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이달 중 해산 절차를 밟는다. 남녀 학생 총투표로 총여를 폐지한 다른 대학과 달리, 경희대는 여학생 주도로 총여를 해산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 총학생회 등 학내 자치기구는 이달 초 확대운영회의를 열고 총여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
경희대는 회칙상 총여가 존재하지만 2017년 이후 사실상 대표자나 활동이 없었다. 학생들은 수년간 대표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로 학생자치의 퇴조 분위기와 더불어 총여 회원들에 대한 온·오프라인 상의 공격을 꼽는다.
실제로 총여 회원들의 신상을 온라인상에 무단 공개하거나, 페미니즘 활동을 못 하게끔 협박 전화나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경희대 총학생회 등에서는 총여의 부재로 학내 성평등 현안 대응에 공백이 있다는 점에서 해산 공감대가 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6일 총여 존폐를 논하는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 학생은 "대학 내에서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져 해산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총여가 해산해야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사업을 다른 자치기구들이 분담하거나 (대안 기구에서) 새롭게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젠더 문제도 성평등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며 '인권위원회'나 '성평등 위원회' 등 대안 기구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페미니즘 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들도 이런 관점에서 총여 해산에 공감하며 새로운 기구를 꾸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총여가 독립된 자치조직으로 출범한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여학생들의 투표로 자발적 해산을 결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비록 학생회 집행부는 없지만 총여를 구성하는 여학생 회원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남우석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타 대학에서 졸속으로 총투표를 해 구성원 간 견해차가 해소되기 전에 총여를 폐지한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대학에서는 여학생 회원들의 자치권을 존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총여는 민주화 운동의 바람 속에서 총학생회와는 별개 조직으로 1987년 출범해, 1990년대까지 여성주의 논의를 주도하며 여학생들의 취업 대책 등을 위해 힘썼다. 그러나 2006년 '고 서정범 교수 무고 사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2010년대 중반 이후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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