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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즘'의 끝장 텍사스...총 들고 거리 활보,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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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즘'의 끝장 텍사스...총 들고 거리 활보,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법 시행

[워싱턴 주간 브리핑] '투표권 제약' 논란 선거법도 통과...'마스크·백신 의무화' 거부해 코로나19 급증

미국 공화당이 주지사와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텍사스주에서 최근 극우주의자들의 극단적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법들이 잇따라 통과, 시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만 21세 이상이면 허가나 교육 없이도 누구나 총기를 소지하고 다닐 수 있는 법안, 임신 6주 이후에는 성폭력이나 근친강간에 따른 임신이어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 공립학교에서 'KKK(Ku Klux Klan)'와 같은 백인 우월주의 집단의 폭력에 대해서도 도덕적으로 비판하는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는 법안 등이 문제의 법안들이다.

텍사스는 또 부재자 투표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 유색인종과 노동자 계층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만든 선거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주지사가 행정명령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학교 등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직장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못하도록 했다. 

이는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정치적 주장을 수용한 조치들이다. 트럼피즘(트럼프식 정치)에 기반한 공화당이 주지사, 상원, 하원 등 정치권력을 싹쓸이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텍사스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텍사스에선 소수권력인 민주당과 시민사회세력은 해당 법안들과 관련해 연방법원에 가처분 신청, 위헌 소송 등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지만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년 대선 직후 텍사스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집회 참석자의 다수가 총기를 들고 나왔다. ⓒCNN 화면 갈무리

허가나 교육 없이도 총기 소지 가능...텍사스, 2019년에 비해 총기 사고 50% 증가

텍사스주는 1일(현지시간)부터 허가나 교육을 받지 않아도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총기소지법이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총기를 소유하기 위해선 총기 소유 면허증이 필요했으며, 필기시험과 숙련도 시험을 쳐야만 했다. 그러나 새로운 총기소지법(House Bill 1927) 통과로 21세 이상의 텍사스주 주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총기를 소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중범죄, 폭행, 가정폭력, 테러 위협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등 총기 소유가 법적으로 금지된 이들은 제외된다.

텍사스는 경찰, 민주당, 총기 규제 옹호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렉 애벗 주지사는 "론 스타 주(텍사스주를 부르는 별칭)에 자유를 심어줬다"며 지난 6월 법안에 서명했다.

이처럼 총기 소유의 자유를 극대화시킨 법안은 총기 폭력으로부터 일반인들을 보호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이 법은 총기 규제 옹호론자 뿐 아니라 사법당국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올해 초 댈러스 경찰청장, 휴스턴 경찰청장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댈러스 경찰청장은 "총기를 소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훈련은 수정헌법 2조(총기 소유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새 총기소지법은 경찰의 직무 수행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면서 "총기를 소지한 사람들은 이를 안전하게 취급해야할 의무와 관련 법을 알아야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아무런 제약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오픈 캐리'가 위험한 이유에 대해 경찰이 총기를 소지한 사람을 보고 총기 소지의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적절한 대응을 할만한 충분히 시간이 없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하기 어렵고 경찰이 과잉 대응을 할 가능성도 더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교 총기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로 구성된 '맘스 디멘드 액션'의 새넌 와츠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서 총기 극단주의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총기 자유를 극대화하는 법안이 총기 사고 피해자 수를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까지 올해 텍사스에서 발생한 총기 관련 사고는 약 32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증가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하면 50% 증가했다.

텍사스, 임신 6주 낙태금지법도 시행...연방대법원 가처분 신청 기각

텍사스에서는 1일부터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심장박동법(fetal heartbeat bill)'도 시행된다.

이 법안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에 사실상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성폭행, 근친강간과 같은 성폭력 피해도 예외가 없다. 임산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비상시에만 가능하다. 임신 6주는 여성이 자신이 임신했는지 조차 모를 수 있는 시기다. 또 이 정책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시민들이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소송에서 이기면 1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더 힐>에 따르면 텍사스주 하원은 최근 낙태를 유도하는 약물을 처방·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별도의 법안도 통과시켰다.

텍사스주의 이런 법안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로 헌법적으로 보장해온 여성의 낙태권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조치에 대해 비판했다. 바이든은 1일 텍사스의 낙태금지법에 대해 "유색인종이나 저소득층 여성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면서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까지 반대하고 나섰지만 당분간 텍사스에서 낙태금지법 시행을 막을 방법은 없다. 낙태 권리 옹호론자들이 연방대법원에 이 법 시행에 제동을 걸어줄 것을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1일 기각됐다. 

유색인종, 장애인 유권자 등 투표권 제약하는 선거법 개정안도 통과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선거 사기론'을 뒷받침하는 법안도 텍사스주에서 만들어졌다. 텍사스 주의회는 지난 31일 유권자의 투표를 더 어렵게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차에 탑승한 채로 하는 '드라이브스루 투표'와 '24시간 사전 투표'를 금지시켰다. 또 우편투표에 필요한 신분증을 추가하고 공무원들이 불필요한 부재자 투표 요청을 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등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여겨지는 투표 행태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부정투표자를 형사범으로 처벌하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텍사스 공화당은 이같은 선거법이 부정선거를 단속하고 유권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법안이 유색인종이나 장애인 유권자들의 투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광범위한 부정선거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반대했다. 텍사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단체로 텍사스를 떠나 워싱턴DC에 체류하는 등 38일이나 저항했지만 실패했다. 이날도 하원에서 필리버스터로 반대 토론을 진행하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법안을 무효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텍사스주 뿐 아니라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17개주가 이미 부재자 투표 요건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비판적 역사 교육 금지한 텍사스, 코로나19 대응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해 환자 급증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하는 교육도 법으로 금지시켰다. 텍사스 주의회는 지난 7월 20일 텍사스 공립학교에서 KKK나 백인 우월주의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가르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텍사스 학생들은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마틴 루터 킹 목사, 멕시코계로 농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운 세자르 차베스,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수잔 앤서니, 미국 원주민 역사 등에 대해서도 배우지 않아도 된다. 또 이 법안은 교사가 "논쟁적인 공공정책 혹은 사회적 사안 등에 대한 토론을 강요할 수 없"으며, 만약 이런 토론을 하더라도 어느 한 관점에 치중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텍사스 주지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수칙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8월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차 금지 명령을 내렸다.

텍사스는 현재 델타 변이로 인해 다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1일 CNN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6만41명, 사망자가 1326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전체 확진자의 40% 이상이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5개주에서 발생했다. 또 사망자의 3분의 1이 플로리다와 텍사스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시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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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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