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휘력 향상 등 영어 사용 능력 배양이 목적인 '스펠링 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 전미 영어 철자 맞추기 대회)는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퀴즈 대회다. 1994년부터 결승전이 TV로 생중계 됐다. 특히 올해는 이 대회 96년 역사상 첫 흑인 우승자(잘리아 아방가드, 14세)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립 40주년을 맞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www.naks.org)는 올해 처음으로 '코리안 스펠링 비'(Korean Spelling Bee)를 개최한다. 재미한국학교에 다니는 한국계 미국인 학생들이 지난달부터 지역 예선, 준결승을 가졌다. 최종 결승 진출자 6명이 오는 17일(현지시간) 결승전을 벌인다. 이 대회는 제39회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학술대회 마지막 날에 진행된다.
"한국학교 교육의 중심은 한글 교육이다.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코리안 스펠링 비'를 올해 처음 시작하는데, 앞으로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한국학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를 확장하려고 한다."
김선미 협의회 총회장은 15일(현지시간)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학교는 가족 간에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한국어 교육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한글 교육에서 점차 뿌리 교육, 정체성 교육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다. 팬데믹 이후 미국 내 아시안 증오범죄 때문에 더 정체성 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는 15일부터 17일까지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김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에 약 800여명의 교사들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소 인원만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일반 참석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참여한다.
"해외에서 진행된 근대적 의미의 한국어 교육은 재미 한국학교가 첫 시작이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학교가 있는데 가장 역사가 길다. 현재 전국적으로 14개 지역협의회에 1000개의 학교가 속해 있으며, 8000명의 자원봉사 교사가 8만여 명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협의회에서는 한국학교가 교육기관으로 시스템을 더 잘 갖추기 위해 교과 과정, 교재 등을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아시안 증오범죄와 관련해서도 개별 가정에서 교육하고 대응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한국학교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인, 아시안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정체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9월부터 정체성 교육과 관련해 증오범죄와 관련해 커리큘럼 개발을 시작하려고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학생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관련된 강의도 이번 학술대회에 마련돼 있다."
한국학교는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김성곤)의 지원을 받는다. 이번 학술대회도 재외동포재단, 교육부, 외교부, 주미한국대사관 등이 후원했다. 모국 정부의 지원과 후원이 간섭과 통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당사자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회장에게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대다수가 한국인이자 미국인, 미국이 조국, 한국이 모국인 학생들이다. 우리는 이들이 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한국을 도와주는 인재로서 키워지길 바란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인구 절벽(출산률이 떨어지면서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으로 한인 후세들이 대외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돕는 역할의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들이 속한 공동체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배워나가고 있다.
한국학교는 전국적으로 비영리재단으로 운영된다. 그런 점에서 교사들의 열정, 희생, 봉사가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 한국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믿고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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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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