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헨리'가 미국 뉴욕에 역대 가장 많은 비를 뿌렸다.
이후 열대성 폭풍으로 약해진 헨리는 미 동북부에 상륙한 뒤에도 곳곳에서 홍수와 정전 등의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뉴욕시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는 헨리의 영향으로 4.45인치(약 11.3㎝)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1888년 4.19인치(약 10.6㎝)를 넘어 뉴욕시 하루 강수량 신기록을 세웠다.
오후 10∼11시 강수량은 1.94인치(약 4.9㎝)로 역시 뉴욕시의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센트럴파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념해 열렸던 '홈커밍' 메가콘서트는 갑작스런 뇌우로 절반쯤 진행된 상태에서 급하게 막을 내렸다.
이 때문에 순서를 기다리던 브루스 스프링스틴, 엘비스 코스텔로, 더 킬러스 등 유명 가수들은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동쪽에서 북상하던 헨리는 이날 오전 11시께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된 뒤 오후 12시15분께 로드아일랜드주 해안에 상륙했다.
세력이 약화하기는 했지만 최대 지속 풍속이 시속 95㎞에 이를 정도로 바람이 강해 뉴저지 뉴어크공항과 보스턴 로건국제공항 등에서 모두 1천대 이상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뉴저지·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메인주 등에서 모두 13만5천 가구 이상이 폭풍우 탓에 정전 피해를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12만5천명이 사는 로드아일랜드주 워싱턴카운티는 전체 주택 4분의 3이 정전됐다고 NYT가 전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내륙 지역의 홍수 피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동쪽부터 시작해 뉴저지·뉴욕·뉴햄프셔주와 뉴잉글랜드 남부 일대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모두 4천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이들 지역에는 7.5∼15㎝의 비가 내릴 것으로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가 예보했다.
뉴저지주 뉴어크에서는 소방대원들이 물에 빠진 자동차들에서 어린이 16명을 포함해 모두 86명을 구조했다고 소방당국이 밝혔다.
NHC는 "헨리로 인한 폭우가 도시 지역의 돌발적인 홍수 피해를 상당히 일으킬 수 있다"며 "물이 범람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폭우와 강한 바람, 해안 지역 범람 등의 피해가 23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NHC는 예상했다.
성추행 파문으로 23일 물러나기로 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뉴욕시 북쪽 캐츠킬 등 계곡 지역의 홍수 피해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12년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 이후 처음으로 뉴욕을 겨냥한 헨리에 연방정부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해당 지역 대부분에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필요할 경우 뉴욕 등의 재난구호 작업을 도울 것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연설에서 "다행히 더는 허리케인이 아니라 열대성 폭풍으로 격하됐지만,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폭풍우로 해당 지역에 심각한 홍수, 정전 피해 가능성이 있다. 각 주의 준비, 대응, 복구를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