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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등판에도 맥 빠진 '슈퍼 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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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등판에도 맥 빠진 '슈퍼 위크'

공허한 공정 경쟁, 지향점은 '우클릭'

대선 정국의 막이 올랐다. 대선 출마를 이미 공식화했거나 저울질하는 여야 대선후보가 20여 명에 달한다. 이변이 없는 한 이들 중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틀 간격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지율 선두권에 속한 두 사람이 잇달아 무대에 올라 정치권과 언론은 '슈퍼 위크'라고 이름을 붙였다.

내년 3.9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9개월. 이 지사는 먼저 더불어민주당 내부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막이 오른 민주당 경선의 초점은 '이재명이냐 아니냐'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건 우회하건, 야권 대선의 초점은 '윤석열이냐 아니냐'다. 두 사람의 행보에서 대선의 물줄기가 시작된다.

격렬한 '공정' 선점 경쟁, 적임자는?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 키워드 가운데 유일하게 겹치는 단어는 '공정'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대정신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하는 공정 담론에 대한 선점 경쟁이다.

이 지사는 "기회는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의 결과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여야 미래가 있다"고 했다. "특권과 반칙", "부당이익"을 공정에 대비되는 표현으로 사용하며 불공정, 불평등한 현실 비판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이 지사에게 공정성은 '경쟁의 규칙'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불공정한 사회 현실을 부정하는 대선후보는 없다. '능력주의' 논란을 부르면서도 공정을 정치권 화두로 안착시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실력에 기반한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다.

집권당 후보의 공정론이 반향을 일으킬지도 미지수다.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평등, 공정, 정의를 정부 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그러나 '조국 사태'와 '고위공직자 투기' 등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이 반칙과 특권, 불공정 논란의 발화점이 됐다.

윤석열 전 총장의 공정론도 기계적, 형식적 공정을 넘어서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의 출마선언문엔 '공정' 단어가 9번 등장했다. 대부분 위법 행위 처벌이 사명인 '검찰주의자' 면모가 엿보였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은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공정과 법치는 필수적인 기본 가치"라고 했다.'경쟁의 규칙'으로 통용되는 용법과 달리, 그는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을 파헤친 자신의 이력을 법치와 공정으로 엮은 셈이다.

나아가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화살이자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공정론을 활용했다. 그는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에게 공정을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라는 직설 화법을 썼다.

윤석열 '보수로', 이재명 '중도로'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장 밖에는 다수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환호 속에 윤 전 총장은 현 정부를 향한 격한 표현을 동원했다. 감성 자극 화법으로 대중적 이목을 끌었던 이 지사는 비대면 방식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기존의 강성 이미지와 달리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정치 방향을 설명하는데 중점을 뒀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의 단합과 반(反) 문재인 결집을, 이 지사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잇는 "4기 민주당 정권"을 강조하며 대립선을 그었다. 이처럼 대선 무대에 오르는 두 사람의 첫 모습은 상반됐으나, 진지 구축은 공히 '우클릭'했다.

윤 전 총장은 "보수, 진보, 중도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면서도 강한 보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수차례 '자유민주주의'를 소환하며 "현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고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인 그가 보수층에 입지 구축을 시도한 것이라는 전략적 평가가 나왔다.

이는 지난 2018년 개헌 논쟁 당시 자유한국당이 "헌법 제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중 '자유'를 빼려는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반발했던 장면을 연상케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를 거치며 진보적 의제인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담을 정도로 변화한 국민의힘의 지향점보다 뒤쳐진 인식을 드러낸 윤 전 총장 스스로 중도확장성을 차단한 격이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 도입 의지를 단 한 차례 언급으로 마무리했다. 출마선언에서 그는 "기본소득을 도입해 부족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고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추상적 언급에 그쳤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협공 초점인 기본소득 논쟁을 의식한 강약 조절로 해석된다.

대신 이 지사는 출마선언의 비중을 성장론에 찍었다. 그는 "규제 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친기업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아울러 "공정성 확보가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며 밝힌 그의 '공정성장'은 중도층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선 "내가 한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다"(정세균 전 국무총리), "내가 처음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말했던 내용과 똑같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반응이 나왔다.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권에서 각축을 벌이는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국가 운영 구상에 정작 기후변화와 소수자 차별 등 당면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에너지 정책 방안은 생략한 채,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선 의미로 '탈원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차별금지법 입법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법제화는 원칙적으로 당연하다"면서도 "충분히 논쟁을 하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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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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