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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비즈니스' 창출해 돈벌이, 표팔이…사회의 '백래시' 방관에 여성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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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비즈니스' 창출해 돈벌이, 표팔이…사회의 '백래시' 방관에 여성들이 나섰다

'팀 해일' 전국 순회 백래시 규탄 시위 진행·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백범넷' 발족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조직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여성들도 대응에 나섰다. 안티페미니즘이 정치의제로, 소셜미디어상의 수익모델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더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논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지난 22일, '팀 해일'은 대전 은행동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여성혐오 비즈니스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여성들 신상털고 살인예고, 안티페미 유튜버 고발한다", "여성혐오로 돈 버는 거 부끄럽지 않습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팀 해일은 지난달 4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백래시 규탄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은 6차 집회였다.

팀 해일은 특정 정당이나 단체의 지원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모임이다. 온라인 환경에 민감한 20대 여성이 주축이다. 이를 주도한 김주희 대표는 과거 여성의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적 있지만 현재는 그냥 직장인이다. 대외활동, 강연 등에서 만난 지인들과 함께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에서 페미니스트 여성을 색출하고 신상털어 위협하고 공격하는 게 하나의 콘텐츠"라며 "혐오로 수익을 창출하는 '혐오경제'를 언론과 정치, 사회 전체가 방관하고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문제 의식을 느낀 건 지난 4월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사이버테러 사건을 알고 나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 자살률이 높아지자 센터에서 대책으로 '시스터즈키퍼스'를 만들었는데 "왜 여자만 위하냐"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일주일가량 800여 건의 악성 게시글과 민원에 시달린 센터는 해킹시도까지 겪은 후에 사업을 철회했다.

김 대표는 "이 사건 기사 댓글을 보니 '여성 자살률이 높다'는 통계조차 '페미들의 주작'이라는 말이 있었다"면서 "20대 여성 자살률이 높아진 건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문제다. 국내외 통계로 나온 사실이다. 여성은 원래 있던 차별로 인해 더 크게 타격받았다는 게 현실인데도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심지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좌표 찍고 공격'하는 게 정당한 활동이고, 애초에 센터에서 저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 게 문제고, 여성 자살률을 낮추자는 대책이 '남성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최근에 있었던 '양궁 3관왕' 안산 사이버불링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안산 선수 사건은 외신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지만 페미니스트를 색출해 공격하는 건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취지다.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여성이 사진을 올리며 '페미니즘 책 읽었다' 이러면 캡처해서 공유하고 공격한다"며 "안산 선수만큼 이름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대로 짓밟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 해일은 23일 대전에서 제6차 전국 순회 백래시 규탄 시위를 벌였다. ⓒ팀해일

시민단체도 나섰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지난 13일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백범넷)'를 출범했다.

문제의식은 팀 해일과 다르지 않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 1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일상과 밀접한 온라인 공간에서 언제 좌표 찍혀서 괴롭힘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 여성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성폭력 피해자 기사 모욕댓글, 나아가 소셜미디어상 개인을 특정해 댓글과 메시지 등으로 공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백범넷은 선언문에서 "한국사회 여성을 향한 구조적 차별을 부정하고, 페미니스트를 향한 음모론과 낙인찍는 행위가 온라인 공간을 넘어 정치인의 언어로, 기업과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의 변화로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백범넷은 특히 "언론은 여성혐오 폭력을 '남녀 갈등'으로 폄하하고 기울어진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여성주의 정책을 '남성의 기회 빼앗기'로 낙인찍으며 현 사회의 혐오의 맥락을 왜곡하여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GS리테일을 시작으로 카카오, 경찰청, 전쟁기념관 등이 과거 홍보물 속 집게손가락 이미지에 공식 사과하며 이미지를 수정했다. 또 '요즘 시대에 성차별은 없다', '여성들의 근거없는 피해의식'이라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급부상하며 당선됐고 이후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다. 백범넷 최근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이러한 일들을 '백래시'라는 흐름 속에서 우려하고 있다.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 ⓒ백범넷

백래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성평등에 대해서만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다. 백래시는 반(反)차별·평등·인권 등 사회의 진보적 변화 흐름이 일어날 때, 여기에 반발하는 퇴보적 반동을 뜻한다.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에는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했던 때의 백래시를 짚는다. 여성참정권 운동이 활발했던 페미니즘 제1물결에는 '여자들이 세상을 망친다', '못생기고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들'이라는 공격이 가해졌다. '역차별·공정·경쟁·능력주의' 같은 키워드 또한 20세기 초 포스트페미니즘 운동의 백래시로 등장했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각 시대 백래시들은 각 시대 가장 영향력 행사하는 미디어 통해 확산된다. 20세기 초에는 출판문화를 통해 여성혐오적 엽서·만화·삽화 등이 나왔었다면, 80~90년대는 영화·언론 등 레거시미디어를 통해서 전문가의 입으로 백래시가 사회적으로 공유됐다"면서 "지금은 온라인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손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의 백래시 흐름에 우려를 나타냈다. 손 교수는 "안티페미니즘을 내걸고 백래시에 올라타는 게 돈과 표가 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제일 큰 문제"라고 짚었다.

손 교수는 "2021년 벌어지고 있는 백래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등장"이라고 봤다. 손 교수는 "이준석·하태경은 2018년쯤부터 '역차별당하는 청년남성 목소리 대변하겠다'고 안티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게 이번 서울시장보궐선거 때 효과를 봤다고 판단하고 더 크게 튀긴 것"이라면서 '이대남현상'이라고 하지만 '실제 20대 남성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불안 속에서 자기 몸과 안티페미니즘만 있으면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받고 돈을 벌 수 있다. 백래시가 돈이 되는 상황"이라며 "점점 더 자극적인 이야기, 가짜뉴스를 만들어 사람들을 자극하면 폭력 선동으로도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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