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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병 마스크 벗기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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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병 마스크 벗기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안종주의 안전사회]문제는 투명성과 자율성

군인 가운데 94%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끝냈다.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백신 접종률 목표가 군대에서는 이루어진 셈이다. 이를 계기로 국방부는 군인이 군대 내에서 생활·활동 할 때 마스크 쓰지 말도록 하고 이를 위해 일부 부대에서 먼저 시범사업을 벌이려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지난 25일 <SBS> 보도로 알려진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국민의 힘 하태경 의원의 폭로로 국방부의 이런 계획이 지난 8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욱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주요 지휘관을 청와대로 불러 국방현안 보고를 받은 날 직접 이를 지시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야당의 ‘장병 생체실험’과 청와대의 “군대 정상화 방안“ 주장이 맞서는 등 정치권을 넘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안이 불거지자 국방부는 군대 내 마스크 벗기와 적용 시기 등과 관련해 방역 당국과 협의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도 언론 보도 뒤 국방부와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욱 장관 명의로 지난 18일 질병관리청 산하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에 해당 문건을 보내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은폐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와 질병청 모두 사실상 거짓말을 한 것이다.

국방부 문건인 ‘군 예방접종 완료 후 적용할 선제적 방역완화 방안’ 에 따르면 군대 안 체육시설·샤워시설 이용과 종교 활동에서도 인원 제한을 완전 해제하고 마스크를 벗는 시범 대상은 접종이 완료된 30세 미만 장병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돼있다. 출퇴근하는 미접종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영외활동에서는 정부지침을 따른다는 내용도 함께 담았다.

자극적인 “생체실험” 주장으로까지 번진 데는 국방부 책임 커

당초 군은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3주간 총 5개 대대와 1개 군단 사령부 등 장병 6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방역지침 완화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평가를 거쳐 전 군 장병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야당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생체실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정치적 공방이 벌어진 만큼 이를 강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문제는 아무리 집단면역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자율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가, 그리고 이처럼 마스크 착용 금지를 하려면 장병 당사자와 그 가족 등 이해관계자의 사전 동의를 받는 등 민주적이고도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사회적 여론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관점에서 톺아보아야 한다. 군인의 생명과 안전, 즉 천부인권과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필요성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와 방역 당국의 동의와 자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 대통령 혹은 청와대가 이와 관련해 어떤 세세한 지시를 국방부에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지시가 없었다 할지라도 국방부가 계획을 세우면서 방역 당국이나 전문가들과 사전 숙의를 했더라면, 그리고 그 계획과 과정을 언론이 미리 알고 보도하기 전에 미리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진행했더라면 ‘생체실험’과 같은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야당의 공격도 없었을 터이다.

군 장병 마스크 착용 않는 것을 왜 비밀리에 하려 했을까?

이번 일을 접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왜 이런 일을 추진하면서 비밀리에 하려 했느냐는 점이다. 군인 집단 전체에 대해 마스크를 강제로 쓰지 않게 하는 일은 결코 비밀리에 할 성격이 아니다. 코로나 대유행을 맞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실내외에서 쓰게끔 하는 것은 당사자와 타인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강제적으로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은 돌파감염 등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마스크 의무 착용과는 정반대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당사자의 자발적 동의가 필수적이다.

특정 집단, 그 집단이 요양시설 입소자이든, 교도소 재소자든, 학생이든, 공무원이든, 군인이든 당사자에게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조처나 행위를 할 때는 반드시 충분한 사전고지와 함께 자발적 동의가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인정한다면 이를 비밀리에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그 시행 배경과 경과(대통령 지시) 등을 비밀로 했고 관련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거짓말을 했다.

이번 일을 ‘생체실험’ 등과 같이 자극적인 언어로 공격하는 것은 물론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과거 우리 인류 사회에서는 재소자나 한센병 등 특정 감염병 집단 격리환자, 전쟁 포로, 유태인·집시 등을 대상으로 실제로 생체실험을 한 사례들이 있었다. 그 대상 집단은 자신의 처지를 외부에 알릴 수 없는 이른바 ‘유령집단’이었다. 우리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려 했던 것은 이런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강제로 하려 했다는 점은 같다.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군대에 마스크 벗기 등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분명 그 전에 청와대 방역기획관 등 참모들의 기획과 조언이 있었을 터이다. 대통령 비서진들이 국방현안 보고회 때 발언할 대통령 말씀자료를 만들었을 것이고 이를 위해 방역에 관한 최고 전문조직인 질병관리청과 협의했을 것이다. 만약에 질병청과 협의하지 않고 청와대 내부에서만 좋은 방안이라고 기획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코로나 공존 시대 앞두고 군대가 가장 손쉬운 시범 대상이라 ‘낙점’

우리 사회는 이르면 11월, 늦어도 12월에는 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 공존을 선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대폭 완화와 실내외 마스크 의무적 착용 완화 등 새로운 방역 전략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당연히 그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빨리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한 군대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집단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군대를 그 시범대상으로 삼자는 발상을 누가 먼저하고 또 이를 누구와 숙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상이 군 장병이라고 해서 코로나 유행이 종식되지 않은상황에서 정부 마음대로 그들의 마스크를 강제로 벗길 수는 없다.

만약에 하나 일부 부대에서 시범 사업을 벌이든, 전 군 장병으로 확대하든 강제적 마스크 벗기로 인해 돌파감염자가 나오고 그 가운데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나오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방역 당국은 코로나 확진환자의 50% 이상이 1년이 지난 뒤에도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한 적이 있지 않은가.

따라서 군인의 94%가 2차 접종까지 마쳤고 또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면 의무적, 즉 강제적 마스크 벗기기를 할 게 아니라 마스크 착용 여부를 자율로 맡기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답이다. 훈련이든, 병영생활이든, 군내 종교활동이든 모든 활동과 생활공간에서 그렇게 하면 될 일을 강제적인 마스크 착용 금지를 이야기하니 ‘생체실험’과 같은 극단적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장병 마스크 착용 금지, 선한 의도라도 동의 절차 거쳐야

우리 군대는 코로나 유행 초기, 즉 2020년 대구·경북 1차 대유행 때 군인과 화생방 차량까지 동원해, 서울, 대구, 광주 등 대도시의 도심에서 길거리에 소독약을 마구 뿌리는 등 보여주기 식 엉터리 방역 대응으로 언론의 비판을 받는 등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적 등에 대응하기 위해 그 지역에 파견된 문무대왕함에 탔던 청해부대 장병 대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국내로 후송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 우리 사회는 전북 부안, 충남 안면도, 인천 굴업도 등 여러 지역에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부지를 놓고 폭동 등 심각한 사회 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방폐장 건설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내려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진 일이지만 인근 주민의 사전 동의 없이 비밀리에, 비민주적 방식으로 이를 추진하다 들통이 났기 때문에 사달이 난 것이다.

군인들에 대해 시범적으로 집단면역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검증해보고 싶은 마음은 전문가나 방역당국, 청와대 모두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정책은 방폐장 건설처럼 선한 의지와 의도만 가지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이 계획을 추진하고 싶다면 당사자들의 사전 동의와 함께 마스크 착용 여부는 자율에 맡기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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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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