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가시화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은 난무하지만, '미래 비전' 경쟁 대신 상대를 향한 비방전만 극성이다.
지난 5월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미국을 놓고 싸우는 세 정치 세력들)>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발간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기후위기 문제(및 이와 연동된 불평등)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이 '구시대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최근 여야 주요 후보의 20세기형 대선 출마선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토록 퇴행적 대선 출마 선언이 난무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라며 "지금은 약 7년 정도 내에 기후위기를 통제하기 어려운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가 여러 어젠다 중에 중요한 하나로 취급받는 세상은 이미 지났다.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세계관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재해석해야 하는 시기"라며 "시민운동조직은 물론이고 기업, 대학 등 모든 시민사회가 거의 대선 투표 보이콧을 각오하는 수준의 강력한 경고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내년 대선 이후 한국에서 개헌 정국이 펼쳐질 것이라면서 "미국 자유주의 제도의 오작동을 살펴보는 것은 개헌 정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헌에 대해 내각제, 대통령 중임제 등 단순한 통치제도 문제를 넘어서 한국이 앞으로 어떤 문명, 어떤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 논쟁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며 이번 저서에 대해 "한국의 정치 발전에 시사점을 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런 점에서 이는 단순히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미국의 상하원이라는 제도 설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운명과 제도 운용에서의 한계를 동시에 가진 것이었다. 미국 리버럴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외면했다가 소위 '트럼프 현상'에 직면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며 "그러다 이제야 선거 제도 개혁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정도 반성으로는 현재 미국의 위기가 극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민주의적 문제의식이 미국의 주류에서 부활했다. 주류 정치세력인 리버럴들이 심지어 사민주의적 기조의 경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트럼프라는 참주선동가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며 미국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안 교수는 "문제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미 자유주의 제도가 오작동 중"이라며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제도와 개헌의 높은 장벽 등의 존재로 인해 지금 현상유지 경향의 미국의 정치 제도로는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2021년 현재 한국이 직면한 최대의 외교적 도전은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의 대립 속에 우리는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하는가가 아닌가 싶다.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교착, 한일 갈등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이는 하위 변수라고 생각된다.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고 협력할 수만 있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치엘리트들은 현재 국제체제 속에서 자국의 위상이 어떠하며 라이벌인 중국의 의도는 무엇이고 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안보협력 국가인 반면 중국은 최대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한 저서 <미국은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다>에서 "우리가 알던 미국은 이제 없다. 미국은 그 원형 모델이었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주의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당연시해 온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규정했다. 세계의 패권국가였던 미국의 정치경제 모델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질서 자체도 흔들린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러한 혼돈과 무질서의 이행기에 세 정치세력이 미국을 새롭게 규정하려 하고 있다. 기존의 미국적 가치와 경계선을 지키려는 토크빌주의, 체제를 넘어 문명충돌적 시각에서 미국을 변화시키려는 헌팅턴주의, 민중의 힘에 기반해 사회민주주의나 더 나아가 사회주의로 나아가려는 데브스주의" 고 했다.
토크빌주의를 대표하는 정치가와 이론가로는 바이든 대통령과 존 아이켄베리, 헌팅턴주의는 도널드 트럼프와 스티브 배넌, 데브스주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와 엘리자베스 워런을 꼽았다.
책에 따르면 현재 기존 정치 주류인 토크빌주의는 국내적으로는 정치개혁과 함께 데브스주의의 사회민주주의를 일정 정도 받아들여 기층의 경제적 개선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헌팅턴주의를 제어하고 국내 정치기반을 정비해 중국과의 체제대결을 도모하고 있다. 물론 그 성패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우선 미국의 기존 질서가 흔들린다고 했을 때,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미국의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 2001년 이후의 대중동전쟁은 영향은 무엇인가?
안병진 : 미국의 질서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인데, 그 원인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 미디어의 표피적이고 진영 논리적인 행태 등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미국의 자본주의가 1970년대 이후로 어떤 위기를 겪어왔는가의 문제로 접근하기도 한다.
제가 초점을 맞추려는 것은 미국의 건국 시조들이 탁월하게 만들었던 소프트웨어, 즉 미국의 자유주의적 정치제도가 이제는 어쩌면 개혁 정도도 될 수 없는 정도로 완전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미국의 주류 학자들이 근대문명 시절 설계되고 작동하던 미국의 자유주의 제도가 오늘날 오작동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에 대해 치밀하고 발본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저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그리고 한 가지 전제하자면, 저는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미국을 아는 것이 한반도를 살아가는 실천적 지식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데에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책도 아카데미즘과 대중서의 중간 지점 정도로 썼다.
예를 들자면 미국 자유주의 제도의 오작동을 살펴보는 것은 내년 봄 한국의 대선 직후부터 벌어질 개헌 정국에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개헌에 대해 내각제, 대통령 중임제 등 단순한 통치제도 문제를 넘어서 한국이 앞으로 어떤 문명, 어떤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 논쟁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것, 즉 한국의 정치 발전에 시사점을 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런 점에서 이는 단순히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좌파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미국 자본주의가 가지는 위기, 즉 생산비용 증가와 더 이상 유효수요 창출이 힘들어 지면서 생기는 축적의 위기가 구조적 위기이자 정치적 위기의 배경으로 존재한다.
정치 제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국의 건국 시조들이 설정했던 상‧하원제도가 어떤 점에서 더 이상 작동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문제다. 이 제도는 로마 제국을 따라 만든 것인데 상원이라는 심의적 기관, 하원이라는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하는 기관이라는 문제의식이 탁월하긴 했으나 지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상원은 당초 파당적 이익을 떠나 나라 전체의 이익을 숙의하는 심의적 기관으로 고안됐으나 지금은 완전히 당파적 진영 대립으로 일관하고 있고,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하기 위한 하원이 현역 의원의 80%가 당선될 정도로 현상유지의 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살려내기 위해 미국의 '리버럴'(liberal)들은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 개혁, 탄핵 요건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설령 개혁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해결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상하원의 역동적 균형점이 근원적으로 복원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의 상황이 한국 민주주의의 쇄신이나 개혁 또는 반면교사로 작용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연속적 동시 전환'의 테제를 주장했다. 한국은 자유주의적 (헌정주의)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나가면서 동시에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 자유주의가 가지는 필연적 한계를 넘어서는 정치체제를 동시에 연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유주의를 성숙시킨다는 것이 보수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한국은 자유주의조차 제대로 성숙시키지 못한 곳이었기 때문에 자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려면 미국 건국 시조들의 정교하고 탁월했던 지혜를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또한 그 한계와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모델의 단순 도입이나 폐지를 넘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자유주의적 제도를 이미 발전된 완성형 모델로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 한계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 지금 미국 상원의 모습은 심의적 판단은커녕 정파 대립의 공간일 뿐이다. 트럼프 탄핵 국면에서 봤듯이.
그럼 미국 건국의 시조들이 무엇을 놓쳤는가. 그들이 생각했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기관으로서 현재의 상원보다는 차라리 중국 공산당이 훨씬 더 장기적 시야를 가지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건 미국 리버럴들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예컨대 하버드대학의 나오미 오레스케스 교수는 최근 경희대 주최 토론회에서 악화되는 기후위기 속에서 다가올 기후파국의 미래에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응력에 회의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미 수년 전 <다가올 역사, 서양문명의 몰락>이란 소설 형식의 책을 통해 어쩌면 (중국의) 권위주의적 체제가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미국의 상원은 기후 위기와 불평등, 그리고 미래를 대비한 기관으로서의 역할, 미래의 인간, 비인간 주체들을 충분히 정치적 주체로서 반영해나가는 기관으로서의 상원이 아니다. 금권선거, 기득권들이 너무 큰 영향을 가지는 상원이다. 그런 점에서 상원이 중장기적인 심의기관으로는 실패했다고 본다.
그럼 하원은 민중의 역동성을 반영한 기관인가? 출발부터 그렇지 못했고 지금은 전체 하원의원의 80% 이상의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근본적인 이슈에 직면할 때는 현상유지 집단이 돼버렸다.
즉 미국의 상하원이라는 제도 설계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운명과 제도 운용에서의 한계를 동시에 가진 것이었다. 미국 리버럴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외면했다가 소위 '트럼프 현상'에 직면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이제야 선거제도 개혁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정도 반성으로는 현재 미국의 위기가 극복되기 어렵다.
이들은 경제적 뉴딜만이 아니라 계속 악화되고 지구행성의 존망이 걸릴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에 필수불가결한 정치제도는 무엇인가, 현 자유주의 제도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물론 중국 권위주의 체제는 이러한 질문 이전의 인간 개인의 존엄과 적법 절차 등 기본 질문 조차 오늘날 제대로 던질 수 없는 체제이다.
프레시안 : 트럼프 당선은 미국의 엘리트들이 소위 '바닥 민심'을 몰랐다는 방증이었는데, 트럼프의 당선 자체가 미국의 정치제도가 오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사례라면 그러한 오작동의 근원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안병진 : 정치과정 측면에서만 보면 원래 정치는 소위 말하는 민중들의 역동적인 욕망이나 꿈 등과 엘리트들이 가지는 이성주의적, 기득권적인 것 사이에서의 균형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브루스 애커만 등 일부 학자들은 '포퓰리즘'을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본다. 현실정치의 기득권정치로의 타락을 민중의 저항에 의해 교정해온 이중 민주주의가 미국 정치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샹탈 무페는 이를 외면하거나 억압하는 순간 유사파시즘과 같은 타락한 형태의 정치가 귀환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난 40-50년간, 대략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정치에서 민중들의 욕망이나 꿈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기존 정치세력에 의해 충분히 반영되고 해소되는 과정이 있었냐고 본다면 좀 의문이 있다.
예를 들어 근대 시기 민주당은 레닌의 소비에트 모델과 실존적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당시 루즈벨트는 극우들에 의해 빨갱이, 포퓰리스트라 비난받기도 했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자본과 사회의 위기 및 1980년대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소위 불임정당이 되면서 이를 탈출하는 핵심 기제로, 즉 정권 탈환을 위한 방편으로 민중들에 대한 배제, 자본분파에 친화적인 정치 엘리트 그룹으로 스스로를 탈바꿈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운동적 정당에서 기득권 엘리트, 소위 말하는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 정당으로 변해갔다. 정권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던 것이다.따라서 민중들은 정치 과정에서 소외됐고, 기존 민주당에 자신의 욕망을 투입하기 어려웠다.
보수적인 민중들의 경우 1981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했을 때 이같은 기대가 있긴 했다. 레이건 같은 강경 우파가 백인 민중들의 강렬한 열망을 반영한 강경 보수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인종주의와 소수파 젠더에 대한 강력한 공격을 하길 기대했다. 중하층 백인들은 1960년대 이후 페미니즘, 동성애, 낙태 허용 등 진보파의 반문화운동에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레이건은 현실정치가였다. 취임 이후 비서실장으로 제임스 베이커라는 워싱턴 '인사이더'의 상징적인 인물을 기용했다. 이후 공화당은 금융세력을 비롯한 워싱턴 인사이더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서 민중을 배신한 셈이 됐다.
물론 당시 현실정치가가 아닌 강경 우파의 네오콘들이 있었으나, 1930년대부터 1980년대 레이건 시기까지는 소비에트와의 냉전이란 구도만 보면 정치엘리트 간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 초당적인 '이스태블리시먼트'(Establishment, 기득권)' 시대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민중들은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워싱턴의 '딥 스테이트' (Deep-State,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주류 정치집단)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한 결코 자신들의 시대가 오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가지게 됐다.
1960년대 앨라배마 조지 왈라스 주지사나 1992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팻 뷰캐넌은 정치적 올바름을 무시하고 이 분노를 거칠게 대변하거나 조종하려한 선구적 트럼프였다. 그들은 극심한 인종주의, 반여성주의와 고립주의를 옹호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귀찮은 주변부 후보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예비 경선에서 뜨고 싶어 하는, 그래서 본선에 나간 후보에게 생채기를 입히는 뭐 그런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트럼프가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는 미국에서 가장 '인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사실 문화적으로는 '리버럴'에 가깝다. 클린턴 이후 공화당이 선거에서 계속 패배하면서 당 내부에서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해부 리포트에 따르면, 앞으로 공화당은 문화적으로 좀 더 리버럴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미래가 되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른바 '온건한' 빅텐트 공화당을 구상한 셈인데, 트럼프는 실상 극단적 인종주의자, 즉 백인우월주의자였고, 시대의 흐름이 딥스테이트에 대한 백래시가 되자 운 좋게도 왈라스와 뷰캐넌이 이루지 못한 주류가 됐다.
트럼프는 극우의 입장에서 진정한 전환적 정치가이자 혁명가였다. 그 이후 많은 미국의 평론가들은 트럼프를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선거는 과격하게, 통치는 중도적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즉 선거 과정에서의 과격한 레토릭이 정치 교과서의 법칙과 달리 실제 국정운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한 때 지난 미국 대선 이후 올해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회 의사당을 점거한 사건을 일시적, 일탈적 현상인 것이라고 보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990년대 팻 뷰캐넌 시대만 해도 극단적 소수파로 치부됐던 이들이 이미 미국 정치의 주류로 진입했다. 극단적 보수가 사실상 공화당을 접수한 것이다. 이들의 대변자로는 트럼프도 있고 향후 대선 후보 중 하나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있다.
이렇듯 일련의 정치 과정에서 양 주류 정당이 그들 나름의 이유로 인해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정치의 퇴행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2011년 책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2016년 대선이 아닌 2020년 대선에서 국수주의를 내건 제3의 정당이 나타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탁월한 전망이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 2016년에 부상한 샌더스와 트럼프는 둘 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반감으로 나온 일종의 '이단'인데, 샌더스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을 장악할 수 없었던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과 보수 진영을 장악하고 대통령에 당선까지 됐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안병진 : 미국 민주당은 루스벨트 이후 계속 우경화되면서 지나치게 기득권의 정당으로 변모했다. 그 속에서 샌더스 진영은 민주당 주류와 전혀 다른 사회주의자이지만 민주당 플랫폼을 활용한 참여 전술을 펼쳤다. 그런데 이들이 민주당에서 주류를 차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따라서 당외 인사가 민주당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020년 대선에서는 그 가능성이 조금 더 올라갔다.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에 이들 사이에 거리감이 있었고 이들이 중장기적인 큰 그림하에 연대하지 않고 서로 적대적이 돼버렸다. 좌파 특유의 분열주의 및 샌더스와 워렌의 정치적 미숙함이 함께 작용했다고 본다.
또 이미 공화당은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등 '티파티'가 지지하는 강경 보수가 주류가 됐다. 티파티를 공화당의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의 당선을 보고 미국의 백인들은 드디어 히스패닉이나 아프리칸-아메리칸(African American) 등의 '타자'가 미국을 침략해 접수하는 가장 결정적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상식을 가진 이들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지만, 심지어 현재 미국에서는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나면서 멕시코가 1846년 전쟁에서 미국에게 빼앗긴 이전 영토를 수복하겠다며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타자의 '침입'에 대한 공포조차 존재한다.
그리고 미국의 많은 국민들이 2008년 가을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도 문제였다. 당시 나는 프레시안 등 기고문에서 오바마의 경제위기 인식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2009년 오바마 집권 이후 강한 '백래시'(Backlash, 반격)가 일어난 이유 중의 하나이다.
프레시안 : 당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서는 1조 80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나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우리의 정치적 자산으로는 이걸 통과시킬 수 없다면서 스스로 절반을 깎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막대한 구제금융을 투입해 제네럴모터스를 비롯한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 등은 살렸지만 중산층 구제에는 별 힘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 우파 포퓰리즘을 일으키는 발화점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안병진 : 1993년 빌 클린턴 집권 당시 행정부 내에는 두 분파가 있었다. 지금 시점에 비유하면 임금 주도 성장 분파와 균형 예산을 주장하는 보수파가 있었다. 노회한 중도였던 클린턴은 보수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이득세를 좀 올리려고 했는데 난리가 났다. 그래서 진영 대결 끝에 겨우 통과시켰는데 그게 나중에 경제 부흥에 기여했다.
중도주의자 클린턴 조차 당시 '문명의 적'이라 부른 공화당으로서는 오바마는 더 큰 적이고 자신들이 불임정당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들의 방해라는 한계가 있지만 오바마가 보다 초당적 태도에 집착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대결하는 태도는 필요했는데 경제위기의 압박감에 눌린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
집권 후 첫 중간선거에서 패배했고, 공화당은 보수 강경의 티파티가 장악한 상황에서 오바마는 이후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신자유주의 체제와 완전히 결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프레시안 :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의 2장 '건국 시조의 오판'에서 미국 혁명의 근본적 결함은 경제적 전제에 있다면서 자본의 우위, 자본의 과두적 힘이 정치영역을 철저히 자본 편향으로 기울어지게 하는 미국의 금권정치 과정을 말했는데, 그렇다면 금권 대 민권의 대립,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필요한 것 아닌가.
안병진 : 네오리버럴리즘(신자유주의)의 특징이, 토마스 프리드만 같은 사람들은 세계는 평평하다면서 러시아, 중부유럽까지도 워싱턴 컨센서스를 적용하려고 했다. 즉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를 이식하려고 했다. 1990년 중반 코소보-보스니아 전쟁 직후 가장 먼저 그 지역에 들어갔던 것이 크리스토퍼 힐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이 지역에 이식하려고 들어갔다.
미국의 네오리버럴한 체제를, 즉 결함 많은 시장주의를 권위주의적 체제에 급격하게 이식하려고 하면 그게 오히려 약탈적 체제로 이어진다. 전근대적 부족주의 체제와 결합되면 아주 잔혹한 결과를 낳기도 했는데, 그래서 푸틴의 정치적 상승은 미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른바 충격요법으로 러시아 경제를 극소수의 올리가르히(과두지배세력)에 넘겨 약탈적 경제체제를 만들었고, 냉전 종식 당시 고르바초프와의 구두 약속을 어기고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동유럽,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은 물론이고 한때 소련 영토였던 우크라이나에까지 확장하려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미국의 네오리버럴(신자유주의자)들은 미국 내 민중들의 곤경, 이에 따른 민중들의 저항에 대해 쉽게 생각했다. 1993년 당시 클린턴 진영은 대기업을 자문하는 보수적 컨설턴트들이 지배했다.
이 사람들의 눈에는 민중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정치 컨설턴트라는 마크 펜이 2008년 대선 당시 힐러리 캠프의 지휘자였는데 이 사람이 오바마의 부상을 읽지 못했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라는 구호로 1992년 클린턴 당선의 일등공신이 된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도 2008년 초반 "오바마? 웃기지 말라. 미국 정치에는 물리학 법칙이 있다, 20대에 기반한 캠페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해 치러진 대선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4년 출생자)의 승리였다.
세계화가 가지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과 네오 리버럴 레짐(신자유주의 체제)이 가지는 본질적 한계에 대한 안이한 발상, 소련이 무너진 이후 미국식 정치‧경제 모델에 대한 과도한 환상 등이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오바마라는 비주류에 무너진 이유가 된 셈이다.
물론 오바마 진영조차도 그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비롯한 주류 팀들은 앞으로 선거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구학적으로 히스패닉, 아프리칸-아메리칸, 여성, 뉴 밀레니얼 세대 등이 민주당 지지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약간 과장하자면 이들은 이들의 합산만으로도 이길 수 있는데 굳이 선거 때마다 골치 아프게 진영을 넘나드는 백인 노동자(소위 레이건 민주당)는 무시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이 운동적 정당에서 엘리트 정당으로 변모하면서 과학적 분석 능력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2년 대선에서 네이트 실버와 미국 민주당 내 전략가들의 사전 예측에서 각 주의 투표율을 거의 오차 없이 맞췄다. 그랬는데 2016년 대선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공식 이상으로 농촌과 교외에서 레이건 민주당원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환상, 현장의 운동성이 빠진 리버럴 엘리트 정치 모델에 대한 환상,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적 캠페인에 대한 환상 등 이 모든 환상이 빚어진 참극이 2016년 대선이었다.
그랬다가 트럼프라는 도저히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는 이에게 정권을 빼앗기고 중국의 본격적인 도전이 가시화되면서 리버럴들이 상황을 깨닫기 시작했다. 백인 노동자를 비롯하여 그간 미국의 정치 과정에서 목소리가 묻힌 이들을 잃어버리는 순간 정권을 잃어버리고 중국에게도 지는 악몽이 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실주의자가 된 것이다.
이후 민주당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인 기조까지 등장했다. 이는 샌더스 현상과 관련된 것인데, 미국에서 사민주의는 북구 유럽 소식에서나 들리고 샌더스의 지역구인 버몬트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주류에서는 진작에 잊혀진 패러다임이었다.
그런데 사민주의적 문제의식이 미국의 주류에서 부활했다. 주류 정치세력인 리버럴들이 심지어 사민주의적 기조의 경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트럼프라는 참주선동가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문제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이미 자유주의 제도가 오작동 중이다.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제도와 개헌의 높은 장벽 등의 존재로 인해 지금 현상유지 경향의 미국의 정치 제도로는 근본적인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이든이 고뇌가 많은데 오죽하면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조(바이든)이 아니라 조(맨친), 즉 버지니아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 민주, 공화 양당이 50대 50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그 한 명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다면 바이든 정부의 대부분의 정책은 상원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냈을 때 샌더스를 비롯한 좌파 진영이 환영했다가 지금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그랬듯 바이든도 스스로 법안 내용을 줄이고 있다. 타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맨친을 최대한 설득하면 다행이지만 기후위기와 불평등 극복에 턱 없이 부족한 안이 통과된다면 앞날에 적신호가 켜진다. 그렇다고 필리버스터를 쉽게 폐지하기도 어렵다. 상원의 많은 여야 의원은 자신의 정당 가치보다 상원의 전통적 제도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클린턴과 오바마의 경우 집권 후 첫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이후 개혁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바이든에게는 내년 중간선거 승리가 최대의 정치적 과제라고 하던데, 바이든의 중간선거 승리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안병진 :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실 집권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고, 선거구 획정도 불리한데, 현재까지는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공하고 있고 인프라 법안이나 미국의 노동자나 약자를 위한 노력 등이 있어서 아직까지는 해볼 만한 싸움이 아닐까 싶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이뤄서 개혁의 토대가 형성될지는 회의적이다.
기후위기 앞에서 미중 간 대립은
프레시안 : 현재 세계 상황을 팬데믹과 기후위기, 양극화, 미중 신냉전의 3중위기로 파악하고 있다. 3중 위기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시각과 입장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연관을 해체하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안병진 : 미중 간 신 냉전적 측면이 좀 더 강하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측면만 있는 건 아니지만,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바이든을 '신냉전 리버럴'이라고 규정한다. 제가 한때 1962년쿠바 미사일 위기를 집중 연구한 적이 있는데 이걸 통해서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 리버럴들이 당시처럼 오인, 편견 등이 나타날 거라고 본다. 타자에 대한 혐오, 맥락 무시, 악마화 이런 것이 미국의 제 3세계와의 관계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2018년 <예정된 위기-북한은 제2의 쿠바가 될 것인가?>를 펴냈을 때 당시 제가 문제제기 했던 것은 해제된 비밀자료나 미국의 많은 문헌 등을 보면서 미국과 쿠바 관계에 있어 미국과 한국 내 진보진영 사람들의 테제는 미국의 양키 제국주의적 측면, 촘스키적인 시각인데, 저는 진실은 훨씬 회색빛이라고 본다.
케네디는 상원의원 시절 카스트로 혁명에 대해 서구 제국주의의 압살에 대항하는 민족주의적 측면이 있다고 낭만적으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봤던 자료들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동생 라울을 통해 계속 소비에트와 연계 관계를 가지면서 민족주의자적 측면과 소비에트 민주기지로 전화되는 측면이 함께 있었다.
케네디는 이후에 이를 점차적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련의 전체주의적 체제와 싸우는, 즉 냉전 전사로서의 리버럴로 인식이 굳혀져 갔다.
그런데 과거 낭만적 인식과 정반대로 지나치게 소련에 의도와 능력에 대한 과장된 인식이 여러 가지 다양한 케네디의 오판을 불러왔다. 소련의 쿠바에 미사일 반입을 유럽에서 베를린 장악을 위한 공격적 수라고 오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그는 3차대전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이후 여전히 냉전의 전사이면서도 동시에 보다 평화 공존주의자로 변모했다.
그런데 오늘날 바이든과 미국 리버럴들은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키면, 그리하여 중국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중국정치는 자유화, 민주화될 것이라고 낭만적으로 믿고 있었다. 케네디와 유사한 오판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현재 미국 리버럴들은 중국이라는 체제를 확실하게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신냉전 리버럴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트라우마도 좀 있는데 과거 존 미어샤이머 같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이 중국 체제를 비판한 데 대해 리버럴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제 와서 보면 그 비판들에 일견 맞는 부분이 드러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 리버럴들도 '전략적 경쟁'이라며 부드럽게 표현은 하지만 이는 그건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고, 중국과의 신냉전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오바마 2기 때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가 본격화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이 올 3월 펴낸 <카오스 온더 헤븐(Chaos Under Heaven)>이라는 책이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 그리고 21세기를 둘러싼 투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 따르면 2017년 트럼프 집권 직후에는 그와 시진핑 둘 다 미중이 비즈니스 거래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또는 환상이 있었으나 실제 이는 양 정상의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봄 트럼프가 대중 무역제재를 단행하고 시진핑이 시간을 끌면서 양국 관계는 결정적으로 틀어졌다. 트럼프나 시진핑 개인들의 판단과 무관하게 이미 오바마 2기에 구조적 위기가 시작된 이 대결은 앞으로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신냉전이라고 하는데 지금 미중 대립은 미소 냉전 때와는 다르지 않나? 미중 양측은 상호 경제 의존이 강하고 기후 위기 때문에라도 협력을 해야 해서 대결의 심화에 일정한 정도의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안병진 : 일리가 있다. 당장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지는 못한다. 애플 등의 중국 내 사업을 접을 수도 없고, 신장 위구르에서 생산되는 부품들이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필수적이기도 하다.
최악의 경우 디커플링까지도 갈 수 있지만, 지금 미국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전략적 산업에 있어서의 디커플링이다. 미국은 지금 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산업에서의 자급자족을 추진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대만과 한국의 몸값이 뛴 것이다.
지금 미국은 대만을 잃어버리면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예전보다 대만 방어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고, 방어가 안 됐을 때의 공포감이 훨씬 강하다. 이는 미국 리버럴들도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는 실존적인 위기감이다.
미국의 생각이 과장된 공포감은 아니다. 여기에는 미국 내에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굉장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미국의 리버럴들은 냉전 당시 소련과는 달리 현재의 중국 체제가 훨씬 탄력성이 있다고 이해한다.
미국이 느끼는 체제 경쟁에서의 위기감은 실존적 위기감이다. 경제적으로 패권싸움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세계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있다.
다만 이 위기감이 과거 쿠바나 제3자에 소련이 개입했을 때 처럼 중국이나 러시아가 자신의 존재나 지위를 유지하려는 데서 나오는 다소 공세적인 태도를 오인할 가능성은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의 본질은 소련의 방어적 공격이다. 중국의 공격적 행동과 때로는 지위와 정체성 유지를 위한 방어적 공세를 지혜롭게 구분하면서 단호함과 신중함의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상호 오인 속에서 우발적 충돌은 필연적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현재 중국이 비판 받는 부분, 또는 지키려는 것은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 대만 등 거의 전부가 내정문제다. 또 미국은 드러내놓고 자신의 자유주의 체제를 수출하려 하는 반면, 중국은 각국의 정치경제 체제는 각 나라가 알아서 택할 문제이고 중국은 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새뮤얼 헌팅턴의 제자인 제임스 커스 같은 학자는 2019년 저서 <미국식 제국(American Way of Empire)>에서 중국이 원하는 것은 인접 지역인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지역패권 정도이며 중국이 국제 기준만 지킨다면 공존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 정치엘리트들의 입장과는 다른 것인가? 중국과의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안병진 : 궁극적으로는 그렇다. 적어도 미국의 정치엘리트들에게는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체제와의 영구적으로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것인가' 라는 불안감과 회의감이 지배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바이든 등 신냉전 리버럴의 미국은 과거의 미국식 체제의 수출, 예를 들어 2003년 이라크 전쟁이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노골적인 '레짐 체인지'를 하는 방식이나 트럼프 방식의 난폭한 갈등은 거부한다. 그들은 중국 레짐의 전환에 관심이 없고 그 것이 어리석은 방식이라는 걸 잘 안다.
다만 동맹을 더 넓게 규합하고 미국의 담론과 힘의 우위를 계속 강화하면서 세계 질서를 중국의 공격적 부상으로부터 안전하게 하고 중국 패권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 같다. 즉 좀 더 현실주의가 결합된 이상주의적 행태다.
그런 점에서 과거 소련과의 냉전과 같은 식으로 중국과 관계를 설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미국의 지배엘리트가 안고 있는 체제적, 실존적 위기감이다. 이러한 미국의 트라우마와 위기의식을 이해해야 우리가 이후 미국과 관계를 지혜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저 중국과의 상호 관용과 평화로운 공존만을 주문하는 낭만적 태도는 신냉전 리버럴들이 수용하기 어렵다.
바이든이 당선됐을 때 미중 대립과 관련해 한국의 진보적 국제정치학자들의 기본 입장은 ① 우리의 전략적 모호성은 여전히 어느 정도 유효하다 ② 현 상태가 미중 간 신냉전은 아니다, 얼마든지 양국이 협력할 수 있다 ③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신성불가침 영역이다, 즉 우리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 라는 정도가 다수인 걸로 안다.
그런데 당시 저는 미중 간 신냉전은 이미 어느 정도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폐기 내지 진화해야 한다고 봤기에 다양한 인터뷰에서 이를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여전히 모호성을 유지해야 할 부분은 있다.
다만 심지어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다소 모호하게라도 자유주의 민주주의 진영의 가치를 가진 일원으로서 일정 정도 레토릭은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봤다. 또 쿼드와 관련해서는 기후나 방역 분과 정도는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보고 좀 놀랐다. 대만 문제 언급을 비롯해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많이 달랐고 반면 미국리버럴들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입장을 거의 모두 받아들인 정상회담 결과는 최종 합의 내용만 놓고 보면 상당 부분은 제가 생각한 것과 맞아 떨어진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의도가 어땠던 간에 우리가 새로운 자유주의 질서의 중요한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맞고 실용적으로도 이득이라고 할 때 기존 전략적 모호성은 좀 더 2.0으로 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이 정상회담에서 추상적으로 선언한 자유주의 질서의 테제들을 이후 문재인 정부와 그 다음 정부가 초당적으로 일관되게 지키면서도 이를 세계질서의 공존공영으로 나아가도록 유연한 중견국 외교를 결합해야하는 고도의 외교력이 더 중요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리버럴 인사들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듯이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에는 많은 문제들이 그간 노정되어 왔다. 우리가 그간 한국의 보수진영 일각의 주장처럼 미국의 질서에 그냥 순응하는 것은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이후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은 자유주의 국가의 가치동맹 일원으로 우리의 발언력과 힘을 키우면서 동시에 비자유주의 국가들과 적절한 수준에서 공존공영할 수 있는 지혜를 선도해가야 한다.
한국 정치, 어디로 가야 할까
프레시안 : 책의 마지막 장인 '우리는 어떻게 전환적 세력이 될 것인가'에서 새로운 세계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전략 수립 전에 뉴노멀에 대한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안 교수는 앞으로의 세계 정세를 전망할 때 기후 위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인데, 현재 한국의 정치엘리트들이 기후위기 등의 지구적 위기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가.
안병진 : 문재인 정부가 처음에 집권할 때는 인수위원회 과정도 없었기 때문에 기후 위기 문제가 빠졌는데, 당시의 상황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을 보면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다.
요즘 기후 위기는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심지어 그간 모르쇠로 일관했던 기업들조차 최근 들어 너도 나도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강조하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및 이와 연동된 불평등)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후 문제는 전통적인 보수적 문법으로 이야기하면 기업의 경쟁력과 안보에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진보적으로 보면 약자들과 미래주체들이 더 극심한 피해를 입는 부분이다.
더 중요하게는 이를 떠나서 우리 모두와 지구행성의 생명과 안위의 실존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최근 여야 주요 후보의 20세기형 대선 출마선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토록 퇴행적 대선 출마 선언이 난무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 그것도 약 7년 정도 내에 기후위기를 통제하기 어려운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수도 있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말이다.
물론 앞으로 후보들의 공약에 기후위기 문제가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대선 출마 선언에도 절실한 문제의식이 없는데 과연 이후 그 고통스러운 전환과정에 대한 공약과 로드맵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이제 기후 위기가 여러 어젠다 중에 중요한 하나로 취급받는 세상은 이미 지났다. 지금은 기후위기라는 세계관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재해석해야 하는 시기다. 이제 시민운동조직은 물론이고 기업, 대학 등 모든 시민사회가 거의 대선 투표 보이코트를 각오하는 수준의 강력한 경고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기후위기 논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심지어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이 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가 심해지면 보험회사들이 모두 파산할 텐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할 정도였다.
프레시안 : 미국 정치를 공부하는 이유가 한국 정치의 질적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안병진 : 지면상 추상적인 테제만을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당대의 인간뿐만 아니라 당대와 후대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안전을 고려하는 생태공화주의나 생태정치(biocracy), 또는 이후의 가치에 대해 논쟁을 하고 그걸 심화시켜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에 축적된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포함된, 그리고 이것을 넘어서는 상상력, 이것이 헌법과 정치제도에 있어서 좀 더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검토하는, 그런 것이 풍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외교 안보에 있어서도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모호성 테제, 또는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한미동맹 순응 테제, 이것을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대가 지났다.
즉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중 대립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생각이나 무조건 미국편만 들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헤쳐갈 수 없다. 이러한 테제를 버리고 서로 지금보다 진화된 태제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고 경쟁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은 아시아의 베를린인 대만과 아시아의 쿠바인 북한 문제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한반도 전쟁 위기 나 기후위기 등 재난과 관련된 생명안보 위기, 혹은 갈팡질팡하다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등 다양한 복합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새롭게 형성되는 글로벌 지형에 대해 냉엄하게 인식한다면 지금부터 실제적인 로드맵을 만들 때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21세기에는 한국에도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1936-2011년, 극작가 출신의 정치인으로 체코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냉전 이후 첫 대통령을 역임) 같은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미 20세기에 하벨이 이야기했던 생태적 비전과 시민들에게 용기있게 불편한 진실과 대담한 전환을 요청하는 그런 전환적 정치가를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한다. 비록 이번 대선이 그러한 전환적 대선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향후 더욱 목소리를 낼 미래세대들이 결국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조력하고 연대하며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에 생명민주주의, 즉 지구의 생명과 공존하는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던졌다고 한다. 어쩌면 서구 자유주의와 한국이 가진 사상적 전통, 예컨대 동학 등의 전통과 연결을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리버럴리즘을 넘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남북관계가 미중 대결의 고리이기도 한데. 현재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안병진 : 저는 남북관계 전문가는 아니라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전통적 남북관계 접근방식은 이제 유효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있다. 그러기에는 수많은 기회를 놓쳐 북한이 핵을 너무 고도화했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는 현상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이란 식 핵 합의(JCPOA) 수준 이상의 구속력 있는 협정이 필요한데 미국 의회 지형에서 이것도 쉽지 않다.
이후 생화학 무기, 탄도 미사일, 사찰, 인권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베트남이나 이란, 쿠바와 비교해서 탄력성이 매우 떨어지는 북한 체제 속성 상 향후 단기적 해결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미 의회와의 관계는 참으로 쉽지 않다.
미국과 합의를 하지 못하면 미국은 계속 강압적 방식으로 나갈 것이고, 그러면 북한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 이는 전체주의를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보수진영에서 나왔던 북한 붕괴론은 번번이 예측이 빗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 문제를 중국 문제 프리즘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북한을 통해 중국 문제를 풀어보자는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미국 주류 리버럴들은 오히려 지금 중국 포위 과정에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꽃놀이패라고 보는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 북한이 관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향후 다양한 위기가 예정되어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떤 길이 있나? 미국 내에서 군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정도 없애 미국 본토에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핵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후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일단 우리로서는 미국의 자유주의 동맹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면서 북한이든 대만 문제이든 어떠한 형태로 한반도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가 고슴도치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해놓아야 한다.
동시에 북미 관계에서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단계별 조치로 일정하게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어차피 단기적으로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신냉전 등의 국제사회의 현실 지형을 무시하고 희망적 사고만으로 풀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긴호흡을 가지고 한국의 실질적 발언력을 높여 이후 문제의 해결 국면에 힘을 가지는 걸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대선 후보나 정치가들이 이제는 미래세대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면서 남북간의 평화 공존론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굳이 통일론으로 북한과 주변 국가들을 자극하는 건 실용적이지도 않다. 평화 공존론으로 가면서 보수 진보 양측에서 일정 부분 합의를 만들어 국내 초당적 토대를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초당적으로 국내외 토대를 많이 쌓아 놓고 우리가 힘도 어느 정도 가지고 그 속에서 미국, 중국, 일본과 북한에 대한 일정한 지렛대를 가지면서 길게 봐야할 것 같다. 지금 당장 평화적 관리를 해나가는 이상의 환상적 해법이 나오기는 무리가 있다.
지금은 세계사적 격변과 대전환의 시대이기에 기존 진보와 보수의 교과서를 버리고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