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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조정 앞두고 확산 예측 실패...원인 무엇인지 투명하게 드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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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조정 앞두고 확산 예측 실패...원인 무엇인지 투명하게 드러내야

[안종주의 안전사회]

소통과 더불어 원칙과 예측은 코로나19 전쟁에서 정말 중요하다. 원칙을 지기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나 방역 수칙을 발표하면 코로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민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야 할지 헷갈린다. 방역 당국에 대한 불신이 춤추게 된다. 이와 함께 예측을 잘못하면 국민은 사서 고생하고 고통을 겪게 된다. 또한 불신도 활개를 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유행가 유행한 지 1년 6개월 동안 3단계→ 5단계→ 4단계로 모두 세 차례의 사회적 거리두기 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7월 1일부터 시행키로 한 4단계로 이루어진 거리두기가 시행도 해보기 전에 넘어지고 말았다. 수도권 감염 확산으로 발이 꼬였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예측의 실패로 빚어진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이른바 발이 꼬인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스크 수요 예측에 실패해 마스크 대란이란 홍역을 치른 바가 있다. 또 집단 감염에 대한 준비 부족과 섣부른 방역 완화 정책, 적절치 못한 재난 지원금 지급 시기, 소비 활성화 정책 시행 시기 등이 몇 차례 유행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정치가 방역 위에 군림해 방역의 발이 꼬이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엔 영역 간 조화와 지속가능성이 핵심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확산 저지뿐만 아니라 일자리 감소, 경기 침체, 여가와 일상생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하게 할수록 방역에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사회·경제·문화 영역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서로 간의 조화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방역은 과학이 핵심이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만 가지고 방역을 이끌어갈 수 없다. 지금까지 두 차례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 발령의 원칙과 방역 수칙이 조금씩 변화해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발령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원칙을 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전국 차원의 대원칙을 충실하게 적용해야 한다. 다만 지역별로 공동체 밀집도와 인구 구성 등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주는 요소와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자율성을 어느 정도 부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발령 원칙보다 조금 더 강하게 방역 정책을 펼 수 있다.

수도권 새 거리두기, 예측 실패로 발 꼬여 시작하기도 전 멈춰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일제히 7월1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즉 4단계로 이루어진 거리두기를 시행키로 했었다. 비수도권은 각종 제한을 전면적으로 푸는 1단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2단계를 발령하되 시작 2주간은 모임의 인원 제한을 6명으로, 그 이후 15일부터는 실제 2단계에 해당하는 8명으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기존대로 4명으로 묶였다. 이는 전적으로 6월말의 상황과 그 이후 7월에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코로나 확산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6월 하순부터 하루 신규 확진자가 7백~8백 명 대를 기록하고 특히 수도권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백 명을 넘으면서 새로운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는 난관에 부딪쳤다. 부랴부랴 기존에 발령했던 모임인원 제한 4인 이하, 식당 등 영업시간 밤 10시까지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방역당국을 포함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방역은 과학적 데이터 등을 토대로 사회·문화적 행태과 심리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 백신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이 방역의 핵심인 우리나라에서는 시민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방역 당국이 한두 달 뒤의 상황도 아니고 불과 하루 이틀 또는 사나흘 뒤에 벌어질 일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수도권 확진자는 지난달 30일 이후 일주일째 전체 지역발생 확진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1주간 발생한 확진자는 하루 평균 585명으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으로도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4명 이하인 3단계(500명 이상) 범위다.

신규 확진자 급격한 증감 없어 예측 가능성 높아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하루 이틀 사이에 갑자기 3백 명이 1천명으로, 1천명이 3백 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늘지 않는다. 만약에 그런 특성을 보인다면 첨단과학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아무리 정교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원칙을 마련한다 해도 별로 소용이 없다.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매우 촘촘한 추적 조사 등이 이루어지는 우리의 케이방역 시스템에서는 신규 확진자의 급격한 증감 현상이 나타날 수 없다. 적어도 다가올 일주일 안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는 실제와 조금의 오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상당한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방역 당국은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코로나 발생과 사망 등에 관해서 지난 1년 반 동안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 결과 빅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 확진자 발생 추이 등을 상당한 정확도를 가지고 예측할 수 있다.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라면 이런 능력을 갖추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만약에 그런 예측 능력을 방역 당국이 지니고 있음에도 정치 논리에 휘둘려 적절한 방역 대책이 실행되지 못한다면 이를 드러내 문제의 틀과 구조를 깨부숴야 한다.

정부, 6월 말 7월 초 상황 예측 실패 투명하게 드러내야

정부는 왜 6월 말 7월 초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는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전문가 어느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웠던 불가항력적인 일이 이때 벌어졌단 말인가? 이에 대한 진솔하고 투명한 고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델타변이 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코로나 상황은 과거보다 예측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접종률이 전체 인구의 몇%까지 되어야 집단면역이 달성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시기의 불확실성과 변이 유행 정도와 이로 인해 3차 접종(부스터 샷)의 필요성 등 앞으로 펼쳐질 코로나 상황을 예측하는데 더욱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 전쟁에서는 표준 매뉴얼, 즉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충실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돌발 상황과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면 그에 맞춘 유연한 방역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원칙을 너무 자주, 쉽게 무너뜨리면 남는 것은 불신뿐이다. 신뢰하지 않는, 그래서 따르지 않는 방역 정책은 무용지물이다. 거듭되는 예측 실패는 불신의 어머니요 아버지다. 더는 예측 실패가 생기지 않도록 방역 당국은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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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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