 아프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한국 청소년 성소수자 폭력피해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국내 성소수자 학생이 사이버폭력에 무방비로 내몰린다는 국제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학교에서 개입하기 어려운 데다 학교 현장도 성소수자 학생 지원 시스템이 없어, 청소년 성소수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는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괴롭힘과 차별은 정부의 무대응으로 인한 문제일뿐 아니라 차별과 고립을 조장하는 현 정책들의 산물"이라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4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성소수자 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HRW와 예일대학교 앨러드 K. 로웬스타인 국제인권클리닉이 2019년 2월부터 20201년 5월까지 한국의 서울과 충청도의 청소년 성소수자 및 교사·학부모 등 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는 '사이버폭력'을 두고 "한국에서는 대부분 학생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가지고 있으며,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고 학교의 규제에서 벗어나는 온라인 공간"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괴롭힘 장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꼽았다.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이용 빈도가 높은데,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는 오프라인에서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온라인 공간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단체 '띵동'의 송지은 활동가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주된 계기가 사이버폭력"이라며 사이버폭력이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괴롭힘은 교묘하게 이루어져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게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설명이다.

고등학교 교사 노지민(가명) 씨는 "학생들이 페이스북에 성소수자 학생을 비하하는 글을 올린다"면서 "그 학생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그 맥락을 알 수 있다. 그 학생을 겨냥해 다들 한마디씩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빈도를 고려할 때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가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에게 성소수자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선거기간 동안 '안 볼 권리', '퀴어 특구' 등 혐오발언으로 고통받았다고 전했다. ⓒ프레시안(조성은)

이어 사이버폭력 외에도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는 학교폭력의 유형으로 △배제(따돌림) △언어적 괴롭힘 △물리적 폭력·성폭력 등을 꼽으며 "괴롭힘 가해자는 대체로 다른 학생이지만, 교사인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4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청소년 성소수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가 "또래 학생에게 괴롭힘당했다"고 답했으며 "교사에게 괴롭힘당했다"고 답한 비율도 20%에 달했다. 같은 해 인권위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청소년 성소수자의 92%가 다른 학생으로부터, 80%는 교사로부터 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것으로 나타나 '교사에 의한 차별과 괴롭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성소수자가 '비가시화된 존재'라는 점도 짚었다. 많은 교사가 성소수자 학생에 대해 지식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성교육 표준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환경은 성소수자 학생의 학업과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보고서에 인용한 여러 통계 중 "2015년 한국 성소수자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교를 중퇴한 응답자 11명 중 7명은 자신의 성적지향 또는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과 괴롭힘 때문에 중퇴"했으며, "띵동이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년간 2055건의 상담사례 중 12.4%에서 자해나 자살 위험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괴롭힘과 차별의 원인으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다. "여러 해에 걸친 입법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아직까지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며 "그 결과 성소수자들은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으로 인해 해고, 퇴거, 부당 처우에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는 종교단체와 보수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를 빌미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지향' 문구를 삭제하려고 시도했다"면서 "그러나 국내 여론도 성소수자 권리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인접 국가들도 성소수자의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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