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8일로 종료 예정이던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추가 연장하기로 6일 밝힌 가운데, 정부 대응책에 관한 의료계 비판이 제기됐다.
거리두기 연장에는 동의하지만, 그 부담을 오직 국민에게만 전가하는 지금의 방식 대신 지속가능한 대응정책이 여전히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연합)은 성명을 내 이번 정부의 거리두기 연장 조치가 "확진자 규모와 델타변이 유행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팬데믹 시기의 정책으로는 안이하고 부족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보건의료연합은 우선 정부의 적절한 재정지원과 사회정책이 여전히 현장에 적용되지 않아, 장기화된 고통을 온전히 국민이 떠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건의료연합은 "한국은 여전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5%로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인 나라"라며 "일본 16.5%, 미국 25.4% 등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연합이 인용한 자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6월 기준 통계다.
보건의료연합은 "손실보상법은 소급적용을 하지 않고 10월에야 지급될 예정이고 재난지원금은 극히 부족한 액수"라며 "불안정노동자들은 유급병가도 상병수당도 없는 나라에서 백신휴가를 갖지 못해 일부는 접종을 포기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족한 지원으로 인한 문제를 열거했다.
이처럼 온전히 국민 중에서도 특히 약자들이 장기화된 거리두기 부담을 떠안는 상황은 결코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보건의료연합은 강조했다.
보건의료연합은 정부 거리두기 대응책의 형평성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연합은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등 백화점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4단계에서도 인원 제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반면 "학교는 4단계에서 전면 원격수업을 해야 하고 3단계에서도 일부 등교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의료연합은 "창문도 없이 밀폐된 백화점보다 환기 가능한 학교를 더 통제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근거 없다"며 오히려 "아동 청소년의 돌봄과 교육 등 사회적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대기업 영리 행위에는 합당한 방역통제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 보건의료연합은 "실내 공연장은 4단계조차 5,000명까지 모임이 허용되는데 실외 집회는 오직 1인시위만 가능"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시민의 저항을 막을 빌미로 감염병을 동원한다는 비판"을 정부가 계속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염 위험도상 실외보다 실내가 더 위험한 건 자명하다.
보건의료연합은 이어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다시금 병상이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며, 지체된 공공의료 지원이 결국 반복적인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연합은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생활치료센터 뿐 아니라 감염병전담병상, 준중환자병상, 중환자병상이 전국적으로 포화되고 있다"며 "대전은 중환자병상이 포화됐고 인천, 전북, 경북은 준중환자 병상이 다 찼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연합은 이 같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다시 "공공병원에만 (확진자 대응을) 의존하면 확진자 치료실패 뿐 아니라, 특히 공공병원이 위치한 지역 저소득층·취약계층의 의료공백이 발생해 의료불평등과 초과사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지금처럼 정부가 소규모 공공병원에만 확진자 대응을 의존하는 건 "극에 달한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피로도를 고려할 때도 지속가능한 대응이 될 수 없다"고 보건의료연합은 지적했다.
보건의료연합은 "사립병원은 코로나 확진자를 거의 받지 않고, 겨우 병상 비중이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에만 코로나 대응을 의존하는 현재의 기형적 코로나19 대응 의료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사립병원에도 공공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공공병원을 하루 빨리 확충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전염병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보건의료연합은 강조했다.
보건의료연합은 "민간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꺼리거나 수익성이 낮은 응급·중환자 시설을 덜 갖추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며 "유럽도 지난 기간의 긴축과 민영화로 공공병원이 줄고 사립병원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중환자만 입원하도록 할 정도로 의료가 붕괴한 일본도 공공병상 감축으로 감염병 치료병상이 감소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건의료연합은 설명했다.
이 같은 의료 민영화 논리가 세계적으로 번진 가운데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고 또다른 신종감염병이 예고"되는 데다 "기후위기로 산불, 홍수, 폭염 등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목전에 닥친 지금 공공병원 확충은 정말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보건의료연합은 강조했다.
보건의료연합은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인력에 대한 보강과 지원"을 강화하고 "공공병원부터라도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제도화해서 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계획을 정부가 즉시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연합은 장기화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민의 고통이 누적되는 가운데 지금 정부가 시급히 취해야 할 정책은 "땜질식 미봉책"과 "국민에게 거리두기 의무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재정적 정책 시행"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의료대응정책" 마련으로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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