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대선 주자 4선 출신 유승민 전 의원은 “공정소득은 기본소득의 사촌쯤 된다”고 주장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사촌이 아니라 남남”이라고 독립을 선언했다. 기본소득은 사실 무조건 기본소득이다. 이를 참고하여 공정소득을 '무조건 독립선언' 한 셈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정소득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것,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것이니 사촌이 아니라 남남”이라며 작금의 한국 사회에 대면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에 맞대결을 선택하는 대신에 판 파레이스에 도발하는 발언을 하였다.
유승민 전 의원에게 베이직 인컴(Basic Income) 책에서 필리프 판 파레이스가 제시한 기본소득과 그 사촌들의 개념을 간단하게 다시 짚어주려 한다. 사실은 필자가 지난 6월 3일 “기본소득과 그 사촌들, 공정소득과 안심 소득”이라는 제목으로 프레시안 칼럼을 통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은 그동안 잠잠하다가 공정소득은 “기본소득의 사촌이 아니라 남남이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알렸다. 이것은 유 전 의원이 쏘아 올린 공정소득에 대한 무조건 독립선언이거나 그간 각고의 노력과 심오한 학습 끝에 새로운 이론을 개발할 것이 틀림없다. 공정소득이 마이너스 소득세가 아니라면 아마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신 이론이기에 잠재적 대선주자 도전보다는 노벨경제학상에 도전하는 것이 마땅하다. 유 전 의원은 정치가의 면모보다는 경제학자의 자태에 훨씬 가까울 수도 있는 분이다.
판 파레이스가 제안한 기본소득과 그 사촌에 대해 지난 6월 3일에 판 파레이스의 기본소득과 그 사촌을 참고하여 설명한 필자의 칼럼 원고를 다시 들춰보려 한다. 이 같은 작업은 다소 고되고 식상하지만 유 전 의원이 ‘기본소득과 남남’이라고 무조건 주장하니 번거롭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혹시 지금까지 야권 대선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책 없는 갈지(之)자 행보와 지지율의 뒷걸음치는 것을 보고 “공정소득이 남남이다”라는 파격적인 정책홍보를 하기 위한 선거전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기본소득의 사촌격인 공정소득이라도 선점하지 못하면 다른 잠재적 여야 후보들에 비해 자신의 이론이 8촌쯤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따른 위기관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유 전 의원이 쏘아 올린 “공정소득은 기본소득의 사촌이 아니라 남남이다”라는 주장의 근거를 보자. 판 파레이스가 제기한 기본소득과 그 사촌이란 기본재산, 마이너스 소득세, 근로소득 세액 공제, 각종 임금 보조금, 고용보장, 노동시장 단축이다.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는 소득이 일정한 수준을 넘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내도록 하고 이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미달하는 금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제도이다. 신자유주의를 창시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정책이다. 마이너스 소득세는 기본소득이 아니고 그 사촌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의 소득세 급여대상 및 그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에 위배 되기 때문이라고 판 파레이스는 설명한다. 유 전 의원이 쏘아 올린 공정소득이 “마이너스 소득세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닿아 있는 것이다. 마이너스 소득세는 기본소득과 그 사촌이다.
그러나 그는 공정소득을 “기본소득에 쓸 돈을 소득 하위 50%에 주면 2배, 소득 하위 33.3%에 주면 3배를 줄 수 있어 양극화 해결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규정했다. 이 주장이 마이너스 소득세의 주장이 아니고 공정소득 그 자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의 사촌이 아니라 마이너스 소득세의 사촌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싶다. 또 그는 “공정소득을 할 때 대상자를 선별하는 행정비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IC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월급 생활자들의 소득은 유리지갑이라고 할 만큼 다 드러나 있고, 자영업자들도 카드 매출이 대부분이라 소득파악이 어렵지 않다”고 덧붙인다. 이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다.
명확히 맞는 것은 대한민국은 ICT 강국이고 월급 생활자는 유리지갑 이라는 사실이다. 반면, 틀리는 것은 행정 비용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산조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행정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소득파악이 어렵지 않다”는 것은 잠재적 대선 야권 유력후보인 유 전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국민의 힘 유경준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참고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특고 등 용역제공자 관련 사업장 1만2763곳 중 과세자료를 제출한 곳은 964곳(7.6%)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중고차판매 관련 사업장의 과세자료 제출 비율이 1.7%로 가장 낮다. 특히 사업장 4406곳 중 과세자료를 제출한 곳은 77곳에 그쳤다. 그 뒤를 이어 대리운전(3.6%), 욕실종사(9%) 소포배달(9.5%), 가사도우미(9.6%), 간병인(17.9%), 골프장경기보조(36.8%) 관련 사업장의 제출 비율도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의원에게 '특고 등 용역제공자 관련 사업자만 소득파악이 어렵겠는가?' 라고 묻고 싶다.
끝으로 유 전 의원이 쏘아 올린 “공정소득은 기본소득과 남남이다”라는 무조건 독립선언은, 마치 “이혼하면 남남이다”라는 말과 혼돈되어 들리는 듯 하다. 기본소득과 결별했든 아니든, 사촌이든, 남남이든 작금의 시대정신은 기본소득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김상돈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