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들 '부동산 실패' 이구동성...'조국 사태' 질문엔?

문재인 정부 실패 정책은 이구동성 '부동산', '부실 검증'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이 1일 본격적인 내부 경쟁을 시작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경선에 나선 9명의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으며 부동산 논란·공직자 성범죄를 비롯해 여권을 향해 제기되는 '내로남불' 비판에 한목소리로 자성했다.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국민 면접' 행사를 열었다. 후보들이 '취업준비생'이 되어 면접을 보는 형식이다. 면접관은 선착순으로 뽑힌 민주당 출입 기자가 맡았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9명(추미애·이광재·이재명·정세균·이낙연·박용진·양승조·최문순·김두관-기호순)이 모두 참석했다.

후보들은 '현 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입을 모아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굳이 지적하라면 (정부가) 부동산을 잡지 못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통제하지 못했다"며 "부동산이 문제가 된 건 투기 때문이다. 이익이 없다면 누가 부동산을 소유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주택 정책에 회한이 많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너무 많은 정책을 남발했는데 아직도 안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가장 잘못된 정책은 부동산이라고 꼽고 싶다"고 답했고, 박용진 의원도 "여러 차례 신호 왔는데도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 때문에 국민이 많이 실망했다"고 답했다.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다시 불거진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평판과 이미지를 갖고 인사한 것이 있었는데 앞으로 그래선 안 된다"며 "제도적 보강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을 향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박용진 의원은 "불신을 만들었다면 참모로서 책임지는 게 맞다"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다 인사권을 쥐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공직농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배출한 것도 우리 정부다. 이에 대해 엄중하게 반성해야 하고, 검증시스템이 대폭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4·7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조국 사태' 물음에는 "내로남불 측면에서 그런 우를 범해선 안된다"면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 사태 명칭을 조국 사태라 부르지 않고 윤석열 사태라 부르고 있다"(최문순 지사), "대선에 나오는 라이벌을 죽이기 위한 수사였다"(이광재 의원)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반면 "내로남불 측면에서 그런 우를 범해선 안 된다"(양승조 충남지사), "내로남불적인 위선에 대해서 국민이 민주당을 불신한다"(박용진 의원)는 반성론도 나왔다.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이재명 후보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보좌진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양향자 의원이 2차 가해를 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출당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데에 일치했다. 박용진 의원은 "내로남불, 아전인수식 정치라고 비판하는데, 당 지도부가 과감하게 결정하고 출당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출당 문제에 대해 당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길 촉구한다"(김두관 의원), "부동산과 관련해 출당 권유를 한 건 잘한일이고 이번 일도 마찬가지"(최문순 강원지사)라고 출당 조치에 의견을 모았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대해 후보들은 '원칙적 동의'에 뜻을 같이 했다. "때늦은 감이 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찬성률이 압도적이다. 국회도 이를 받들어서 입법하는 게 바람직하다"(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합의 처리를 위해서 농밀한 심의를 시작했으면 한다"(이낙연 전 대표)고 답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주주의 평등 국가에서 당연히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다만 그간 논쟁을 지켜보니 차별 사유들과 관련해선 이견이 있다. 우리 사회에 의식 수준이나 민도에 비춰보면 충분히 상당한 논쟁을 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오해를 불식하면 사회적 합의에 얼마든지 이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다"고 했다.

미묘한 신경전도 오갔다. 대권 주자들간의 비(非) 이재명계 연대 움직임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우리 안에 누가 더 나은 역량을 가졌는지 겨루는 것이기에 후보 간 연대 협력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저도 가능하면 연대도 해보고 싶은데 잘 안 된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지지율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에 대해 "월드컵을 보면 브라질이나 이탈리아가 꼭 초반에 고전하다가 우승하기도 한다. 그런 드라마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결국 시간이 갈 수록 국민들은 후보자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서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저격수'라 불렸던 사람이 법인세 감면 공약으로 결국 '삼성 지킴이'로 거듭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용진 의원은 "원래 삼성지킴이었다. 총수 일가의 불법과 반칙, 횡령에 대해 어떻게 의원이 동의하고 풀어주라고 얘기할 수 있겠냐"며 "삼성전자는 국민의 기업, 성장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답했다.

예비후보들은 오는 4일과 7일에도 '국민면접' 행사를 치른다. TV토론은 3일과 5일, 6일, 8일 등 네 번 열린다.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예비경선을 치르고 11일 본경선에 진출할 후보자 6명을 선출한다.