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월 1일입니다. 날씨는 시원해져서 몸은 움직이기 좋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시아나케이오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된 지 480여 일. 계절이 6번이나 바뀌었습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해고자 김계월입니다. 오늘로 농성 473일입니다. 숫자로는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1년 넘게 거리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오전 11시가 되면 금호문화재단 미술관 앞에 사람들이 온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서로 간격을 두고 드문드문 서 있다가 한 명씩 나와 마이크를 든다.
이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이 잠시 스쳤다. 과연 누가 궁금해할까. 마스크를 쓰고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들 중 이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알고자 하는 사람 없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들은 매일같이 금호문화재단을 상대로 '이어말하기'를 하는 중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지만, 아시아나케이오라는 항공사 하청업체는 금호문화재단이라는 공익법인의 소유다. 이 하청업체는 코로나19를 빌미로 정리해고를 감행했다. 작년 5월의 일이다.
그로 인해 아시아나케이오는 '코로나19 정리해고 1호 사업장'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어떤 기사의 제목처럼 이들을 해고시킨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코로나가 사람을 해고하나? 사람이 사람을 해고하지>, 2021. 4. 24. 프레시안 기사 제목)
해고는 사람이 시킨 것이라, 법은 아시아나케이오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소속 노동위원회가 두 차례나 연이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지만, 회사는 이에 불복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판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 들어갔고, 회사 측 변론은 대형 로펌인 김앤장이 맡았다.
지난 8월 20일, 반년을 기다려온 행정소송 판결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진다. 계속된 불복과 항소를 지켜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은 회사를 믿지 않는다. 대신 금호문화재단 앞에 선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지라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이야기를 한다. 억울하기 때문이다. 바로잡히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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