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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주장에 국민의힘 안에서도 "분열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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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주장에 국민의힘 안에서도 "분열의 정치"

유승민 '여가부 폐지' 이슈몰이, 김부겸 "여가부 많은 성과 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폭적으로 가세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 갈등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분열 정치"라는 우려와, 특정 성별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거듭 약속한다"며 "대통령이 컨트롤타워가 돼서 양성평등을 책임지는 시스템이 왜 안되느냐"고 썼다.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 사건을 거론하며 "피해여성 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2차 가해를 일삼던 여가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라는 비판에 "대통령이 전 부처 양성평등 컨트롤타워가 되는 것이 여가부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의 연이은 '여가부 폐지' 이슈화 시도는 지난 6일 "여가부 예산을 제대 군인에게 나눠 주겠다"며 폐지론에 불을 지펴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을 이어가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탈레반 여성 우월주의자들, 급진적인 분들이 (여성가족부에) 들어가서 대표적인 게 '남성혐오'를 자꾸 부추긴다"며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전날 "나중에 우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이 있으면 그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며 공론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젠더갈등을 정치적 소재로 활용하는 행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나 제도는 더이상 필요 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거나, 그것을 통해서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고 해서는 또 다른 결의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야권의 또다른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가 제 기능을 못한 책임은 이 정권에 있다"며 "정권에 물어야 할 책임을 여가부에 떠넘기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리천장도 남아 있다. 청소년을 응원하고 가족부로서의 기능도 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적었다.

윤희숙 의원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인심을 잃은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여가부 폐지는 딱 칼로 자르듯이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청소년, 다문화가정, 성폭력 피해자 보조 같은 여가부 기능의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도 필요하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8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어떤 특정 그룹을 자꾸 나눠서 편 가르기를 하거나, 한쪽 진영이 다른 진영에 대해서 분노를 조장하는 형태로 토론이 진행되지 않으면 좋겠다"며 "어떤 주장을 하든 긍정과 존중 속에서 풀어가는 것이 좋다. 편 가르기로 나타나면 소탐대실이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주장 중 상당 부분은 오해에 기초한 것 아닐까"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 총리는 "여성가족부가 적어도 양성평등이나 여성의 권리 향상, 곳곳에 놓여 있는 여성들에 대한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제도 개선 이런 데 열심히 하고 있고 많은 성과를 냈다"며 "성 비위 문제를 바라보는 성인지 감수성 문제 등을 획기적으로 높인 건 여성가족부가 많이 노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출생 해법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여가부 폐지 같은 헛다리만 짚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아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청년층 젠더갈등을 이용해 재미를 보았다고 해도 중진들까지 이렇게 편승하는 모습은 참 보기 흉하다"면서 "보수의 진중함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장 의원은 "문제가 있으니 다짜고짜 부처를 없애자는 무책임한 리더는 박근혜 전 대통령 하나로 족하다"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정말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여가부 폐지 공약부터 폐지하시고, 좀 더 책임감 있는 대안을 말씀하시기 바란다"고도 적었다.

한편, 여성단체들도 여가부 폐지 주장을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다양한 이유로 분열된 우리 사회를 봉합할 생각보다 갈등 조장을 더욱 부추길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사회적·국가적 사명감과 분열에 따른 위기의식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앞선다"고 했다.

여협은 "여가부는 온갖 불평등과 불공정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평생을 인내·희생하면서 남편과 자식을 키워낸 여성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우리 선배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여성과 가족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에게 사과와 주장 철회를 요구했다.

젠더청치연구소 여세연도 전날 논평을 내고 "여가부와 여가부 장관에게만 과도한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것은 실질적 권력을 갖고 있는 남성 정치인들이 했던 각종 비위와 잘못된 관행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려는 질 낮은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못지않게 국민의힘 또한 지난 4년 동안 국제적인 성평등 흐름에 맞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국제적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사람,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 있는가"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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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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