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우승의 축배를 들었지만, 대규모 집단 응원과 축하 행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유로 대회 기간 로마, 밀라노, 피렌체, 볼로냐, 나폴리 등 대도시의 주요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단체 응원이 가능했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야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탓인지 응원 나온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였고, 안전거리도 지킬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탈리아 방역 당국은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잉글랜드와의 결승전 이후 상황은 더 우려스러웠다. 예상한 대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우승을 자축하는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한데 뒤엉키며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12일 우승컵을 들고 로마로 돌아온 이탈리아 대표팀이 무개(無蓋) 버스를 타고 거리 퍼레이드를 할 때는 더 큰 규모로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방역 전문가들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델타 변이가 특히 젊은 층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잇따른 대규모 다중 운집이 방역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로마 바이오의과대 마시모 치코치 교수는 13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바이러스가 지금 미소 짓고 있다. 불행히도 이번 유로 대회의 승자는 바이러스"라고 짚었다.
또 다른 감염병 학자 마리아 반 케르코브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엄청난 규모의 군중이 소리치고 환호하고 노래하는 가운데 델타 변이가 백신 미접종자를 공격했을 것"이라며 "파괴적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의 백신 1, 2차 접종 비율은 전체 인구(약 5천900만 명) 대비 각각 58%, 39%로 세계적으로 높은 축에 속하지만 20∼30대 젊은 층의 접종 비율은 1차 13∼16%, 2차 7∼8% 수준으로 매우 낮다.
델타 변이의 기세를 등에 업은 바이러스 재확산이 이미 시작됐으며, 유로 우승의 축배로 이러한 확산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방역 당국 통계에 따르면 한동안 하향하던 신규 확진 곡선이 델타 변이 여파로 최근 다시 우상향 추세로 돌아섰다. 이달 4∼11일 일주일간의 신규 확진자 수(7천972명)가 전주(5천260명) 대비 51.5% 증가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13일 집계된 하루 신규 확진자 수 역시 1천534명으로 지난달 13일 이후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사망자 수는 20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승리감에 도취한 시민들의 무분별한 운집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카를로 라 베키아 밀라노대 전염병학 교수는 바이러스 재확산이 시간 문제라고 단언하며 "향후 신규 확진자 수가 엄청나게 불어날 수 있다. 아마도 유로 우승이 그 확산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13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27만3천693명, 사망자 수는 12만7천80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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