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것 같다. 핀테크 기업 규제부터 시작하여 사교육 규제, 게임 규제 등을 거쳐 급기야는 연예계 규제 등에도 나섰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공동부유론"이라는 것을 들고 나와 반자본주의적 정서를 노골화했다. 이런 식으로 중국은, 반시장적, 반기업적 규제 등을 남발하고 있다. "오로지 시진핑 체제의 연장을 위해 폭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국제 사회에서 대중 비난은 격화되고 있고 미국은 이를 대중 봉쇄의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에게는 마이동풍인 것 같다. "그래, 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나는 내 할 일을 할 테니까"라는 느낌마저 든다.
중국의 이러한 자세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논리적이지 못하다. 미중 패권 대립 격화 국면에서,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국에 대한 우호 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이 아닌가.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사회로부터의 이질감을 자초하는 듯한 행위를 더해가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석연치 않다. 우리가 이번에도 중국에 대해 잘못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냉정히 평가할 때, 우리의 대중 예측 및 전망은 잘못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타깝지만, 이는 중국 당국자들도 오래 전부터 수긍하는 바이기도 하다. 뭐가 문제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들에 대한 현황 분석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대중 현황 분석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마침 중국 정부 초청으로 중국 현지에 와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자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 등을 통해 이리저리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보았다.
먼저, 중국은 왜 이렇게 국제 사회의 지탄을 자초하는 행위를 더해 가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가장 큰 이유 하나를 꼽으라면, 시진핑 연임 체제를 위한 포석을 들고 싶다. 맞다, 현재 시진핑 주석은 아마도 3연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시진핑 체제를 바라보는 외부의 눈은, 자유 제한, 인권 탄압 및 독재 강화 등등, 곱지 못하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안정과 평화 속 지속 성장기로써 반겨지고 있다. 중국인들은 "우리같이 영토가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는 다양한 혼란 속에 빠지기 싶다. 이는 중국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앙에 강력한 권력(=황제)가 버티고 있을 때는 사회가 안정되고 발전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그런 시기가 바로 지금이기도 하다. 외부에서는 "독재 기반 강화"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성장을 위한 안정 기반 강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현재 시진핑 체제는 일반 중국인들로부터 상당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이나 서구 언론이 아닌 중국 현지에서 직접 중국인들을 만나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시진핑 주석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3연임을 왜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쟁취하기 쉽지 않은 권력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에 대한 지지가 매우 높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권력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그가 왜 스스로 내려 놓으려 하겠는가?
그렇다면 3연임을 고려하면서도 왜 국제 사회의 지지는커녕, 오히려 지탄받는 일을 지속하는가? 외교에 관한 한, 우리는 보다 더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 이 사안 역시 시진핑의 공산당 입장에서 역지사지해 보자.
그가 계속 견지하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아닌 중국의 최고 권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강한 지지가 필수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자본주의적, 반시장적이라는 비난을 듣는 규제 등을 계속 들고 나오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대다수 중국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동일 사안에 대해 서구 사회에서는 비난 일색이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지지하기 때문에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언론 매체들은 잘 보도하지 않지만, 현재 중국 당국으로부터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과 같은 대기업들은 그동안 중국 국내에서는 "독과점"이니 "대기업 갑질" 이니 하며 적지 않은 원성을 사왔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사업 확장에만 주력하며 중국 당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행위조차 서슴지 않게 될 정도에 이르기도 했다.
사교육 규제 또한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꺼려하는 최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교육비 부담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며, 청소년들의 게임 규제나 연예계에 대한 규제 등도 이로 인한 부모들의 고민 등을 고려하여 들고 나온 것이다.
물론 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그 완화나 해결 등을 위해 줄곧 노력해 왔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악화일로에 있다. 이대로라면 자칫 시진핑 정권의 거취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 초강력 규제 조치로 인한 득실에 대한 적지 않은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시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초강력 조치가 속속 불거져 나오는 것은, "이제부터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가장 중요한 민생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테니 지켜봐 달라"는 정국 장악의 초강력 한 수이기도 한 것이다.
현재,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공동부유론"도 마찬가지다. 중국에도 중국 당국의 공동 부유 정책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우려하는 듯한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더욱 많은 중국인들은 그 방법에 대해 다소 우려하는 것이지 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면서 "사실 '공동 부유'는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대부분의 국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지나온 역사를 들여다 보라.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심각한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 등으로 인해 갈등과 마찰 등을 겪었으며 종국에는 성난 민심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는가.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도 빈부 격차나 불공평 및 불균형 발전 등은 최소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례 없었던 수단과 방법 등일지라도 적극 강구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볼 때, 공동부유론의 추진 또한, 시진핑 정권이 중국 사회의 민심을 토대로 들고 나온 것이라 할 것이다. 그 방법이 반자본주의적이고 반시장적이지만, 중국은 그런 것에 거의 개의치 않는다. 자신들 스스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고 애매모호하게 얼버무리며 지내오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간단히 알아보자. 사회주의면 사회주의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말장난하는 듯한 그 표현의 요지는 무엇인가?
사실 이는, 이것 저것 속내를 확실히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웅뭉한 중국 사회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이를 우리 식으로 쉽게 해석하면, "우리는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중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뭐든지 다 끌어다가 중국식으로 가감수정해서 쓰면 된다. 그것이 바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이다." 정도가 된다.
이렇듯 중국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며', '물에 술 탄 건지, 술에 물 탄 건지' 모를 정도로 두루뭉실하고 애매모호하다. 이런 나라에 대해, 아직도 일도양단하듯이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를 확실히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잘 대처해 나가기가 어렵다.
어쨌든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시진핑 정권은 국제 사회의 비난이 일고 있음에도 요지부동이다. 남들이 가보지 않았던 길일지라도, 혹은 아직도 서구식 민주주의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오늘날의 국제 사회에서, 그 언급조차 금기시되고 있는 '반자본주의적' 수단과 방법 등을 속속 들이대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 당국자들의 항변도 극히 간단하다. "그동안 지구상에는, 현재의 중국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지닌 국가들이 없었다. 그런 만큼 중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이렇다 할 제도나 방법 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토대로, 전례는 없었지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다양한 방안 등도 전방위적으로 고안하며 적용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중국임을 고려할 때, 중국은 당분간 새로운 반자본주의적 조치라도, 필요하다면 계속해서 도입하고 적용해 나가리라 전망된다. 이 때, 중국 국내 및 국제 사회의 지지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해당 정책들에 대해 중국인들의 지지가 더 우선시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자신의 3연임도 가능할 테니 말이다.
바로 이와 같은 중국의 현황은 도외시하고, "어떻게 중국이 기본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저리 자행할 수 있냐?", "저러니까 중국과는 잘 지낼 수 없다"고 비난하는 것만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숙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 우수근 부총장은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전문 인터넷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의 발행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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