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명확하게 적시되어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 사회는 민주공화국이 불로소득 공화국 또는 부동산 공화국으로, 모든 권력은 돈으로부터 나오고, 건물주가 모두의 꿈이라고 표현되어 풍자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고 실제로 사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불로소득 가운데 단연 1등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2007년 161조 원에서 2009년 194조 원, 2011년 222조 원, 2013년 245조 원, 2015년 283조 원, 2017년 309조 원, 2019년 352조 9천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통상 16∼17% 선에서 웃돌다가 2019년에 18.4%를 기록됐음을 뜻한다.
불로소득이란 노동의 대가로 얻는 임금이나 보수 이외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자, 배당, 임대료 등의 투자수익(자본소득),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의 매매로 인한 재산소득과 상속 등 무상으로 얻는 소득 등이 이에 포함된다. 특히, 부동산 소유자는 두 가지 소득을 얻는다. 토지를 임대하여 얻게 되는 ‘임대소득(지대)’과 지가상승으로 얻게 되는 ‘지가차액’ 두 가지다. 부동산의 불로소득은 감가상각이 되는 건축물이 아닌 토지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토지에만 국토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마땅하다.
2021년 3월 22일 토지 불로소득 & 실태보고 토론회에서 남기업 토지 자유 연구소장의 발표가 매우 정확하게 진단하였기에 이를 살펴보려 한다. ‘대한민국 토지 불로소득 실태보고’를 통해 “세대 100분위별 토지소유 가액을 바탕으로 전체 가구에 대한 토지소유 지니계수를 톺아봤더니, 2019년 개인토지 지니계수(0.81)는 해방 당시인 1945년(0.73)보다 높았다”고 발표됐다. 지니계수가 1이 되면 완전 불평등 상태를 뜻하는데, 0.8을 넘는다는 것은 토지소유의 불평등이 너무나도 극심하다는 것을 뜻 한다. 이 같은 분석이 시사하는 바는 대한민국 토지 소유 불평등 현상이 1950년 토지개혁 이전 상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농지개혁법이 성립된 시기는 1949년 6월이고 1950년 3월 개정과정을 거친다. 농지개혁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농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근거였고, 중·장기적으로 현대사회로 넘어가는 입구였다. 농지개혁으로 전근대적 지주계급이 해체되었고, 산업자본이 형성되었으며, 그 결과 경제 근대화의 기초가 마련됐다.
2007~2019년까지 13년을 상호대비시켜 비교 분석한 결과, 연평균 부동산 소득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에 달했고, 2019년에는 그 규모가 486조 3천억 원에 이르렀다. 해당 기간 연평균 부동산 불로소득은 GDP 대비 16.2%며, 2019년에는 그 규모가 352조 9천억원, GDP의 18.4%를 차지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2019년은 부동산 소득과 불로소득 모두가 이 기간에 가장 컸다. 토지 소유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개인이 소유하는 토지(민유지)의 경우 상위 1%가 토지의 절반 이상(53.3%)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유지의 96.2%는 상위 10%가 차지했다. 가액 기준으로 보면, 최상위 1%(50만 명)가 민유지 가액의 33.8%를 소유하고 있었다. 개인의 2%(100만 명)가 민유지 가액 절반에 가까운 비중(45%)을 차지했다. 세대를 중심으로 볼 때, 상위 2%가 절반 이상(55%)을, 상위 22%가 97.8%의 민유지를 소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기업 소장은 “임금소득은 어느 정도 개인의 노력을 반영하지만, 부동산 소득은 주로 불로소득이라는 점에서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소득이 사회적 양극화의 핵심 요인이다.
이 같은 토지 소유 불평등과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이재명 지사는 국토보유세를 제안한다. 국토보유세는 토지 소유자에 대한 과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기본소득의 명목으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배분하여 자산소득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여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국민 다수가 혜택을 받을 것이므로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19세기 후반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는 토지보유세에 대한 조세저항이 문제가 되겠지만 해결방법이 있다. 모든 토지소유자에게서 보유세를 걷어서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엔(N)분의 1씩 나눠주는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를 도입할 것을 제시하였다. 이는 땅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자산가치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고, 걷힌 세금 전액을 (땅이 한 평도 없는 사람을 포함해) 전 국민에게 똑같이 기본소득(토지배당)으로 나눠 주자는 것이 강남훈 한신대교수의 주장과 닿아있다. 그렇다면 80% 이상의 국민은 내는 것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기 때문에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토지만 과세하는 국토보유세만으로 완전한 부동산 가격안정은 어렵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이외에도 부동산의 보유로 발생하는 지대소득 중에서 실현소득은 현행 소득세법 상 부동산임대소득(사업소득)으로 과세되고 있다. 그동안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이 오히려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외부효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는 시책도 함께 시행되어야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가능할 것이다. 보유세 강화 방법 이외에도 현재 양도소득세나 상속세 및 증여세가 이익의 실현 시점에 불로소득의 과세를 보완하는 기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 권위자로 손꼽는 분이 경제학자 강남훈 교수다. 그가 쓴 <기본소득의 경제학>에서 전 국민에게 1명당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180조 원을 시민 소득세(가계에 귀속되는 모든 소득의 10%) 120조 원, 환경세(탄소세) 30조 원, 토지세 30조 원을 걷어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기본소득 재정 모델을 설계할 경우 전체의 82%가 ‘순수혜’ 가구(기본소득을 위해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은 가구)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토지, 자연환경, 천연자원, 데이터와 같은 공통부는 모두의 몫이다. 우리 모두의 것으로부터 나온 수익은 특정인 한 사람에게 귀속 될 수 없으며 어떤 누구의 기여를 따질 수 없는 몫이기에 모두의 몫이다. 특히 토지’는 인간이 존재하는 터전이자 환경이고,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는 창고이며, 노동에 필수 불가결한 원료이자 힘이다.
헌법 제 23조 제②항에서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토지소유권을 포함한) 재산권이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행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제2항의 내용은 토지 소유권이 절대적·배타적 권리가 아니라 ‘공공복리’를 위하여 여러 의무와 제약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대적 권리’이며, 고정성·사회성·공공성 등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토지보유세를 도입하면 토지에서 산출되는 불로소득이 최소화 때문에 투기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는 완화되고 무주택자의 고통도 어느 정도는 해소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가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사회적 충격도 줄어들고, 토지 소유자와 비소유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 관계가 제도화되게 될 것이다.
김상돈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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