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범주(청년, 농민, 예술인 등)별 기본소득과 무조건 기본소득으로 구분된다. 무조건 기본소득은 부분 기본소득과 완전한 기본소득으로 유형화된다. 우리나라는 결코 완전한 기본소득으로 기본소득 민주주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 시작은 부분(소액) 기본소득과 범주별 기본소득이다. 예를 들면, 이재명 지사는 7월 22일 목요일 임기 내 모든 청년(19세-29세)에게 1년 2백만 원, 2023년 25만 원으로 시작하여 모든 국민에게 임기 내 1인당 1년 100만 원을 소멸성 지역 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였다.
기본소득 지급 첫해인 2023년은 청년 700만 명에게 100만 원, 모든 국민에게 25만 원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이 될 것이고 이 액수가 젊은 청년과 국민 모두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대략 20조(청년:7조 + 모든 국민:13조)의 국가 예산이 소요된다. 이 같은 기본소득 액수가 0.0000001% 증액 및 감소가 필요할 경우 모든 국민에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숙의 형 민주적 토의 과정(예: 국민투표, 공론조사 등)을 전제로 증액 및 감소가 이루어질 것이다. 기본소득 액수의 증감 여부는 국민이 직접 결정하므로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이고, 모두를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다. 기본소득은 숙의민주주의와 함께 제도화 또는 배태(embedding:자리매김)되어야 비로소 그 빛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기본소득 민주주의의 핵심개념은 숙의(deliberation)다. 숙의는 특정 정책 수단의 찬성과 반대의 이유에 대한 토의를 뜻한다. 숙의는 참여자 개인의 가치나 생각이 역동적으로 변화되는 선호 전환적인 특징이 존재하므로,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을 축소 시켜 합의가 도출된다. 숙의는 하나의 과정이고 합의는 결과이다. 숙의 형 사회적 대화는 의사소통 민주주의와 민주적 거버넌스 구조가 요구된다. 민주적 거버넌스는 다양한 사회 주체들의 직접 참여에 의한 자원 배분과 문제해결 방식을 의미한다. 숙의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매우 발달한 형태다. 숙의민주주의는 이해당사자들의 책임 있는 참여와 합의의 이행을 담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 민주주의 구조다.
기본소득의 지향점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국민과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기본소득위원회가 설립될 것이다. 기본소득위원회는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공론조사’ 등의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의사결정이 수렴되고 협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공론조사는 숙의 과정을 거친 국민여론조사이다.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촉발되게 된 계기는 2017년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재개 여부와 관련된 공론조사다.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후보 당시 공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거지던 원전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2016년 울산·경주 등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전 건설반대 운동이 힘을 얻은 것이 공론조사를 실시 된 주요 배경이었고, 공론화 위원회가 출범되었다.
이 공론조사의 시작은 일반 시민 2만 명 대상 전화 조사가 실시 되었고, 그 응답자들을 성‧연령별 원전건설 재개에 대한 입장에 따라 층화하여 무작위로 500명을 선정하였고, 시민참여단으로 선정하여 그 시민참여단이 (최종 471명) 자료집 및 온라인 자료를 통한 학습 그리고 오리엔테이션과 2박 3일 동안의 합숙 토론에 참여하면서 집중 숙의를 하였다. 숙의 과정이 끝난 후 설문을 통해 시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을 받아 원전 재개라는 권고안이 도출되었고, 공론화 위원회가 조사 보고서에 정책권고안을 담아 국무총리에게 전달, 최종적으로 대통령은 그 권고를 수용하여 원전건설을 재개하고, 세부적 내용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을 따르는 것으로 공표하여 결정하였다. 기본소득은 이 같은 공론조사의 의사소통 민주주의 방법을 통해 기본소득 액수 및 재원 마련방안 등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숙의 과정에 내재 된 의사소통가치들(상호성, 호혜성, 공정성)이 이론적으로 숙의민주주의를 정당화하는데 지대하게 도움을 주지만, 현실적인 정치적 갈등의 벽 때문에 무력해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가 2018년 12월 5일 공론조사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중국 자본인 녹지 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하기로 했다. 의료비를 자율 결정하고 외부에 이익 배당을 할 수 있는 영리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원희룡 현 제주지사는 논란 많은 영리병원 허가 여부를 공론조사로 결정하겠다고 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스스로 뒤집어버렸다. 영리병원 문제를 떠나 한국 사회에 매우 나쁜 선례가 되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기본소득은 단 0.00001%이더라도 숙의민주주의를 전제로 국민적 공감과 사회적 대화에 따라 증액/감소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민주주의고,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무조건 제공하는 최소생계비이자 인간 살림살이의 마중물(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이고 진정한 민주주의다. 기본은 뿌리, 근본, 토대라는 점에서 소득의 한낱 밑거름일 뿐이다. 기본소득은 푹신한 의자가 아니라 딱딱한 야전 의자다. 기본소득은 선거 때 선심 쓰는 선거공약이 아니라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이고, 포퓰리즘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이다.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기본소득 민주주의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모델과 서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민주주의 모델이며, 21세기 4차산업혁명에 따른 노동 없는 자본주의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분배체계의 공정성 모델이고, 작금의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공존적 삶의 해체에 대한 민주적이고 혁신적인 사회문제의 해법이다.
따라서 기본소득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만의 고유한 사회정책모델이다. 대한민국의, 대한민국의 체제, 대한민국의 영토, 대한민국의 탈영토화, 대한민국의 도주선이 바로 기본소득 민주주의 국가다. 기본소득 민주주의 국가가 지향하는 것은 억강부약 대동 세상인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지난 7월 1일 제 20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문에서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 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 면서 "규칙을 지켜도 손해가 없고 억울한 사람도 억울한 지역도 없는 나라, 기회는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여야 미래가 있다"고 밝힌 이! 선언문은 가히 작금의 시대정신이면서 시대 철학이자 미래의 혁신적 가치다. 이것이 바로 모두가 소망하는 기본소득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이다. 끝으로 “불을 품지 않는 책은 불로써 심판받는다” 라고 말한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김상돈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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