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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 책임, 정부의 '2030 낙인찍기'는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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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 책임, 정부의 '2030 낙인찍기'는 매우 위험하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 4차 대유행 긴급 점검(1)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유행은 더욱 심각하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전파 능력이 매우 강해 가장 경계해야 할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도 무서울 정도다.

정부는 12일부터 수도권 지역에 가장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인 4단계를 발령해 밤에는 사실상 통행금지에 가까운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우리 사회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적어도 2주일간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 시대를 맞아 무엇이 문제이며 정부, 방역당국, 언론, 시민 등이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를 몇 차례 나눠 긴급 점검한다.<편집자 주>

4차 대유행 책임, 정부의 2030 낙인찍기는 매우 위험

코로나 4차 대유행을 2030 탓으로 돌리는 듯한 메시지를 정부가 공식 계정에서 밝힌 것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뒤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정부의 특정 연령층 낙인찍기에 대해 강한 비판이 나온 데 이어 대다수 전문가들도 정부의 태도가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정부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에 “무증상 감염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감염확산의 고리를 미리 차단할 수 있도록 수도권 20~30대 시민 여러분께서는 증상 없더라도 적극적인 검사 참여 요청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함께 올린 포스터에도 “20~30대 분들께 요청 드립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진단검사 받아 주세요. 당분간 모임 회식 자제해 주세요”라고 썼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같은 날 오전 “수도권 코로나19 감염은 20~3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4차 대유행이 2030 탓이라고 하거나 낙인을 찍은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정부 SNS 공식 계정의 메시지와 총리의 발언으로 미루어 4차 대유행을 사실상 2030 세대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 세대를 통한 전파를 막으면 유행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청년들이 일제히 “대규모 집회한 민노총은 쏙 빼고 애꿎은 2030만 저격하느냐”, “회식은 40대가 제일 많이 하지 않나?” 등의 댓글 등을 통해 2030에 백신 접종은 소외시키고 책임만 돌린다고 비판·비난하면서 정치적 민감 현안으로까지 떠올랐다. 정부는 즉각 공식 SNS 계정에서 2030 부분을 빼고 수정한 내용을 올렸다. 정부의 메시지가 잘못됐음을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왜 국민에게 왜 이런 메시지를 공식 발표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배경을 밝히지 않았다. 미루어 짐작컨대 정부 관련 회의 때 2030 청년 세대들의 반 방역 행태에 대해 집중 성토가 있었고 이 때문에 2030 세대를 콕 찍어 적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메시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 연령층을 도드라지게 언급했을 수도 있다.

코로나 확산 내지 대유행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때마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 집단 등에 대한 낙인찍기를 해왔다. 지금까지 있었던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대구 코로나 유행을 두고는 신천지 교도, 이어 5월에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 8월에는 보수 세력의 광복절 광화문 집회참석자와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에 대해 각각 손가락질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있을 때마다 정부나 특정 지자체를 공격하거나 특정 집단을 매도하는 일들이 시민사회와 언론, 정치권뿐만 아니라 청와대 등도 적극 가담해 벌어져왔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광화문 집회 주도자들은 살인마”라고 소리친 일이다. 이는 정말 황당하거니와 지난 1년 반 동안 별 다른 성찰 없이 계속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에 대해 마음으로 잘못을 뉘우치지 않아왔다.

일부 언론도 4차 대유행을 2030 탓으로 돌렸던 정부와 비슷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 한 경제지는 “[코로나 4차 대유행] 이틀 연속 1200명대...4차 대유행 ‘둑 무너뜨린’ 2030·강남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긴장감 떨어진 2030이 활동량이 왕성해 확진자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서울 도심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를 막을 ‘특단대책’이 시급하다.”는 보도를 했다. 한마디로 4차 대유행은 2030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강남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 신문은 “우선 이번 4차 대유행을 주도하는 연령대는 2030 젊은층”이라고 4차 대유행의 성격을 확실히 규정했다. 그 근거로 “지난 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중 20대 비율은 27.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가 18.65%, 30대 17.66%, 50대 16.01% 순이었다.”는 사실을 꼽았다.

이 통계를 제대로 살펴보면 40대와 50대의 확진자 비율이 30대와 비슷하거나 외려 더 많은데도 2030 젊은 층이 4차 대유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분석 오류라고 할 수 있다. 4차 대유행은 2030 청년층뿐만 아니라 4050 장년층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들 20~50대 연령층의 특징은 대다수가 정부의 백신 확보 부족과 후 순위 접종 계획에 따라 1차 접종도 하지 못한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고 모임과 회식 등이 잦은 연령층이라는 특징을 공통점으로 지니고 있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2030이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2 또는 4분의 3 이상이면 4차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적확할 수 있다. 하지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도 유행 주도층으로 낙인을 찍은 것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특정 연령층에 대해 과도하게 책임을 덮어씌운 것인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 발 확산 사태 때에도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매도가 일부 언론과 시민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당시 방역 당국은 이러한 낙인찍기는 이들의 자발적인 방문 검사 등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음성적인 코로나 확산을 부채질 할 수 있다며 삼가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광복절 집회 등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바 있다.

사실과 다른, 설혹 사실이라 할지라도 2030과 같은 특정 세대를 드러나게 꼭 찍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은, 정부든 언론이든 정말 신중해야 한다. 2030이든, 4050이든, 아니면 60 이상이든 코로나를 확산시킬 수 있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방역에 걸림돌이 되는 행위를 하는 연령층이 따로 있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2030이 위험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런 행위를 하는 이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2030 전체를 매도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거나 정부와 언론이 비판·비난하는 것은 방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4차 대유행과 관련해 특정 세대에 대한 비난과 함께 특정 자치단체장에 대한 비난도 온당치 못하다. 최근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이것을 오세훈 시장 탓으로 돌리면서 비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방역 행정과 관련해 그 방향과 대응, 그리고 메시지 등에 대해서는 성역 없이 누구든, 언제든지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오롯이 특정 자치단체장에 대해 과도하거나 집요하게 정치적 공세를 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봄 대구 신천지 사태 때에도 권영진 대구시장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상당 부분 과도하게 이루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있다.

방역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청와대,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이 무한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누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하기 쉽지 않다. 시민 또한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 그렇다고 시민 탓을 하는 것은 더욱 적절치 못하다. 위기에 처할수록 비난보다는 협조와 절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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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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