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감찰'로 최근 일선 소방공무원들을 윽박하려다 부메랑을 맞은 소방청 감찰팀이 숨을 죽인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폭염 속에서도 밤낮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동료 소방공무원들의 업무를 도와주니는 못할 망정 오히려 곤경에 일부러 빠뜨리기 위해 훼방을 놓는 감찰 방식에 덜미가 잡히자 감찰팀에 쏟아지는 비난의 소나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처럼 사태를 유야무야 넘기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9시 5분. 소방청 감찰팀은 어둑어둑한 야간시간을 틈타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전북 전주덕진소방서에 몰래 들어갔다. 감찰팀 2명 중 1명은 밖에서 망을 보고 있고, 다른 1명은 내부에 들어가 큼직한 가방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가방을 든 채 횡단보도를 이용해 덕진소방서 맞은편으로 건너간 뒤 모습을 숨겼다. 감찰반의 손에 들려 있던 가방에는 '말벌보호복'이 들어있었다.
감찰반원들은 이튿날 덕진소방서를 찾아 말벌보호복 분실 책임 추궁과 함께 이를 지적하는 부당감찰행위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일제히 보도되자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사이트를 통해 부랴부랴 해명을 하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사실은 이렇습니다'에서 소방청이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감찰반의 모습에서는 해명과는 달리 청사보안에 크게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청사보안에 문제가 있었다면 현장에서 곧바로 시정조치를 취했으면 됐음에도, 소방대원들이 비상시 챙겨야 할 보호복을 굳이 감추고 나와 숨기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예방감찰'이라고 우겨대고 있는 소방청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당시 덕진소방서에 대한 감찰은 예방이라기 보다는 문단속을 그대로 방치한 채 달아난 공범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공노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 소방노조 등은 소방청 감찰팀의 이번 감찰을 '함정감찰'로 규정지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함정감찰'은 소방공무원법에도 금지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소방감찰규정 제8조 7항에 이렇게 나와 있다.
소방청이 굳이 '예방감찰'임을 주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 감찰규정에 명시된 '함정감찰'이 위반행위이기 때문이고, 만약 이 문제가 불거질 경우 감찰반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함정감찰'이 만약 아니라해도 감찰반은 규정 제8조에서 3가지 항목을 위반하기도 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2항의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직무를 수행하고'에서 말벌보호복을 사실상 훔쳐가지고 나온 점을 감안하면 '비양심' 행위로 볼 수 있다.
또 3항에서 '피감찰기관의 근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고'라는 부분에서도 소방청 감찰반은 규정을 위반했다. 이들이 말벌보호복을 몰래 가져간 사이 관련 출동이 있었다면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목숨을 내걸고 말벌과 전쟁을 치뤄야 하는 근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이 생겼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감찰반의 규정 위반은 한 가지 더 추가된다. 5항에 '감찰관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라는 부분에서 품위 유지보다는 동료 소방관들을 골탕먹이기 위한 행동을 보면 이 조항 역시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지적사항이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소방청을 항의 방문해 "소방감찰규정에 금지하고 있는 '함정감찰'이자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매우 부적절한 과잉감찰이다"면서 관계자 처벌과 감찰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소방노조는 해당 감찰반원에 대한 처벌이 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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