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회고록을 대필한 민정기 씨가 "학살자로 매도된 국군의 명예를 위해"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전두환은 조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30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심리로 열린 전두환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민 씨는 <전두환 회고록> 출간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두환정권 시절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지낸 민 씨는 "2014년 무렵 전두환의 부탁으로 회고록을 맡았다"며 "전두환의 구술 녹취를 바탕으로 회고록 초고를 썼다"고 했다.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한 경위에 대해서는 "조 신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하기 위해 (전두환이)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 생각을 내가 글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민 씨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은) 100% (전두환의) 워딩은 아니"라면서도 "전두환의 인식과 관련 없는 내용이 회고록에 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 씨는 특히 "전두환은 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헬기사격 쟁점을 일부러 다뤘다"며 "헬기사격은 5·18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어서 언급 안 해도 그만이었다"고 했다.
민 씨는 "'(전두환이)양민을 향해서 헬기가 기총소사했다는 것은 국군 명예에 치명적이다. 내가 국군통수권자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책임감으로 다뤘다"면서 "회고록은 전두환이 경험한 사실을 중심으로 작성했으나, 5·18 관련 내용은 전두환 본인이 개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각종 수사기록과 군 문서, 군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00쪽 분량의 회고록에서 5·18에 관한 내용은 170쪽이며 이 중 헬기사격은 6쪽에 불과하다"며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것도) 정부 수사기록과 공판기록 원문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고 전두환의 서술은 단 13문장"이라고 덧붙였다.
조 신부의 말이 거짓이라고 단정한 근거에 대해서는 "5·18 당시 헬기조종사 등의 증언은 구체적이고 과학적인데 목격자들의 진술은 '봤다', '드르륵 소리를 들었다'였다. 객관적으로 어느 쪽 말을 신뢰하겠나"라면서도 전교사의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 등 계엄군의 헬기사격 근거를 담은 기록과 관련해서는 "잘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며 답변을 피했다.
앞서 재판부도 전두환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조 신부의 진술을 사실로 판단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10층에 남은 탄흔을 두고 '헬기에서 사격한 것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이 끝난 후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민 씨의 말대로라면 근거없이 조 신부님을 모독했다는 것"이라며 "어찌 전두환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지 분노가 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군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전두환은 국군의 명예를 위해 의도적으로 헬기사격을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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