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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는 실패했다...코로나 방역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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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는 실패했다...코로나 방역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안종주의 안전 사회]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천명을 넘어섰다. 정확하게 2223명이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상륙한 뒤 최대다. 위중증 환자도 많아졌다. 4차 대유행은 한 달 넘게 날이 갈수록 더 심각하게 지속하고 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다른 우려 변이형보다도 더 강력한 델타 변이형의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도 훨씬 더 빠르다. 델타형은 이미 변이형의 왕자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곧 전체 코로나 바이러스 위에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 접종 속도는 더디다. 모더나 백신 확보는 대국민 발표한 것과 달리 구멍이 나 8월 중 맞히기로 한 것이 반토막이 났다.

접종을 마친 국민의 비율은 15% 남짓하다. 부끄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최근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종사자와 입소자 가운데 무려 41명이 집단으로 돌파감염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만 형성되면 코로나 유행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예측은 사실상 사라졌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4단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확산 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하루 3천명, 4천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새로운 방역 전략, 전문가들마다 다른 목소리

전문가들 가운데는 더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려 사망자가 더 증가하지 않는 선에서 시민의 자율적 방역에 더 무게를 두는 완화 전략을 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 집단면역 목표와 전략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어떤 정책과 전략을 펼지 정부도 골치 아플 것이다. 시민들도 어디에 손을 들어야 할지 헷갈린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전략과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 등 많은 부분은 델타 변이형의 공격이 두드러지지 않았을 때 짜거나 세워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한계가 이미 드러났다. 4차 대유행의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바이러스가 확산될 여지가 큰 여름휴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얼마 있으면 추석 연휴와 단풍놀이의 계절이 온다. 이 또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위험한 시기다. 그리고 지난 3차 대유행 때 보았듯이 겨울이란 환경은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안성맞춤이다.

이 모든 지표와 상황은 방역 패러다임을 새롭게 잘 전환기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아니 이미 늦었다. 방역 당국은 물론이고 전문가 등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공동체에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역 전략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굵고 짧게’ 끝내겠다는 전략은 완전한 실패로 판명됐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필요하다.

▲11일 저녁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는 총 1천608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휴지조각 된 4단계 거리두기, 새 버전 만들어야

코로나 유행 이후 고치고 고친 끝에 지금의 4단계로 나눈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7월 초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형해화(形骸化) 됐다. 기준에 맞춘 거리두기 단계 발령은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1단계와 2단계 기준에 속하는 지역인데도 3단계, 4단계 발령을 내린다. 3단계 요건인데도 4단계를 선제적으로 발령하는 곳도 많다. 2단계와 3단계, 3단계와 4단계를 마구 뒤섞어 정체불명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곳도 있다.

원칙이 사라진 곳에서는 불만만 넘쳐나고 효과는 반감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마찰할 소지만 키운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계별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외우고 있지 못하다. 실제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그때그때 다르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헷갈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두 번째로 집단면역 목표와 달성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영국의 백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해 정부가 집단면역 프레임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1차 접종을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50대 또는 60대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 완료(2차 접종)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델타변이 대유행, 집단면역 전략 수정 불가피

인구 70%에 대해 접종을 마치면 감염병의 유행을 잠재울 수 있다는 이른바 집단면역 전략은 코로나 유행 초기인 지난해 봄에 나온 것이다. 이 전략은 변이형, 특히 텔타 변이형의 등장과 더불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돌파감염이 접종 백신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그 선봉장을 델타변이형이 맡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가 인정하는 백신 접종 모범국이다. 전체 인구의 약 60%가 두 차례 백신 접종을 끝냈다. 하지만 최근 델타 변이형이 크게 유행하면서 지난 9일 집계된 신규 확진자 수는 인구규모가 우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음에도 6,275명이었다. 지난 2월 8일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감염자 증가에 따라 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도 덩달아 늘었다. 집단면역이 최종 목표나 구세주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기 충분한 백신 확보에 실패하는 바람에 한두 가지 백신을 접종하는 이스라엘, 일본, 세 가지를 접종하는 미국 등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맞고 있다. 이들 백신은 종류에 따라 항체 형성률과 델타 변이형 대응 능력이 크게 차이난다. 우리는 연령별로도 접종하는 백신이 서로 차이가 난다.

백신별 접종 후 항체 지속성, 변이 대응력 등 조사해야

따라서 접종 완료 후 일정 기간 지난 뒤 중화항체 형성률과 지속 정도, 델타형 등 변이형에 대한 효과 등을 연령별, 백신별로 조사해야 한다. 그 결과를 근거로 해 맞춤형 3차 추가접종(부스터샷)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맞춤형 방역 메시지 소통을 해야 한다.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에 근거한 전략과 메시지 개발, 그리고 소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중간 결과가 어떻다는 정부 발표는 없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비변이형이든, 변이형이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의 경우 돌파감염이 생기더라도 위중증으로 가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물론 델타형에 이어 람다형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유행이 지속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이들 바이러스 가운데 돌파감염과 함께 독력(毒力)이 강한 종류가 생기는 것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끝으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몇 달 뒤, 특히 대부분의 접종대상자에게 백신을 2차까지 맞힌 뒤, 그리고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추가접종까지 한 뒤에는 또 한 번의 방역 전략 전환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기초 위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 완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전환에는 반드시 전문가 의견뿐만 아니라 시민의 여론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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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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