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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연륙교(連陸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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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연륙교(連陸橋)에서

지난 주말에는 아내와 영종도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아직도 주말부부인 관계로 가능하면 주말을 즐기려 노력한다. 지금은 둘 다 방학 중이라 주말의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습관에 준해 가능하면 주말에 인천 주변 나들이를 하려고 한다. 인천에 사는 동안 주변 유람을 충분히 해야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변 섬들도 많이 돌아다녔고, 강화도에도 여러 번 갔다. 이번에는 아내의 흑심에 속는 척하고 영종도를 찾았다. 레일 바이크도 보고 공원에 가서 만 보 걷기도 하고 저녁을 먹으로 갔는데, 식당 이름이 ‘연륙교’였다. 여름이라 해물을 먹기가 조금 꺼려서 그곳을 산책만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영종도 사람들은 다 나와서 바닷바람을 즐기는 모양이었다. 아내와 산책을 하는데, 사람들이 “여기로 제3연륙교가 생긴다.”고 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발음이 이상하게도 ‘연뉵꾜’라고 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들었다고 한다.(참고로 아내도 한국어학과 교수라 둘 다 발음에 예민하다.) 어째서 ‘열륙꾜’라고 발음하지 않고 ‘연뉵꾜’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수업 시간에 ‘공권력’에 관한 발음을 지도했던 생각이 났다. 많은 제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거의 50%는 ‘공꿜력’이라고 발음하고, 나머지 50%는 ‘공꿘녁’이라고 발음했다. 빈도가 거의 비슷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는 ‘권력’의 발음을 ‘궐력’이라고 하는 것과 ‘공권 + 력’인데, 사람들이 ‘공 +권력’으로 잘못 읽고 있는다고 하여 쉽게 이해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공권력’의 발음은 [공꿘녁]이 맞다. 그러나 연륙교의 경우는 다르다. ‘바다에 육교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다리’이기 때문에 ‘연륙 + 교’가 되어야 한다.

연륙교는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말한다. 혹은 섬과 섬을 육지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다리를 말한다. 요즘은 서해나 남해를 가 보면 육지와 연결한 다리(연륙교)가 참으로 많다. 참으로 멋진 풍광이 연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 다리의 발음이 제멋대로 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지난 번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의 발음도 반드시 ‘윤서결’이라고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아직도 많은 아나운서, 기자들이 ‘윤성녈’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듣는다. 한국인인 한국어의 발음을 바르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쉽게 ‘석유[서규]==>석열[서결]’이라고 예시를 들어 주었다.

연륙교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連陸) 다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열륙]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만약에 육교와 육교를 이어주는 다리라고 한다면 [연뉵교]라고 발음할 수 있다. 왜냐하면 ‘連 + 陸橋’라고 한다면 가능하다. ‘육교’의 발음이 ‘육꾜’이고 그것을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연뉵꾜]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지만 의미상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다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열륙꾜]라고 발음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말의 발음에 관한 조항(표준발음법) 제5장 제20항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ㄴ/이 /ㄹ/의 앞이나 뒤에서는 /ㄹ/로 발음한다. 그러면서 그 예로 ‘신라[실라]’, ‘난로[날로]’, ‘천리[철리]’, ‘광한루[광할루]’, ‘대관령[대괄령]’, ‘칼날[칼랄]’, ‘물난리[물랄리]’, ‘줄넘기[줄럼끼]’, ‘할는지[할른지]’ 등을 들었다. 우리말에서 /ㄹ/은 특수한 발음이다. 영어의 /r/ 발음도 나고, /l/발음도 가능하다.

아내가 영종도로 유인한 것은 아마도 그곳에서 분양하는 아파트가 연륙교의 개통으로 인해 가격 상승 가능성을 보고 유람을 빙자하여 유인했던 것 같다. 속아주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다. 차를 타고 섬에 가서 하루를 즐기고 오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었다. 연륙교가 개통되면 5분 만에 청라신도시에 갈 수가 있다고 하니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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