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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해방군인가 점령군인가"...미국 '비밀문서'로 본 한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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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해방군인가 점령군인가"...미국 '비밀문서'로 본 한국현대사

[프레시안books] 김택곤의 <미국 비밀문서로 읽는 한국 현대사 1945~1950>

1945년 찾아온 해방,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 그 사이 5년의 시간은 지금도 현대 한국사 최대 격동기로 불리는 논쟁적인 시절이다. 식민 종주국의 철수와 미군정의 시작, 그리고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이념 쟁투가 극으로 치닫던 시대. 1945년 해방과 동시에 우리 민족은 미-소 이념 대결의 볼모가 되어 단독정부가 따로 수립됐고, 결국 냉전의 회오리에 휘말려 6.25를 맞게 된다. 지금 우리는 그 5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해방 공간을 배경으로 기록된 역사는 늘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서 왔다. 1997년 최초의 정권 교체 이후 2000년대를 지나오며 정치권에서 불거진(아직도 해소되지 않는) 이념 논쟁의 뿌리도 1945년~1950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한 축을 이룬다. 그만큼 해묵은 논쟁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논쟁이다.

18일 출간된 <미국 비밀문서로 읽는 한국 현대사 1945~1950>(김택곤 지음, 맥스미디어)는 이 5년간의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우리가 몰랐던 해방·미군정·정부수립·한국전쟁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저자 김택곤은 군사독재 시절 해직된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미국 현지에서 미국의 소리(VOA) 기자, MBC 특파원 등으로 근무하며 20여 년 동안 4000여 건의 자료들을 채집했다. 그리고 이 방대한 자료 중 해방 공간 한국 현대사의 실체와 연관된 300여 건의 자료를 추려내 정리했다.

김택곤이 채집해 정리한 미군 비밀문서 자료에는 우리의 당대 지도자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는지, 숨겨진 야욕은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한 분석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해방 공간 정치 지도자들의 고뇌 어린 결단이라는 '신화' 이면에 '미국정부'의 눈으로 본 주석들이 달려 있는 셈이다. 제3자가 단 이런 '주석'들이 중요한 이유는 있다.

▲<미국 비밀문서로 읽는 한국 현대사 1945~1950>(김택곤 지음, 맥스미디어)

김택곤은 "우리 내부의 시선이 아닌, 우리와 연관된 제3의 눈으로 서술된 기록이 보다 더 객관적일 수 있다"며 "특히 한국 현대사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미군정 문서와 문서 작성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기록, 여기에 더해 한미 양국 지도자들의 입장과 견해가 담긴 서신 등 광범위한 기록과 자료를 충분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군정은 엄밀히 말하면 제3자는 아니다. 그러나 '제3의 눈'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특히 당대 기준으로 민주주의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서구 철학 특유의 실용주의와 객관주의를 토대로 세계를 분석하고 있었다. 해방 공간을 다룬 수많은 연구는 당시 미국의 시각과 결합돼야만 조금 더 역사의 '객관성'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김택곤

일본군 위안부로 버마에 끌려 간 조선 처녀 김연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한국계 미국인 에녹 리의 수난기로 끝을 맺는다.저자는 숨진 의용병의 품속에서 발견된 피 묻은 전투수첩과 평양 주재 소련대사관에서 노획된 수백 통의 편지 등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해 낸 희귀 자료들을 정리해 기록했다. 하나같이 혼돈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권력욕과 두려움, 열정과 절망을 증언해 준다. 집대성된 자료는 그동안 가려졌던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실체와 민낯을 밝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극비 서류들과 보고들은 당시의 미군정과 하지 사령관의 시각과 판단, 백악관과 마샬 국무장관 그리고 미 정보부의 관점들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과 미국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쳐 어떻게 한반도 역사의 물굽이가 틀어졌는지 생생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20여 년간 발로 뛰며 취재한 미국 극비 문서 기록물과 한국 현대사의 주요 대목을 연결하고 정리한다. 이 책은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소용돌이 가운데 새롭게 살피고 해석을 더해야 할 역사적 '원석'들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김택근은 1950년 전주에서 태어나 1977년 MBC에 입사해 기자로 활동하다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당한다. 이후 1985년부터 4년간 워싱턴 소재 미 정부 해외방송 미국의 소리 (VOA)에서 일했다. MBC로 복귀한 후 1992년 2월 MBC 법조팀장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허위감정사건 특종을 이끌어냈다. 이 기사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과 관련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그해 한국기자상, 한국방송대상 특별상을 공동수상했다.

1996년 MBC 워싱턴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국 정부가 신군부의 광주무력진압을 승인했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 비밀문서를 인용해 특종 보도했다. 광주MBC사장, JTV전주방송사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극동대학교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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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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