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남아공 폭동, 코로나 한복판에 왜…"실업난과 범죄집단 때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남아공 폭동, 코로나 한복판에 왜…"실업난과 범죄집단 때문"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년 만에 최악의 폭동과 약탈 사태가 빚어지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남아공은 현재 델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도하는 제3차 감염 파동의 한가운데 있다. 최근 1주일간 확진자 수가 1만 명대 이상이며, 이번 소요의 양대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하우텡주에서는 전체 신규감염의 50% 이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류판매 금지를 포함한 제4단계 봉쇄령이 지난달 말부터 2주간 내려진 데 이어 11일부터 2주간 더 연장됐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령의 하나인 록다운을 1년 4개월째 실시해왔다.


물론 중간중간 감염 파동이 잦아들면 규제도 완화하고 4단계 이전만 해도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허용됐으나 실업 보조기금(UIF) 지급은 지난 3월 이후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11일 봉쇄령 강화에 영향받는 분야에 대한 UIF 지급을 재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8일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 수감을 계기로 그동안 억눌렸던 주민들의 반감이 터진 모양새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폭동과 약탈 와중에 72명이 압사 등으로 사망하고 1천2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AFP통신이 14일 전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32%가 넘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빈곤층의 절망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남아공 최대 흑인 밀집지인 소웨토를 비롯해 최대도시인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알렉산드라 등 흑인 타운십 여러 곳에서 쇼핑몰과 상가를 겨냥한 약탈이 횡행했다.


세차 일을 하는 한 30세 남성은 AFP통신에 "난 주마에 대해 신경 안 쓴다. 그는 부패한 사람이어서 감옥에 있어도 마땅한 인물"이라면서 "줄루족(주마 전 대통령 출신 민족)은 콰줄루나탈에서 그를 위해 싸우겠지만 우리가 나선 것은 가난과 실업 문제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 스테인리스스틸 냄비와 고기, 식료품 등을 가게에서 그냥 가져간다고 시인했다.


24세 여성 카라보 모코네도 "다른 사람들이 가게를 파손해도 아무도 저지하지 않은 걸 보고 물건을 가지러 갔다"면서 소요 중에 보이는 물건은 닥치는대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은 팔 것이라면서 "난 실직했기 때문에 용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아공 정부 쪽에서는 주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범죄분자들을 부추겨 전국적 소요를 일으킨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국가안보 담당 장관은 전직 대통령과 연루된 첩보 대원들이 SNS 등을 통해 폭력 사태를 조장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12명의 소요 선동자 명단을 추렸고 그중 한 명은 주마 전 대통령의 개인 스파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콰줄루나탈의 더반 한인회 관계자도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마 전 대통령 아들이 배후에서 폭력 사태를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구금되면 나라를 통치불능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프리토리아의 마멜로디 흑인 타운십에서 사역하는 한 한국 선교사는 14일 "원래 도둑질이 기승을 부리는 남아공에서 범죄집단이 혼란을 조장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가세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교민은 "평소에는 괜찮아 보이는 남아공의 민낯이 드러난 거 같아 민망하다"고 개탄했다.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 중 하나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약탈로 주민들이 쇼핑몰에서 눈요기만 할 뿐 평소 가져보지 못한 TV, 세탁기, 전자제품, 고급 의류와 신발 등을 챙기겠지만 물류창고 등의 약탈과 트럭 연쇄 방화 등에 따른 물류 차질로 당장 식료품 공급난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라마포사 대통령도 지난 12일 식료품과 의약품 수급 불안을 염려했고 약탈 피해를 본 공장이나 마트 등은 영업을 상당 기간 중단할 수밖에 없어 이곳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어 실직 사태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 현지인은 "약탈은 당장의 이익만 보는 너무나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늘내일 끼니를 염려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공짜 쇼핑'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든 형편이다.


약탈 사태는 그동안 하우텡과 콰줄루나탈에서 주로 벌어졌지만 인근 지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말까지 앞으로 며칠이 소요 확산 또는 진정의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