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여자는 치마에 리본', '이주민 바이러스 침투'…생활에 스며든 고정관념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여자는 치마에 리본', '이주민 바이러스 침투'…생활에 스며든 고정관념들

인권위, 정부 홍보물 고정관념·편견 사례 모니터링 보고서 발표

정부가 시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홍보하는 홍보물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정관념·편견 등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일 정부 홍보물 혐오표현 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며 "인권위는 조사 결과 "직접적인 혐오표현이 줄어들고 차별적 표현의 정도가 약해지고 있으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담은 표현이나 이미지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 모니터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정부·지자체 홍보물에 성차별, 인종차별적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조치다. 인권위는 지난 3월부터 2개월 동안 성별, 인종·이주민, 장애 등 3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관련 시민사회단체에 위탁해 18개 부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카드뉴스, 동영상 등의 정부 홍보물을 모니터링했다.

▲성차별 사례로 제시된 환경부의 시각화 자료.

먼저 성차별 표현은 760건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표현 항목으로는 취약계층·노약자 등에는 여성의 이미지를, 전문직·대표 등에는 남성의 이미지를 쓰는 유형(특정 성별, 연령에 치우치거나 배제, 표준·기준으로서의 특정 성별 강조)이 262건(34.5%)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을 보조적·의존적인 존재로 묘사하거나 고정된 여성의 이미지(치마·하이힐·속눈썹 등)를 강조하는 유형(성역할 고정관념 강화) 154건(20.3%), 가족을 표현할 때 3~4인으로 이루어진 정상가족을 사용하거나 한부모 가족의 경우 '엄마와 아이'로만 표현하는 유형(가족 이미지를 특정 유형으로 한정) 108건(14.2%)이 뒤를 이었다.

인권위가 공개한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사례로, 법무부 홍보물은 콜센터·상담사를 연상시키는 직업 이미지에는 긴 머리에 귀걸이를 한 여성 이미지를 부각킨 점을 들었다. 국방부 홍보물도 의사에는 남성, 간호사에는 여성 이미지를 사용했으며 간호사는 직업과 상관없이 긴 머리에 굴곡진 몸매를 드러내고 하이힐을 신고 있다고 지적됐다.

이외에도 "서비스업종 종사가 대부분을 여성으로 표현하고 화학, 자동차, 전기, 기술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은 남성으로 표현하는 성 고정관념에 근거한 이미지 활용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특히 "노인이나 아동 '돌봄'의 주체를 대부분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정화된 직업적 성차별 표현을 찾아낼 수 있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차별 사례로 제시된 교육부의 이미지. '장애우'는 장애인을 시혜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표현이다.

장애차별의 경우, 장애와 관련한 금지된 표현을 사용한 사례 16건(47%), 장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포함된 표현을 사용한 사례 18건(53%)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장애인의 반대적인 표현으로 '정상인', '일반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에서는 '비장애인'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또 이미 차별적인 표현으로 분류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있는 '장애우'를 여전히 사용하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정신지체'를 2008년부터 '지적장애'로 용어 변경했음에도 최근까지 '정신지체'를 사용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보고서는 국토부의 쪽방촌 관련 카드뉴스가 '장애를 얻기 전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해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달리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거나, 장애인은 가난하다는 편견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부 홍보물에서 '신체적 장애를 극복', '시각장애를 딛고' 등의 표현도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사례로 제시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달리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는 편견을 담은 사례도 있었다.

▲인종차별 사례로 제시된 법무부의 자료

인종·이주민 관련해선 150건의 문제표현 사례가 발견됐다. 유형별로는 '정형화·편견·고정역할'이 75건(50%)으로 가장 많았으며 '혐오·차별·비하 표현' 56건(35%)이 뒤를 이었다.

정형화·편견·고정역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외국인 영어교사'를 '금발의 백인'으로 묘사한 카드뉴스가 제시됐다. 법무부도 '불법체류 외국인'을 표현하며 '짙은 갈색의 곱슬머리와 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의 이미지를 사용한 홍보물, 보건복지부가 다문화가족을 표현하며 '아빠는 밝은 피부색, 엄마는 짙은 피부색'으로 표현한 이미지도 같은 지적을 받았다.

특정 집단을 '사회문제·위험·폭력'의 위험이 있는 대상으로 표현한 사례가 35건(26%), 이주민 등이 '불균형대표·비가시화'된 사례도 25건(17%)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가시화'의 사례로 고용노동부가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국민중심 경제강국'이라는 카드뉴스에 외국인 이미지가 없었던 점을 들며 "국내에 거주하는 200만여 명의 외국인과 이주민을 배제했다"며 "국내 경제에서 이주노동자가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등록이주민(불법체류 외국인)을 위험한 존재로 묘사하는 다수의 홍보물을 발견했다"면서 "미등록이주민이 위험하거나 폭력적이며 사회문제와 연루된 것으로 가정한 것인데, 통계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방역에 관련해 이주노동자나 외국인을 '바이러스 침투'에 비교한 표현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같은 보고서들을 바탕으로 정부 홍보물이 "성, 장애, 인종 등에 있어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편견과 고정관념을 담은 표현이나 이미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며, 차별·비하 표현이 구시대적 표현과 맞물려 혐오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정부 홍보물은 국가 정책의 소통창구라는 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단어, 표현, 이미지 등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시민의 인식, 태도,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 홍보물에 나타난 혐오표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링 결과에서 드러나듯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담은 표현이 정부 홍보물의 관리 체계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현재의 정부 홍보물 발간 및 배포 시스템을 점검하여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