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의 이른바 '정치인·언론인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대검찰청 합동 감찰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재임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차장검사를 "가깝게 활용했다"며 제기된 의혹에 무게를 싣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박 장관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2020년 4월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언론이 보도했다"며 "본건은 국민과 정치권 모두의 관심사안으로, 검찰의 정치중립 및 명예가 걸린 중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박 장관은 "신속·엄정한 진상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 보도 후 김오수 검찰총장이 대검 감찰부에 진상 확인을 지시했고, 손준웅 검사가 사용한 PC를 확보하는 등 대검도 신속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추후 진행 경과에 따라서는 법무부와 대검에 의한 합동감찰 등 추가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특히 "법무부에서는 기초적 사실 확인을 진행하는 한편, 공익신고인지 여부, 가정적 전제 하에 어떤 죄목으로 의율될지 여부, 수사 주체 등 법리적 사항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적용 죄목, 수사 주체 등을 검토했다는 것은 곧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 수사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는 "당사자(손 검사)가 오늘 부인을 했기 때문에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일정한 시점을 정해놓고 빠른 조사(결과)를 국민께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규명이 부족한 경우에 수사 체제로의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직제를 당장 폐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제이고, 실제로 윤석열 총장 당시 문제되는 손준성 검사를 대단히 가깝게 활용한 것으로 저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에 힘을 실었다.
여야는 현안질의애서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박 장관이 현안보고를 하기도 전부터 여야는 이 사안이 법사위 현안질의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설전을 주고받았고, 박 장관과의 질의답변에서도 서로를 겨냥한 날선 말이 오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뢰성 없는 뉴스 하나 보고 현안질의를 하자고 하는데 대상이 안 된다", "지라시 같은 뉴스", "허접한 기사를 가지고 정치쇼를 하기 위해 신성한 법사위 회의장을 이용한다"며 의혹 보도 언론과 여당 의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검찰총장이 하나를 잘못했다면 (그를)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열을 잘못한 것"이라며 "보도 한 줄 나왔다고 '검찰총장이 사주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울산시장 사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건은 대통령이 사주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조 의원이 속한 정당의 유력 주자들도 이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정치공작 가능성을 제기히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접속 기록,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의록 전문 등 사건 관련 추가 자료 제출요구로 맞섰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검찰이)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사실관계 규명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이라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반헌법적"이라며 "'윤석열 검찰'은 1년 반 동안 정치검찰로 일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민주당 의원은 총선 전후로 검찰에 고소고발된 정부·여당 관련 의혹 사건을 모두 하나하나 언급하며 "선거 판세를 뒤집고 싶은 것이 검찰의 욕망이고 동기였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소해서 정치적 효과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시기마다 (검찰이) 끼어들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 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펼친 후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글쎄 뭐 연혁적으로 정리한 것에 대해 제가 뭐라 하겠나. 잘 봤다"고만 했다.
'고발 사주' 의혹에서 피고발인이 될 뻔한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경우는 회의 참석이 적절한지가 여야 공방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 권성동·유상범 의원이 '당사자가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제척·회피 대상이 된다'는 지적을 하면서다.
최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돕고있는 윤한홍·권성동·장제원 의원도 있고, 과거의 예를 보면 권 의원은 강원랜드 사건 때문에 고초를 겪으면서도 법사위원장 임무를 다 수행하지 않았느냐"고 항의의 뜻을 보이면서도 결국 박 장관의 현안보고가 시작되기 전 자발적으로 이석했다.
윤석열 "고발장, 검사가 썼다고 보기엔 무리…당시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추미애 사단'"
한편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오후 낸 해명 자료를 통해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석열 캠프는 "고발장은 공개 자료를 토대로 (누구나) 작성 가능한 수준"이라며 오히려 "고발장 내용으로 볼 때 '검사가 작성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논리적 비약"이고 "검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기엔 무리한 표현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성격이 다른 사건들을 하나의 고발장에 모두 담은 것도 (검사라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고발장에는 최강욱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윤석열·김건희·한동훈 등 각각에 대한 개인적 명예훼손 사건이 한꺼번에 들어 있는데, 이 사건들은 피고발인이 제각각일 뿐 아니라 공익 사건(공직선거법 위반)과 사익 사건(명예훼손)으로 구분되며 명예훼손 사건도 피해자가 제각각이다. 수사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검사가 이런 식의 고발장을 작성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이른바 '실명 판결문'이야말로 고발장 작성자가 검사인 증거라는 주장에 대해 이들은 "사기 등 전과5범인 지모 씨는 그동안 수 차례 정치적 사건에 등장한 인물로 판결이 확정돼 누구나 익명 판결문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당시 기자들은 지씨에 대한 실명 판결문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 측은 특히 "4월 3일 반나절 만에 고발장 작성 지시와 작성·보고·검토·승인·송부까지 이뤄졌다는 것은 일의 수순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다"면서 "'전달자가 곧 작성자'라는 프레임으로 사안을 보기 때문에 고발장을 검사가 쓴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피해자로, 주가조작 사건을 보도한 언론인들을 피고발인으로 지목한 고발장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어 사실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원론적 입장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윤 전 총장 측은 분석했다.
이들은 또 "2020년 4월 3일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언론의 실명 보도가 있기 전이었다"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같은해 4월 7일 채널A 사건을 고발할 때 고발장에 '한동훈' 실명 대신 '성명불상'으로 기재했다. 따라서 (윤 전 총장이) 고발장에 굳이 한동훈 실명을 넣어 고발을 사주할 이유가 없다"고 반론했다.
이들은 "김건희 씨 주가조작 사건 또한 2020년 4월 7일 최강욱 의원이 고발했으나 당시 금감원과 검찰은 이미 내사종결 상태라고 발표했다"며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윤 총장이 먼저 고발을 사주해 한동훈·김건희 이름을 언론에 오르내리게 하고 조사까지 받도록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고발장의 수신처가 당시 대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였다는 데 대해서도 윤 전 총장 측은 "당시 배용원 공공수사부장은 '윤석열 총장 고립'을 위해 대검에서 부임한 인사"라며 "배 부장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2020년 1월 '1차 대학살 인사'를 통해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사건 수사 라인을 축출하고 앉힌 사람이다. 윤 총장이 자신을 고립시키기 위해 추 장관이 앉힌 사람을 활용해 '청부 수사'를 계획했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당시는 추미애 법무장관의 '1차 대학살 인사' 후여서 대검 간부 대부분이 '추미애 사단'으로 바뀐 시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만약 고발이 됐더라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 명백한데 (이를) 사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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